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란[생활의 발견]같이 복용 시 효과 없거나 부작용 우려 비타민A-루테인·종합비타민-철분·아연-구리 등 상극 식사 전후로 나눠 복용하거나 두 시간 간격으로 섭취
코로나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양제를 복용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016년 3조5563억 원에서 지난해 5조 원을 넘기며 무려 43%나 커졌습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열 명 중 일곱 명은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양제는 비타민, 철분, 아연, 마그네슘, 오메가3 등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텔레비전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수십여 개에 달하는 영양제를 한 번에 복용하는 모습도 종종 비춰지는데요. 영양제는 건강에 좋다는 인식 때문에 같이 복용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같이 먹었을 때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없거나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따로 복용해야 하는 영양제가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궁합이 맞지 않는 영양제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비타민은 A‧B‧C‧D‧E 등 종류가 열세 가지에 달할 정도로 매우 다양한데요. 크게 물에 잘 녹는 수용성 비타민과 지방에 잘 녹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나뉩니다. 수용성 비타민은 B와 C가 대표적입니다. 비타민C는 과다 복용할 경우 소변으로 배출돼 크게 문제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죠. 반면 지용성 비타민은 과다 복용 시 몸에 축적되기 때문에 독성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지용성 비타민이 A와 D입니다. 두 계열은 같이 복용할 경우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시간 차를 두고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비타민A는 고함량 루테인과 함께 먹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루테인도 비타민A의 일종이기 때문인데요. 비타민A를 과다 복용할 경우 설사, 구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골다공증 환자나 폐경기 여성 등 뼈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고함량 비타민D와 고함량 칼슘을 같이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비타민D는 칼슘이 잘 흡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요. 골다공증 환자의 경우 비타민D와 칼슘을 같이 복용할 경우 뼈 관련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반인이나 동맥경화, 이상지지혈증이 있는 사람은 고함량 비타민D와 고함량 칼슘을 복용할 경우 칼슘이 과다 흡수돼 고칼슘혈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고칼슘혈증은 혈액 내 칼슘 농도가 높아져 가볍게는 변비, 메스꺼움,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 혈관이 딱딱해져 사망에도 이를 수 있습니다. 뼈에 좋다고 무조건 많이 먹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겠죠. 일각에서는 마그네슘이 비타민D의 흡수를 조절해 체내 비타민D 적정량을 유지시켜 함께 먹을 경우 고칼슘혈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요. 만약 고칼슘혈증이 우려된다면 고햠량인 제품에 주의하고 비타민D와 마그네슘, 또는 칼슘과 마그네슘 조합으로 복용하면 됩니다.
저는 비타민을 각각 챙겨 먹기가 불편해서 종합비타민을 챙겨먹고 있습니다. 종합비타민은 제품별로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혼합돼 있는데요. 제품 별로 성분이 다 다르기 때문에 종합비타민과 영양제를 함께 복용하실 때는 종합비타민의 성분을 잘 확인하셔야 합니다. 마그네슘과 칼슘 같은 미네랄이 들어있는 종합비타민의 경우 철분과 같이 복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마그네슘, 칼슘은 철분과 흡수 경로가 같아 함께 복용 시 체내 흡수율이 저하되기 때문인데요. 먹어봤자 흡수되지 못하고 소변으로 배출돼 먹어봤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철분은 칼슘, 마그네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음식과도 궁합이 맞지 않습니다. 커피, 녹차, 홍차 등 음료에는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는 카페인이 들어있어 같이 먹으면 안 됩니다. 재밌는 건 오렌지주스는 오히려 철분과 같이 먹으면 좋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비타민C가 철분의 흡수를 돕기 때문입니다.
아연은 철분, 구리와 궁합이 상극입니다. 아연은 구리,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같이 먹으면 안 먹는 것과 매한가지라고 합니다. 만약 궁합이 맞지 않는 영양제를 다 챙겨 드셔야 한다면 식사 전후나 약 두 시간 간격을 두고 따로 복용하시면 됩니다.
이밖에도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같이 복용할 경우 주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제품은 아무런 효과도 볼 수 없습니다.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가 유산균 역시 모두 제거하기 때문이죠.
와파린이나 헤파린 같은 혈액응고방지제를 드시는 분들은 오메가3 복용에 주의해야 합니다. 혈액응고방지제는 혈액을 묽게 만드는데 오메가3 지방산, 비타민E 역시 혈액 속의 중성지방 수치를 낮춰 혈액을 묽게 만듭니다. 두 가지를 같이 먹으면 혈액이 묽어져서 상처가 생겼을 때, 혹은 수술을 할 때 피가 멎지 않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또 크릴오일에도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같이 복용할 경우 과다 섭취가 될 수 있으니 둘 중에 한 가지만 복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처럼 영양제가 몸에 좋다고 마구잡이로 먹으면 오히려 해가 되거나 아무런 효과도 볼 수 없습니다. 같이 복용했을 때 과다 복용이 우려되는 영양소는 줄이고 서로 흡수를 방해하는 영양소는 식사 전후나 약 2시간 간격을 두고 따로 복용하는 등 올바른 섭취가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