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은 아름다워' 제목부터가 노년은 별로 아름답지 못하다는걸 내포하고 있는듯한 이 책은 본격적인 고령사회를 맞이하여 노년의 시간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나름의 노년을 자신감과 품위있게 살아가고 있는 몇몇 분들의 모음집이다.
대개 사람들은 주변에 나이 든 사람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데 익숙하다.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듯 사람들이 시선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노년을 보는 시각은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 그런 인식의 배후에는 개인의 독립성과 생산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근대화의 가치체계와 진보사관_시간은 균질적으로 이어지는 무수한 점의 연쇄이며, 이 연쇄의 빠른 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함께 내달리는 것이 발전이라 여기는_이 작용한다. 신체의 쇠락과 그에 따른 의존성의 증가로 표시되는 노년은 손쉽게 주변부로 내몰리며 부담적인 존재로 극단적으로는 노년 혐오로 나타난다. 이런 문화적흐름에 대항해 '끝까지 자기답게'사는 노년의 아름다움, 즉 시선을 끌어당기는 연륜의 빛을 아름다움으로 제대로 지각하는 것, 더 나아가 지각하게 만드는 것은 태어난 이래 계속해서 나이 들고 있으며, 언젠가는 폭삭 늙은이가 될 우리 모두의 과제다.
누구나 지나칠 수 없는 노년이 지닐수 있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살아낸 삶에 대한 자부심과 그 자부심으로 자기 안의 죽음을 향해 결연하고 부드럽게 ' 그래'를 말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살면서 목도한 정의롭지 못한사회와 국가, 자본주의를 향해 타협없이 표출하는 깊은 절망과 분노, 나눔이나 신뢰보다는 이기적인 배신을 택했던 이웃아닌 이웃을 용서하지 않는 고집으로 나타날 것이다.
나이듬에 따라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상황은 많이 나빠지겠지만 노년기 역시 ' 살아온 대로 사는'게 가능하며 그렇게 이제까지 살아온 대로 살 때 노년의 모습은 보기 좋고 아름다울 수 있다. 인간의 삶은 궁극적으로 이야기 된/되어야 할 삶이다. 그런 점에서 노년은 살아낸 삶의 주름속에서 숨쉬는 이야기가 발현되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이야기 속에서 살아온 과거가 현재하되고 또 가까이 다가온, 아니 그동안 내내 삶의 실핏줄 속에서 함께 흘렀던 죽음의 시간이 선취된다.
나이 든 사람의 삶의 구체적인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무대위에서 아등바등 안간힘을 쓰고 용을 쓰는 대신 아래로 내려와 관객이 되고 어떤 일을 할 때 한 템포 늦추는 것, 어지럽거나 언짢은 마음은 시간 아래 두고 곰 삭이는것, 평범하게 말하면 순응, 고상하게 말해 혜안, 이런 태도나 지침에 따라 몸이 허락하는 한 몸을 쓰는 노동을 더하는 삶이 순리에 따르는 노년의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안전한 노후는 단지 노년만의 의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대를 어우르는 의제다. 의료와 경제 문제일뿐 아니라 '더불어 삶'이란 의미에서 사회문제이며, 언어 표현을 선두로 한 문화 문제다. 안전한 노후를 위해서는 복지국가 차원의 정책이 꼭 필요한 만큼 모든 연령대를 관통하는 시간성의 이해 역시 필요하다. 시간적 존재로서의 인간 이해는 서로 다른 연령대가 연대해서 모두 함께 안전하고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노년의 삶에 필요한 두가지 요쇼로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내 존재를 넘어 변화하는 세상과 컨택트하는 안테나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의 문화생활과 자기표현을 통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구축하는 일이 더해져야 하지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