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비 소식이 있어 더위가 조금 가실 것으로 보인다. 농촌에서는 서서히 가을 채비를 시작하지만 선선한 가을 날씨는 아직 멀다.말복(15일)과 처서(23일)를 지났으니 비로소 더위가 물러간다. 의도적으로 이 시기를 택해 휴가를 가는 사람들도 있다. 혼잡도 피하고 제대로 대접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 하늘이 한층 높아졌다. 탱자나무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늙은 호박. 통통하게 알 밴 벼 이삭.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 암컷을 부르는 매미 울음소리가 갈수록 애처롭다. “찌르르∼ 찌르르∼” 뜰에선 밤새 풀벌레 경 읽는 소리. 한여름 내내 졸고 있던 고양이가 눈에 띄게 바빠졌다. 가을이 도둑처럼 오고 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식욕도 늘어난다. “가을이면 말이 살찐다는데 사람도 살찌는 게 자연의 순리”라는 건 과식과 폭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변명. 말과 사람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가을에 말이 살찌는 이유는 겨울에 먹을 풀이 없어 미리 많이 먹어 둬야 하기 때문. 사람에겐 겨울에도 먹을 게 지천이다. 과체중을 막으려면 말을 핑계 대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