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대법원이 발간한 '2013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선 32만9,220쌍이 결혼했고, 11만 4,781쌍이 이혼했다.
이혼 사유를 살펴보니 성격차이가 5만3,292건(47.3%)으로 가장 많았다. 경제 문제(1만4,472건, 12.8%), 배우자 부정(8,616건, 7.6%)이 그 뒤를 이었다. 그 밖에 가족 간의 불화(7,381건, 6.5%), 정신적ㆍ육체적 학대(4,759건, 4.2%) 순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의 외도는 결혼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결정적 요인 중 하나지만, 꼭 이혼으로 귀결되는 건 아니다. 성공적인 결혼과 실패한 결혼을 '이혼'이라는 잣대로 나누는 건 심각한 오판이다. 사람들은 때로 실패한 결혼을 묶어두곤 하는데, 이때 상대방이 부정을 저지르게 되면 성(性)적 결함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오해한다.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리처드 테일러는 자신의 저서 <결혼하면 사랑일까>에서 불륜의 원인은 성적 문제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는 실제 부부의 사례를 통해 '남성은 아내가 냉담해져서 불륜을 저지르고, 여성은 남편이 지루해져서 부정에 빠진다'고 불륜의 원인을 분석했다. 배우자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애정을 원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불륜이라는 통로로 표출된다는 얘기다.
리처드 테일러는 "불륜은 성적 모험일 뿐이며 우발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완전히 잘못 짚었고, 불륜이 시들한 결혼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는 청량제라는 말은 순진한 생각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불륜은 배우자의 무관심이 부른 애정결핍의 현상일 뿐"이라면서 "결혼의 성공이나 만족감이 오로지 두 사람의 몫이듯이 실패로 인한 고통도 두 사람의 몫"이라고 했다.
배우자의 외도를 받아들이는 남녀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지난달
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와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가
돌싱남녀 608명(각 3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여성 10명 중 약 6명이 남편의 외도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남성 10명 중 7명은 '외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외도를 추궁했을 때 배우자의 반응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솔직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남성 51.6%, 여성 64.5%)는 의견이 '끝까지 딱 잡아떼는 편이 낫다'(남성 48.4%, 여성 35.5%)보다 앞섰다.
전문가들은 배우자의 불륜이 사실로 밝혀졌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이성적으로 침착하게 문제를 마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부 문제 상담 전문가인 김미영 서울
가정문제상담소장은 "배우자의 외도 그 자체보다 외도의 증거를 들이대기 위해 쫓는 과정이나 책임을 묻기 위해 다투다가 오가는 말이 더 깊은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 불륜 당사자는 배우자에게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줘야 할 책임이 있지만 회피하고, 반대로 불륜의 증거를 잡으려는 쪽은 상대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행동으로 상황을 악화하기 일쑤라는 얘기다.
김 소장은 "배우자의 부정으로 이혼에 이르게 되는 부부는 대개 부부관계가 뜸한데 바꿔 말하면 서로 대화가 없었다는 뜻"이라면서 "처음 문제를 마주하게 되면 '100% 네 탓'이라고 돌리는 부부도 성찰하는 시간을 갖다 보면 '절반은 내 탓'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부간 신뢰가 깨졌을 때로 서로 인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있어야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면서 "배우자가 불륜을 저질렀을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달라지기로 약속한 이후의 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 만약 당신이 남편의 통화기록이 궁금하다면, 그 순간부터 조회하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