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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냐, 실용이냐


BY kyou723 2008-02-14

 

난 정말 모자가 안어울린다. 얼굴형과 머리형이 예뻐야 모자의 틀도 사는 법인데, 워낙 선천적인 페이스 프라임이 그렇다보니 모자를 쓸 엄두가 도통 나지 않는다.

이곳 독일에서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겨울이면 털모자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 매서운 칼바람을 막기 위한 방책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비아냥으로는 머리를 안감아서일 것이라는 추측이 압도적이지만 어쨌든 머리에 꼭 무언가 얹고 다닌다.

그네들이 모자를 쓰면 참 모양새가 산다. 주먹만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오목조목하니 모자를 푹 눌러써도, 삐딱하게 내리눌러도 이리저리 조아려도 윤곽이 새록 살아난다. 게다가 모자는 패션을 선도하는 경우도 많다. 방한용이라는 실리적 목적 외에도 느낌에 따라 모자로 여러 이미지를 발산해낸다. 가끔 외국 여왕이나 왕실가문의 여인들이 챙 넓은 고풍스런 모자를 쓰고 매스컴에 비쳐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독일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정치뉴스나 기타 세계뉴스 등에서 모자를 쓴 황실가의 여인들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그들은 하나같이 우아함하고 앤티크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것 같다.

이렇듯 모자는 상황과 때에 맞춰서 화려한 이미지와 지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풍겨내기도 한다. 잉그리드 버그먼 주연의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그녀의 지적인 모자는 지나온 시절의 많은 여성들의 패션코드로 자리잡았다. 간혹 남자들 사이에서는 패티쉬가 되었다는 말까지~~

여자인 나도 모자 쓴 잉그리드 버그먼을 보며 그 지적인 아름다움에 감탄했었는데...


 또한 벨기에 왕비의 젊은 시절의 사진에서 아름다운 밍크모자는 그녀의 귀엽고 지적인 분위기를 더욱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코디인 것 같다.


모자는 아니지만, 무슬람 여인들이 머리에 쓰는 히잡도 그 종류에 따라서 패션을 가르마한다. 무슬람 여인들에게 들은 바로는, 자신들의 패션의 척도는 핸드백과 히잡의 디자인에 있다고 한다. 히잡을 벗어제낀 그녀들의 아름다운 긴머리를 본 적이 있어 히잡이 때론 거추장스러워 보였지만, 아름다움에 관심있다면 히잡에서도 놓치지 않는 법이다. 디자인 감각이 있는 무슬람 여성들은 히잡의 디자인이나 색깔도 다양하게 선택하는 것 같다.


모자 하니 또 생각나는 것은 서부 활극의 멋쟁이 총잡이들의 카우보이 모자다. 울 친정아버지는 카우보이모자 매니아여서 외국여행을 갈 때면 잊지 않는 디자인이다. 워낙 서부활극을 좋아하셔서 취미도 그러신 것 같다. 그레이스 켈리 주연의 ‘하이눈’에서의 멋쟁이 친구들의 카우보이 모자도 인상깊다.

 

이외에도 코미디한 스타일로 동물모자나 생일 때 으레 등장하는 삐에로 모자도 들 수 있다. 얼마 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구걸하던 삐에로 의상의 걸인의 모자도 나름 멋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 조각 같았는데 가만 보니 페이스 페이팅한 걸인의 모습이었다. 그 걸인의 모자도 나름 시선을 자극했었다. 구걸하기 위해 인체 무해 페인팅을 구입했을 돈을 생각하니 직업적 의식(?)이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여러 가지 모자에 대한 썰을 풀다 보니 어느 새 딸아이에게 초점이 흐른다. 나에겐 그닥 어울리지 않는 모자가 내 유전자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큰딸 녀석은 잘 소화해내는 것 같아 흐뭇하다.

얼마 전 쿠담거리에 있는 의류매장에 가서 갖가지 모자들을 구경했다. 유난히 꾸미기 좋아하는 큰 딸이 이것저것 모자를 집어 들었다. 축제도 앞두고 있어 시내 매장에는 재미있는 모자가 눈에 많이 띄었다. 그 중 C&A라는 매장은 유난히 모자의 종류가 많았다. 큰 거울 앞에 서서 이리저리 모자를 써보았지만 맘에 드는 게 없다. 큰 딸 녀석에 뒤질세라 둘째딸까지 합세해 모델이 된다. 그럼 슬슬 이날 매장에서 열린 작은 모자쇼를 감상해볼까나~~


 




 


 


 


 




 

박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