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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찍지마??


BY netti5545 2001-03-28

내 얼굴엔 기미며 주근깨 투성이다.
그래도 지금까진 만사 태평. 남들은 몇백만원 들여서 기능성 화장품이네 먹는 치료약이네 별별 짓을 다허니만...
남들 다 해보는 어떤 처방도 단연코 해보지 않은 이유는 우리 엄마도 우리 언니도 얼굴빛이ㅣ 나와 똑같기 때문이다.
유전인데 , 유전. 그러니 아무리 기고 난들 별수 있겠는가 싶어서 미리부터 포기하고 사는 셈이다.

아직까지도 내 친정 동생댁은 만나거나, 전화라도 할라치면 꼭 잊지않고 해 주는 말이 있다.
"언니 어디 에서 나온 화장품이 기미 주근깨에 최고라네요. 이젠 신경 좀 쓰세요. 네?"
이젠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
며칠전 남편이 찍어 온 비디오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만 것이다. 얼굴은 내 얼굴인데 , 저게 내 얼굴이라니 ,완전 충격이었다.
"앞으로 절대로 나는 찍지 말아요. 한 번만 더 내가 찍힌거 보이면 그땐 캠코더 팔아 치울 테니까." 괜한 남편에게 생트집을 피웠다.
나는 평소 너무도 거울 보기를 싫어하는 남편을 보고 "저러니 얼굴에 점이 생겨나지. 제발 신경좀 써요 , 신경."하며 면박을 일삼았는데, 내 얼굴에 비하면 신랑 얼굴은 양반이었던 것이다. 근데도 남편은 여즉 내 얼굴 보고 뭐라고 한 적 없으니 그 인내심에 실로 고마움이 일었다.
동생댁 말마따나 이제라도 늦지 않았는지 모른다.
없어지기를 바래서라기 보다, 더 이상 나빠지는 일은 없도록 좋다는 제품도 사서 바르고 먹고 해 봐야 겠다.
"여보, 그 동안 그렇게 타박했는데도,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며 뭐라고 하지도 않고, 그때마다 이쁘게 봐주고 웃어 넘어가 준것 너무 너무 고마와요. 이제사 말인데 내 성질에 팍팍대는 신랑 만났다면 아마 속 터져서 못살거야, 고마와 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