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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편견. 그리고 개선


BY 사교계여우 2019-11-27

제가 퇴사하는 과정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퇴사하겠다는 결심이 서긴 했었지만 생각보다 회사 생활이 너무 잘 맞았고, 무엇보다 같은 팀에 생활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좋았습니다. 15명 가까운 팀에서 제가 불편한 사람은 사수뿐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사수와의 관계가 젤 중요한데.;;;) 그러나 사수와의 관계조차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던 것이 서로의 업무 영역이 달랐던 터라 사수와 저는 각자의 업무 영역을 존중해 주는 쪽으로 암묵적인 타협을 한 상태였죠. 겉보기에는 전혀 나쁘지 않은 관계였고, 사수의 업무 능력이 워낙 뛰어나고 저에게는 사실 첫 사수라 저는 여전히 사수와도 연락을 하고 있고, 내년에 아이들 돌이 되면 돌 선물도 사 줄 생각입니다.

그런데 졸지에 부적응자가 되어서 낙오한 꼴이라니. 그러나 정말 <판사유감>의 저자처럼 누가 봐도 저의 경우에도 그렇게 생각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그렇게 여러 곳의 원서를 썼는데도 뽑히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 있네요. 정말 3~4시간 상대와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저의 삶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설명하지 않는다면, 제가 봐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저는 부장의 이야기보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제가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추어 질 지를 깨달았기 때문에 너무 슬펐습니다.

물론 위에도 적었지만 부장 이야기도 틀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기는 또 마음 붙일 사람이 없다 보니까 금방 떠날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요. 그러고 보면 저는 사람에 따라서 좋은 사람과 지내면 정말 둘도 없는 직원이 되고, 동료가 되지만, 제가 맞지 않는 사람과 지내면 거의 원수처럼 척을 지는 너무 극단적인 사람이라는 한계가 있네요. 이 점에 있어서는 정말 유감입니다. 아마도 사회 생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고쳐야 할 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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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생각해 보니 이제는 신입으로 뽑혀서 들어가도 서른셋에 신입이라니, 나이가 많아도 정말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그래서 갈수록 쉽지 않을 것입니다. 여길 계속 다니는 선택지도 저에게는 없는 선택지인데,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쉽게 감이 서질 않네요. 이제는 연봉은 포기하고 옮기기로 작정 했어도 그래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런데 부장 이야기처럼 누가 봐도 저는 회사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하고 뛰쳐 나온 아이로밖에는 비춰 지지 않을 겁니다. 예전에 전 회사 동기가 후배의 퇴사를 막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여기 같이 지내는 사람들이 정말 다 이상하고 문제 있는 사람들이지만, 지금 회사를 나가면 누가 봐도 네가 적응을 못한 것처럼 비춰 진다. 절대 다른 곳 붙을 때까지 그만두지 말아라. 그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왜 나는 안 말렸어? 죽기로 말렸어야지' 했더니, 공부하러 간다고 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더군요.(웃음)

한 살 한 살 더 먹는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을 많이 알게 된다는 것은 제 삶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어쩌면 정말 더 객관적으로 보면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제 삶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객관적이 되면 될수록 참 축 처지고 의욕도 떨어집니다. 갈수록 자신도 없어지고요. 예전에 자신감 넘치는 패기만만했던 저의 모습이 그리운데, 아무도 아마 그런 모습을 저를 대신해 되찾아줄 수는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