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에는 '섹스토이' 전시관이 있다.
한겨레 | 작성자 은하선/섹스토이 수집가,<이기적 섹스> 글쓴이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여성 섹스 권리장전
홍대 앞에 섹스토이 전시관 ‘은하선의 빈 공간’ 만든 은하선씨 기고
섹스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여자들은 소위 ‘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난 종종 섹스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내가 부럽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섹스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는 여성을 각종 미디어에서는 ‘쿨하다’고 치켜세우지만
그 이면의 이야기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난 섹스에 대해 글 좀 쓴다는 이유로 모르는 남성으로부터 뜬금없이 “나랑 섹스하자”는 메일을 받기도 한다.
이런 ‘어이없음’에 대해 토로했다간 “그게 네 업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성희롱에도 쿨하게 대처하는 여성이길 바라는 건가.
뭐, 나처럼 대놓고 섹스 이야기를 하는 여자 사연까지 들추지 않아도 된다.
얼마 전 “처녀 아닌 여자를 참을 수 없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됐던 한 개그맨은 여전히 텔레비전에 나오며 돈을 벌고 있다.
처녀가 아닌 여자를 참을 수 없다는 말은 처녀만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처녀는 아마 섹스 경험이 없는 여자를 가리키는 단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그 개그맨이 문제없이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는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발언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여자들이 어떻게 맨정신으로 “나 섹스한다”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겠나.
몇 년 전 서울 동대문에 있는 제법 커다란 ‘섹스토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번화가 중심에 있는 가게라 손님이 꽤 있었다. 그러나 그 많은 손님 가운데 여성은 드물었다.
남성 손님의 대부분이 남성용 자위 기구가 아닌 바이브레이터 같은 여성들을 위한 섹스토이를 찾았지만
정작 그 물건을 사용할 여성 파트너는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섹스토이 후기를 찾아보면 “여자친구가 진짜 좋대요” 같은 남성이 쓴 게 틀림없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섹스는 그렇다 쳐도 여성용 섹스토이 사용 후기조차 말할 기회를 남성에게 빼앗긴 것이 씁쓸했다.
내가 섹스토이를 처음 갖게 된 건 열일곱 살 때였다.
잡지를 읽다가 처음 섹스토이에 대해 알게 된 나는 섹스토이가 갖고 싶었다.
하지만 열일곱 미성년자에게 섹스토이를 파는 곳은 없었다.
다행히도(?) 그 당시 내가 사귀던 남자는 법적인 성인이었고, 덕분에 난 바이브레이터를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작은 바이브레이터는 나에게 그때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황홀한 오르가즘을 가져다주었다.
그 전에도 물론 섹스토이에 관심이 많았지만 몸으로 경험한 뒤론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때부터 무작정 모았던 건 아니다.
아르바이트 하면서 고가의 섹스토이를 원가에 구매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섹스토이 수집의 시작이었다.
그 뒤 업체로부터 섹스토이를 협찬받아 사용하고
블로그(eunhasun.blogspot.kr) 등에 후기를 쓰는 일을 하게 되면서 난 더 풍부한 섹스토이들과 몸을 맞댈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쌓여 이제까지 총 100개가 넘는 섹스토이를 써봤으니
어쩌면 난 한국에서 섹스토이를 가장 많이 써본 여자가 아닐까 싶다.
섹스토이가 많으니 자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섹스토이 컬렉션을 전시하기로 했다.
여성들이 주로 오는 서울 홍대 앞 한 음식점의 사장님과 협의를 통해
가게 한쪽 벽면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작은 간판을 달았다.
‘은하선의 빈 공간’을 만든 이후로 여성들은 밥을 먹고 술 한잔을 하고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편하게 섹스토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섹스토이를 처음 본다는 여성들도 있었다.
섹스토이라면 무조건 남성 성기 모양의 ‘딜도’가 다인 줄 알았는데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제품들이 있다니 하나쯤 갖고 싶어진다는 여성들도 많았다.
하나씩 만지면서 촉감을 느끼고 바이브레이터도 작동해보며 즐거워하는 여성들을 보니 뿌듯했다.
인간이 돈을 들여 어떤 물건을 개발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섹스토이도 그렇다.
휴대폰이나 컴퓨터가 나날이 진화하듯 섹스토이도 진화를 거듭한다.
세계적으로 매년 다양한 디자인과 사양의 섹스토이들이 섹스토이 박람회에 쏟아져 나온다.
여자들도 이제 그 진화하는 섹스토이의 흐름에 맞춰 즐겁게 춤을 춰야 하지 않을까.
소재, 크기, 진동 강도에 따라 어떤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성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물론 여성이라고 해서 다 같은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같은 섹스토이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가 나와 똑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충 상상해서 내뱉는 것임이 분명한 남성들의 말보다는 내 경험이 훨씬 믿을 만할 거라고 장담한다.
여성이 섹스토이를 손에 쥔다는 것은 스스로 섹스의 즐거움을 찾겠다는 의미와도 같다.
다양한 섹스토이들을 구경하고 만져보면서 여성들은 분명 섹스를 말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성들이 하나 둘씩 섹스를 말하고 섹스를 말하는 여성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면
처녀 아닌 여자를 참을 수 없다던 그 개그맨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지구를 떠날지도 모른다.
뭐 지구까지는 아니어도 방송에서는 떠나겠지.
섹스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는 여성들은 결코 쿨하지 않다. 그 무엇보다 ‘뜨거운’ 여성들이다.
_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서-
~오래 전의 기사인데,그 가게는 지금은 없는 걸로 안다.
은하선이란 친구는 본문의 블로그 주소를 치고 들어가면 만나볼 수 있다.
참 멋진 여성이다.
이렇게 당당한 사람의 파트너는 정말 행복할 것 같다.개인적인 생각으로...
예전에 한 여친이 글 솜씨도 좋고 썩 화끈해서
여자 미개인으로 자신의 느낌을 솔직히 써달라고 요청을 한 적도 있지만,
알다시피 그녀가 유부녀인 관계로 생각은 있지만 참는 걸로 넘어간 적이 있다.아쉽~
나의 로망인데...
한 섹스,두 느낌 정도의 카테고리를 갖고 싶었는데,
가끔 느낌을 적어주는 친구의 글을 나란히 올리는 걸로 대신하고 있다.
내 인생 최고의 섹스를 함께한 친구는
정말 정말 잘 느끼긴 하는데,너무 잘 느껴서 정신을 잃곤 해서
하고 나면 황홀했지만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기억하지 못 하는 쪽이어서 역시 아쉽!
앞으로 위 본문의 저자의 글을 좀 퍼다 날르며 아쉬움을 달래려 한다.^^;;
--미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