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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발가락과 같은 삶~~~


BY gek1136 2009-05-11

 

새끼 발가락과 같은 삶

 


우리말을 눈여겨보면 재미있는 말들이 많습니다.
글자로는 아주 사소한 차이 같은데
뜻은 아주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드러내다’ ‘드러나다’라는 말입니다.


글씨를 써놓고 가만 보면 ‘드러내다’라는 말과
‘드러나다’라는 말은
아주 사소한 차이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드러내다’ 할 때의‘내’와
‘드러나다’ 할 때의‘나’라는
차이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의미를 생각해보면


‘드러내다’와 ‘드러나다’는
적지 않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러내다’라는 말은
자기가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을 가리킵니다.
자기 자신을 더 잘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되도록 결점은 감추고 장점은 강조합니다.


그에 비해
‘드러나다’라는 말은 자기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알려지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자신은 결코
자신이 한 일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자연스럽게 알려지게 되는 경우입니다.


자기가 자기 자신에 대해 알리는 것과
자기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알려지는 것의 차이,
결코 사소한 차이라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노자(老子)에서 보면

[欺者而不立, 過者而不行]
‘기자는 불립하고, 과자는 불행이니’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까치발을 하고서는 오래 서있지 못하고,
가랑이를 한껏 벌려서 걸어서는
자기 길을 가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발뒤꿈치를 들고 서 있으면 남보다 돋보이겠지요.
하지만 잠깐 뿐입니다.


그렇게는 오래서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내 발이 저리고 마침내 쥐가 나겠지요.


가랑이를 한껏 벌려 걸으면
남보다 앞서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잠깐입니다.
그렇게는 오래 걸을 수가 없습니다.


이내 지치고 말 테니까요.
천천히 자기 걸음을 걸어야
자기 길을 제대로 걸을 수가 있는 법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둘러보면
그렇게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는가 싶습니다.


자신을 드러내려고 애쓰는 사람들,
까치발을 하고
가랑이를 한껏 벌려 걷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보다 높아지려 하고 남보다 앞서려고 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려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경쟁하듯이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남이 알아주거나 말거나 능력에 맞게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오히려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는 것을 불편하게 여깁니다.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이 행한 작은 일을 어떻게든
크게 보이려고 하는데 비해,


정말로 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한 일을 애써 감추려고 합니다.


우리 몸에는 많은 지체들이 있습니다.
어느 지체든지 고유한 역할이 있고,


그 역할들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입니다.


우리 몸에서 결코 돋보이는 부분이 아닌
새끼발가락에 대한 생각과 그 역할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시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새끼발가락이 없으면 균형을 못잡아
사람은 거샌 강풍에 쓰러지고 만다고 합니다.


결코 드러나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삶,
겸손히 새끼발가락과 같은 삶을 꿈꿔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