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임신해서 있을 때 처음에는 시어른이나 주변분들 모두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떻냐 건강만 하면 되지하셨어요.
그래, 그런가 보다, 건강하게만 낳자하고 생각했었지요. 물론 남편이 은근히 아들을 원했었지만 그때까지는 제가 별 걱정을 하지 않았구요.
근데 제가 만삭이 되어 시집에 며칠 다녀간 적이 있는데 저희 어머님이 그러시더군요. 아들을 낳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무엇보다 첫째를 아들을 낳아 놔야 맘이 편하다고 하시더군요.
그 순간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거리기 시작했지요. 임신기간 내내 그런 걸로 고민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저 이쁜 여자아이 옷을 보면 딸이 좋겠다, 공처럼 뛰어 노는 사내아이를 보면 아들이 좋겠다 정도만 생각했을 뿐이었는데 말입니다.
그게 그런 거 같습니다. 난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다해도 남편도 상관없다고 해도 주위 어르신들의 입김은 감히 상상도 못할 막강한 힘을 내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내가 싫어도 어른이 해라하시면 일단은 그렇게 해 보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게 우리 며느리들 아닌가요?
전 아들을 낳았습니다만...이번엔 어머님이 또 그러시는 군요. 딸은 엄마를 위해서 있어야 한다고, 근데 이녀석 하는 짓을 봐서는 남동생을 보게 생겼으니 어쩌냐고, 꼭 밑으로는 딸을 봐야 하는데 하시면서 말입니다.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자고 했는데...
아직도 우리들은 이같은 아들선호사상으로 해서 눈물짓는 여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제 경우야 어디 명함도 못 내밀 경우입니다만, 심한 상황에 놓인 분들은 그 일로 해서 눈물만 찍어내겠습니까? 눈물, 콧물 뿐만 아니라 가슴엔 피가 맺혔을 지도 모를 일이지요.
우리 세대까지는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옛날 교육을 받으신 어르신들이시기에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 자식 세대에 가선 우리들 그러지 맙시다. 아들이든, 딸이든 가리지 않고, 낳아 곧고 바르게 클 수 있게 옆에서 도와줍시다.
아참, 그리고 아들 낳으려고 노력하는 어머니들을 비웃거나 탓하지 맙시다. 그네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오히려 가장 큰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그네들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