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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신조어.


BY 사교계여우 2021-03-03

내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 가장 오래된 유행어는

[오늘의미션] 신조어.
영구 읎다 되시겠다. 아마 TV 내용을 이해하기 시작할 나이 즈음에 히트해서인 거 같은데, 하기사 워낙에 유명한 유행어라 이 이후 태어난 90년대생들도 대충 알지 않을까. 이주일 유행어 몇 개 정도는 나도 아는 것처럼.

이 외에도 맹구가 나와서 '난 죽어도 리바이벌은 안해애~!', '배트매애애앤!' 같은 것도 유행을 했는데, 아무래도 으르신들의 눈에는 영 아니었던 듯, 애들 보는 잡지나 어른 보는 잡지 가리지 않고 중간중간 사설조로 '외래어 사용으로 한글 파괴가 심하다', '어린이들 유행어 남발 심하다', '아이들이 바보 흉내를 내며 웃는 게 정상인가' 같은 논조의 글이 곧잘 실리기도 했었다.
물론 그따위 글에 콧방귀라도 뀌는 아이들은 한 명도 없었지...

사실 '아우 열받어'라는 단어도 90년대 극초반 코미디프로 유행어였던 걸로 기억한다. 의미가 노인네들에게도 확실하게 와 닿은 탓인지 의외로 별 저항 없이 거의 표준어화 되었고, 지금 애들은 빡친다라고 쓰는 거 같은데 이것도 거진 10년은 묵은 단어 아닌감 ㄷㄷ.

저런 신조어에 대한 비난 논조는 한마디로 '내가 못 알아처먹겠으니 쓰지들 좀 마라'고 요약할 수 있겠는데, 90년대 초에야 사회가 워낙에 보수적이라 그랬다손 쳐도 지금 와서 또 이런 해묵은 헛소리들이 나오는 건 의외다. 조금 어중간하게 나이가 들었을 땐 'YWCA나 기독교 단체들이 저런 거에 지랄 꽤 했었나보다'했지만 요새 뉴스를 보면 꼭 그 쪽만이 소스는 아니더라고.

꽤 재밌는 현상이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고등학교 졸업할 정도로 조금 대가리 큰 놈들은 자기네들이 신세대니 X세대니 하면서 기성 문화와 가치관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었다.
그 중심에 있었던 20대 초중반 세대는 어릴 적에는 심형래의 영구없다 한마디에 와르륵깔깔 웃어댔고, 지금은 못해도 40대 초반에서 50대로 달려가고 있는, 사회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연령대가 돼 있다. 그런 사람들이 이제는 '애들 신조어 못 쓰게 해야 한다' 소리를 내고 있는 셈. 부모님 세대가 입버릇처럼 하시던 '너도 나이먹어 봐라'는 거짓말이 아니었던 거시다!

어쩌면 X세대는 유명세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영향력이 적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 그네들은 초 보수적인 교육을 받아왔었고, 9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 즈음 IMF 터져서 X세대니 뭐니 하는 건 순식간에 운지해 버렸으니까.
그 대신 약간의 시간이 지나 주류로 떠오른, 소위 ADSL 세대야말로 디씨를 필두로 한 폭풍같은 인터넷 신조어 창조와 파괴의 중심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 아마 '아햏햏'부터 쓰던 세대는 지금 아무리 젊어도 30은 넘겼을 터이다. 그러니까 지금 내 세대 말이다...

즉슨 현재 30대만 돼도 그런 신조어에 그렇게 쓸데없이 예민하게 굴지는 않을 확률은 높지만, 그래도 당분간 저런 케케묵은 뉴스는 계속 나올 것 같다. 지금 30대들은 다 좆대가리 하나 말고는 가진 것도 없는 빈털터리 투성이라 결혼도 못 하고 자빠진 중인데 10년이든 20년이든 지나본들 지금의 4~50대마냥 사회의 중심층으로 서기가 힘들다고?

결국 지금의 40대가 80대, 90대가 되어서도 '이 고오얀 놈들'하면서 신조어에 계속 딴죽을 걸어대겠지. 그 때 우리 세대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나이를 더 먹어봐야 알 일이지만, 나이 먹기는 싫다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