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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가 아이들 건강 지킨다'


BY 국민일보 2001-01-15

아침 식사를 거르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많은 가정에서 아침식사는 그저 되는 대로 적당히 먹거나 거르고 있다.이유는 시간이 없다거나 살찔까 봐 겁난다는 핑계.

실제로 하루중 아침 시간만큼 바쁜 때가 없다.아이들은 학교 갈 준비를 서둘러야 하며 부모들은 직장 나갈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다.

그러나 아침 식사는 아이들의 건강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게 의사들의 지적이다.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홍명호 교수는 “15분 더 일찍 일어나서 영양가 있는 아침 식사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그 시간 만큼 단잠을 즐기는 것보다 건강관리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교수에 따르면 아침식사가 아이들의 학습능력,사고력,집중력 및 대인관계를 향상시켜준다는 연구 결과들은 수없이 많다.

미국 메사추세츠병원 머피 박사팀이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 초등학교 청소년 100명을 대상으로 아침식사가 학업성적과 정서함양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것이 그중 한 예.

머피박사팀은 아침시간의 학교급식을 가정형편과 관계없이 모든 청소년들에게 먹이고 급식전과 급식후의 상태를 조사했다.그 결과 아침을 먹은 후 청소년들의 수학 성적이 아침을 걸렀을 때보다 더 높았고,우울 불안,과잉행동 등의 정서장애를 나타내는 경향도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머피 박사팀은 또 규칙적으로 아침을 먹는 청소년들은 사고력이 더 빠르고 명확했으며,문제를 쉽게 해결했고,오전 시간 중 불안해 하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비율도 아침을 거른 아이들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침을 거르는 청소년들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능숙하게 찾지 못하고,공복감으로 인해 새로운 정보를 기억해 내거나 이용하는 능력,언어구사,주의력 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이같은 현상은 성인의 경우도 마찬가지.

연세대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윤방부 교수는 “사람의 뇌는 혈액 속의 포도당을 주요 연료로 이용하는데 아침식사를 거르게 되면 뇌활동에 필요한 혈당이 부족해지게 된다”며 “이 경우 뇌는 어쩔 수 없이 효율이 훨씬 떨어지는 비축 지방을 연료로 쓸 수 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비만을 예방할 목적으로 아침 식사를 거르는 아이들도 있다.이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오전에 섭취한 열량은 체중을 증가시키는데 거의 이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식사를 거르게 되면 오히려 열량이 더 높은 간식을 먹고 싶은 유혹에 빠지거나 결국 다음 식사 때 더 많이 먹게 될 수도 있다.실제로 마른 체형을 가진 사람들은 하루 3끼나 그 이상을 먹는 경우가 많다.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은 균형있는 영양소 섭취에도 문제를 낳는다.아침을 거른 청소년들은 아침을 먹는 청소년들에 비해 칼슘과 비타민C 섭취량의 경우 약 40%,철분 섭취는 10% 정도 부족하다는 한 연구결과가 그 증거다.칼슘과 비타민은 성장·발달단계의 청소년들에게 아주 중요한 영양소다.

그렇다면 갖가지 이유를 대며 아침을 거르는 자녀들에게 어떻게 하면 아침식사를 먹일 수 있을까.

윤교수는 “부모들이 먼저 아침식사를 해 자녀들에게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함께 식사할 사람이 있다면 십중팔구 아침을 먹는다는 것.아침에 몹시 분주한 가정이라면 전날 밤 미리 아침식사를 준비해 두는 것도 요령이다.만약 부모가 모두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경우엔 전날 미리 샌드위치 따위를 만들어 놓아도 된다.물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게 해 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홍교수는 “아침 이른 시간에 도저히 아무것도 못 먹겠다고 자녀들이 우기는 경우엔 아침거리를 학교로 가져가서라도 공복감을 느낄 때 먹게 하는 습관을 길들이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수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