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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비운의 황후 '엘리자베스' 뮤지컬


BY kyou723 2008-05-22

 

옛날 어느 성에 아름다운 얼굴과 고운 마음씨를 가진 아가씨가 살았다. 홍옥처럼 발그레한 뺨과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비단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아가씨는 여성들에겐 부러움과 선망을, 로망스를 꿈꾸는 남성들에겐 동경의 대상이었다.
공작인 아버지와 바이에른 공주의 딸인 어머니는 궁정생활이 아닌 시골마을의 성에서 살면서 두 딸을 낳았다.
큰 딸은 헬레나였고, 둘째 딸이 이 어여쁜 아가씨 시씨였다.
어여쁜 시씨가 15살이 되던 어느 날, 다른 나라의 황제가 휴양차 마을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곳에서 황제가 베푼 파티장에 초대되어 간 시씨를 우연히 보게 된 젊은 황제는 그녀의 미모에 한눈에 반해버렸다. 첫 만남이 있었던 바로 그날 황제는 시씨에게 청혼했고, 다음날 약혼식을 치렀다.
2년 후인 시씨가 17세가 되는 날, 시씨는 젊은 황제와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려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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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끝나는 해피엔딩의 동화 속 이야기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예쁜 아가씨의 슬픈 인생은 결혼과 함께 시작되고 있다.
영국민족의 뇌리 속에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살아있다면 오스트리아에는 비운의 황후 엘리자베스(시씨)가 있다.

엘리자베스 왕비의 인생을 그린 뮤지컬 ‘Elizabeth’가 드디어 베를린에 착륙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의 초연 이후 국경을 넘어 수백만 명의 관객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이 뮤지컬은 공연 속에서 살아숨쉬는 왕비를 감상할 수 있다.
4월 말부터 시작해 9월 28일까지 공연하는 이 뮤지컬은 모든 좌석이 매진일 정도로 엘리자베스의 황후에게 보내는 베를린 시민의 찬사는 뜨겁다.


사진출처: http://www.stage-entertainment.de/musicals/elisabeth/elisabeth.html


1854년 엘리자베스 왕비(시씨)와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의 결혼은 드라마틱하고 로맨틱한 내용으로 사람들의 관심거리였고, 엘리자베스는 마치 동화 속의 공주처럼 추앙되었다. 게다가 요제프 황제는 시씨의 언니인 헿레나와 결혼하도록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터라 더욱더 센세이션한 사건이었다.
프랑스 혁명에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투아네트와 함께 가장 비운의 인생을 살았다고 평가되는 시씨. 시씨는 원래 애칭이고 본명은 캐롤린 엘리자베스.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 엽서나 간판에서 초상화를 쉽게 볼 수 있는데, 긴 검은 머리에 가는 허리를 자랑하는 미모의 그녀가 바로 엘리자베스다.
그녀의 결혼은 행복하지 못했다. 시골에서 살았던 그녀에게 궁정은 답답했고, 특히 시어머니와의 불화가 잦았다. 결혼 초기부터 외로움과 병으로 시달렸다고 한다. 결국 시어머니에게 4명의 자녀를 빼앗기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궁정을 떠나 전원생활을 한다.
비록 황제는 그녀를 사랑했지만, 여러 국가적인 집무로 관심을 갖지 못했다. 황제의 거실에는 밤색 긴 머리를 늘어뜨린 시씨의 초상화가 있는데, 황제는 책상 앞에 두고 항상 그녀를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 딸 소피가 죽고, 아들까지 자살을 하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남편 황제까지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이탈리아와 그리스로 긴 여행을 떠나게 된다.
결국 그녀는 1898년 스위스 제네바 강가를 산책하던 중 무정부주의자의 칼에 짤려 그 생을 마감한다.
세월이 흐른 후 그녀의 이름을 붙인 건축물들도 생겨났고, 그녀의 일생을 다룬 영화와 뮤지컬도 만들어졌다.


사진출처: http://www.stage-entertainment.de/musicals/elisabeth/elisabeth.html


황후의 일생을 그린 뮤지컬 ‘Elizabeth’는 화려한 왕실의 이미지답게 의상과 배경에서 웅장함과 기품이 넘친다.

유럽은 아직도 왕실에 대한 환상이 스물거린다. 온갖 금장식의 가구며 의상이며, 그 옛날 왕비와 공주들이 살았다는 궁전을 관광할 때면 나도 모를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나뿐만은 아니리라.
사람들은 이 뮤지컬을 보면서 그 화려함과 기품을 마음껏 감상하고, 공감하고 상상한다. 그러면서도 그 웅장함과 화려함 속에 숨겨진 어두운 황실의 음영을 발견하곤 현재의 모습에 자족하는 이성을 찾는다.
수백만의 가슴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간 뮤지컬, 올 9월까진 베를린이 럭셔리해질 것 같다.



박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