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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이 과거가 있는 사람입니다!


BY 미개인 2018-04-05

안녕하세요,

인터넷으로 접하게 되어 상담 드리고 싶어서 메일 보내 봅니다.

서로 너무 사랑하고 잘해줘서 둘이 깊이 사귀고 있고요,

다만 남자친구의 과거가 많이 신경쓰여서 고민이 되어

상담 요청해 봅니다. ㅠ

 

남친을 처음 만난 건 클럽입니다.

그야말로 원나잇이었죠.

처음에는 서로 가벼운 만남을 생각하고 만났기에

과거에 대해서 많이 공유 했던 게

이제 와서 신경이 많이 쓰여서 너무 힘듭니다.

저도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사귄 사람이 많고

원나잇도 했습니다.

사람의 기준이란 다 다른 것이겠지만

물론 저도 어떤 사람의 기준에서는

과거가 그리 깨끗하지 만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에 비해서 남자친구의 과거는

제 기준에서는 상식을 많이 벗어난다고 생각이 들고,

과연 이런 과거를 가진 사람과 미래를 함께 할 수 있을까가 고민입니다.

저의 남자친구가 성관계를 가졌던 여자는 셀 수도 없습니다.

원나잇은 물론이고요.

 

연애 초반에는 너무나도 꿈만 같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싸우게 되고,

이러한 저의 고민 역시 남자친구와 상의하며 많이 싸우기도 했습니다.

남자친구는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지,

지나간 과거에 집착해서 무슨 좋을게 있냐며,

남자친구 역시 저의 과거가 좋지만은 않은데

그래도 현재 서로 사랑하고 바람피지 않고,

잘 해주지 않느냐며 맞는 말만 합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제가 남자친구를 정말 믿을 수 있게

누구보다 잘 해주고 사랑해주는 걸 보고 그나마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까지 사랑하고 심지어 결혼도 하고 싶은데..

가끔씩 고민이 밀려올 때면 너무 힘들어서 상담요청해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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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지고 계신 고민을 분명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전에도 그랬으니 앞으로도 혹은 결혼한 이후에도

그러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에 대한 고민이신 건지,

아니면 과거에 그랬다는 사실 자체가 ‘질투’ 나서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인지 말입니다.

 

만약 전자라면, 입장을 바꾸어놓고 생각해 보면

보다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떤 남자와 사랑을 시작했는데,

그 남자는 연애 경험이 거의 없어서

나의 ‘많은’ 연애 경험을 걱정한다면

그 남자분에게 뭐라고 해주실 건지 말입니다.

우선 무척 억울하지 않을까요?

이전에 그랬다는 것이

앞으로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것의 근거가 된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나는 지금 이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앞으로는 이 남자만을 사랑하고 싶은데

정작 이 남자는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혹시 그 기분을 이해하셨다면,

거울을 바라보고 거울 속의 내 모습이 그 가상의 남자라고 상상하면서

그에게 내 사랑과 의지를 실제로 소리 내어 말해주세요.

그리고 ‘나’는 그 말을 귀담아들어 주시면 됩니다.

‘소리 내어’라는 조건이 무척 중요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감정이 조금씩 나아질 수 있습니다.

 

만약 후자도 있다면,

그건 다음의 명제를 매일매일 암기하는 것으로 치유하셔야 합니다.

"사랑은 절대 ‘소유’가 아닙니다.”

내가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그 무엇이라도 내가 가질 수 있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나를 만나기 전에 그가 경험했던 삶과 기억은

절대 내 것이 아니라 온전히 그의 것입니다.

그러니 내게는 그것을 판단하거나 평가할 자격이 없습니다.

심지어 만약 그것을 이유로 그를 비난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게 하거나 그와의 관계에서 우위에 서려고 한다면

그 순간부터 나는,

그를 사랑할 자격조차 없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 역시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시면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아까의 그 (연애 경험 없는) 내 남자가

나의 과거로 자꾸 상처받는다고 호소해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는 지금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것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중입니다. ㅠㅠ

 

마음이 괴로우실 겁니다. 당연합니다.

사랑하니까 그런 것입니다.

