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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야옹~~~


BY gek1136 2009-06-04

 

야옹~야옹

 

아버지.
할 말만 하는 로봇 같은 사람.
큰 웃음 대신 미소만 짓는 사람.
아침에 나갔다 잠들면 들어오는 사람.
항상 존대해야 하는 사람.
나에게 아버지는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배가 고파도, 몸이 아파도,
기쁜 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어도,
아버지께는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
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아주 어릴 적 기억 속 아버지는
목마를 태워주며,
다리를 쓸어 내리며 쭉쭉 해주고,
내가 울면 자다 일어나서 다독여주던 분이셨는데,

사춘기가 되면서..
점점 아버지의 존재가 무뎌져 가고 있었습니다.
나의 잘못인지,
아버지의 잘못인지,
알 겨를도 없이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중학교 시절, 단거리 육상선수였던 나는
고된 훈련을 마치고
축 늘어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초등학교 때 사고로 다친 무릎 때문에,
다시는 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완쾌를 하였고,
그 후 달리는 것에 유난히 집착을 했습니다.

하지 말라던 운동을 기어이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 탓에
훈련으로 다리가 아프다는 말은
입 밖에도 내지 못하고 끙끙거렸습니다.

어머니는 못내 서운하셨는지,
절뚝거리는 다리를 보면서도 애써 모른 척 하셨습니다.

그날 밤이었습니다.
작은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그리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잠든 사이,
아버지가 몰래 들어 오셔서 어릴 적 해주시던
쭉쭉 마사지를 해주셨던 모양입니다.

그러다 다리에 쥐가 나 내가 끙끙거리자
발 밑에서 자그마한 목소리로
"야옹~야옹"을 외치고 계셨던 겁니다.

예전에 아버지와 함께 보던 중
TV에서 다리에 쥐가 나면 '야옹' 을 외치면 사라진다는 것을
기억해 내신 모양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야옹' 소리에 잠에서 깼지만,
감사함에, 미안함에
일어날 수가 없었던 저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 하현주(새벽편지 가족) -



다른 말은 필요 없습니다.
아버지는 그 이름만으로 아버지입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 부모님께 먼저 다가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