그만큼 그분을 사랑하고 계시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니 아프더라도 너무 마음 조급하게 갖지 말고

위에 알려 드린 방법으로 조금씩 지워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그가 만약 그런 ‘과거’의 모습을 현재에도 보이기 시작한다면,

그리고 그 모습을 나에게 숨기려 하거나 일방적으로 이해하길 강요한다면

그때는 새로운 차원의 고민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상담사 치아 드림.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orichia&logNo=221242232962&navType=tl

 

~

몇 년 전 어느 명절에 부모님을 뵈러 갔을 때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제 큰 딸의 카톡을 보시고,

여러 남친과 사진을 찍어올린 걸 염려하시더군요.

제 딸은 탱고를 좋아하고,

틈나는대로 서울로,유럽으로 탱고여행을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댄스 파트너일 수도 있고,남친일 수도 있는 녀석들과의 사진을 보시고,

몸조심을 하길,조신하길 바라시는 노파심이었습니다.

팔십대의 노인에겐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죠?

 

그래서 저는 피식 웃으며,아버지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버지의 아들인 저를 보시라고...

난잡하달 만큼의 젊은 시절을 보냈고,

파경을 맞아 혼자가 되기까지 했지만,

지금의 저를 보시고 어찌 생각하시는지 여쭸습니다.

어려서부터 내팽개치다시피 했던 아들인 제가

지금 사는 모습을 보시고 판단하시라 말씀 드린 것이었죠.

이내 수긍을 하시고,쓸데없는(?) 걱정을 접으시더군요.

 

사연을 주신 분은 클럽에서 만난 원나잇스탠드 섹스파트너와

사랑을 하고 계시는 것이고 ,독차지하고 싶으신 거잖아요?!

사랑이 소유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

현재와 미래의 그를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면 되는데,

과거의 그까지 독차지하고 싶은 거죠?

님에겐 21세기의 성모랄을 적용해 이해하라 강요하고,

상대에겐 19세기적 고리타분한 성모랄을 적용시켜 따지고 싶은가요?

치아님의 말대로 거울 속의 '나'와의 대화를 하십시오.

너무나 뻔뻔한 '나'의 모습을 분명히 지켜보십시오.

대뜸 정신이 번쩍 들지 않는다면 끝내시는 게 좋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더라도,

우리나라에선 아직 배우자에게 과거를 밝히는 건 시기상조입니다!

저는 사연을 주신 분을 꿈에서도 만나 본 일이 없지만,

최고의 킹카를 사로잡으신 걸로 봐서 퀸카임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 님이 이 나이가 되도록 남친이 없었다면,누가 믿을까요?

하지만 본인의 입으로 자랑하듯 과거를 떠벌여선 안 되는 겁니다.

남자도 마찬가지죠.

알아서 판단하라며,당신이 첫사랑이라고 떼라도 써야 하는 거죠.

만일 상대하고 평생 같이하고 싶지 않다면 말을 하겠죠?

님 커플은 피차 진솔하게 다 드러낸 사이입니다.

어차피 평생 함께하진 못할 거라 생각하고 만난 사이 아닌가요?

그런데 만나다 보니 놓치기 아까우신 거죠?

그야말로 쿨하게 서로 터놓고 서로의 입장을 나누며,

가능성을 타진하셔야 할 것입니다.

어느 한 쪽이라도 미적대는 게 있다면 깨끗이 끝내는 게 좋습니다.

 

피차가 너무나 많은 걸,너무나 잘 아는 상태죠?

조금만 이상한 낌새가 보여도 너무나 힘들어지지 않겠어요?

두 분 모두 심한 편집증 환자가 돼서,

본인과 상대를 괴롭게 하다가 불행해질 확률이 아주 큽니다.

섹스파트너란 게 어찌 보면 근사해(?) 보일 수도 있지만,

거기 집착이 끼어들게 되면 아주 지저분해질 수도 있어요.

다른 관계도 얼마간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지만,

섹스파트너 사이에선 유난히 부작용이 크다고 할 수 있어요.

 

만일 저라면 쿨하게,즐거웠다고 말하고 보내주겠어요.

아님 결혼을 하지 않거나 계약결혼쯤으로 가고,

주욱 섹스파트너로 살겠어요.

각자의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면서 ...

동거도 반대하는 거죠.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하셔서 상처를 받는 일이 없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우린 소중한 존재들이잖아요.

죽을 줄 알면서도 불로 뛰어드는 부나방은 되지 맙시다.

 

--미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