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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멋]바다의 우유 ''굴''


BY 최기옥 2004-09-02

“진정한 미식가는 레몬이나 식초나 후추를 넣지 않은 굴을 삼킬 수 있어야 한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지은 알렉상드르 뒤마는 책으로 벌어들인 저작권료의 대부분을 먹는 데 쓴 미식가로 유명하다. 그는 특히 굴을 좋아했다.굴은 예로부터 서양 사람들이 즐겨먹었던 고급 음식의 하나로 17세기, 프랑스 루이 14세 때는 파리에 굴 판매점이 2000곳이나 있었다고 한다. 먹거리로서 굴의 역사는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동양은 물론 서양 어느 곳에서나 수천년 동안 쌓인 조개무덤에서 굴을 먹었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수렵이나 고기잡이조차 없었던 시절 굴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영양 공급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영양 공급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굴을 즐긴 것은 아니다.로마의 방랑시인 아우소니우스는 “굴은 기름이 가득 차 있고, 눈처럼 희고 달콤한 즙이 바닷물의 소금 맛과 어우러져 훌륭한 맛을 낸다”고 했다. 지나친 식탐으로 결국 패망의 길을 걸었던 로마인들은 굴을 즐겨 먹었는데, 황제 위테리아스는 생굴을 좋아해 한꺼번에 1000여개를 먹었다고 한다.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프랑스 보르도에서 난 굴을 포도주와 더불어 높게 평가했는데, 굴과 함께 포도주를 마시는 식습관의 유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로마인들의 ‘굴 사랑’은 유럽에 널리 전파됐고, 서양에서 굴은 빠질 수 없는 식도락 메뉴로 자리잡았다. 희대의 바람둥이인 카사노바는 여자들을 유혹할 때 함께 굴을 먹었으며, 19세기 소설가 발자크는 한번에 1440개의 굴을 먹었다고 알려져 있다.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도 굴을 좋아해 한번에 175개의 굴을 먹었고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식사 대신 굴을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에는 글리코겐, 타우린, 아미노산을 포함하는 단백질, 비타민, 셀레늄, 아연 등의 영양분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다. 특히 글리코겐은 사람을 피로하게 만드는 유산의 증가를 억제하고, 아연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활성화해 최음과 강장의 효과가 뛰어난 식품이다. 그러나 굴의 높은 영양과 맛에도 불구하고 아무 때나 함부로 먹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우리나라에서는 “보리가 피면 굴을 먹지 말라”고 했고, 영국에는 “R자가 없는 달(5∼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속담이 전해진다. 싱싱함을 생명으로 하는 굴은 그만큼 상하기 쉽기 때문에 날씨가 따뜻하면 쉽게 부패한다.지금이야말로 굴을 먹기에 적기인 셈. 11월부터 살이 오른 우윳빛 굴이 입맛을 절로 다시게 한다.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캘리포니아 레스토랑 실란트로에서는 2월 말까지 ‘굴 요리’ 축제를 열고 있는데 굴찜, 생굴 샐러드 등 20여 가지의 다양한 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도 2월 말까지 생굴 10개와 무제한 샴페인을 제공하는 특선메뉴를 선보인다.요리법이 간단해 집에서 해먹는 술안주나 영양식으로도 안성맞춤이다. 글 엄형준, 사진 황정아기자/ting@segye.com(도움말 밀레니엄 서울힐튼실란트로 노희룡 주방장·사진)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굴 요리 3선 ① 굴찜고소한 맛의 굴을 즐길 수 있다.생굴을 흐르는 물에 잘 씻은 다음 가열한 중탕 냄비에 10분가량 찐 뒤 한쪽 껍데기를 제거한 후 접시에 담으면 된다.칠리소스나 칵테일 소스와 잘 어울린다. ② 최고의 요리(?) 생굴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고 본래의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그냥 먹거나 초장 혹은 칵테일 소스에 찍어 먹는다.칵테일 소스는 토마토 케첩 130đ에 레몬주스 5đ와 우스타드 소스 10đ, 홀스래디시(향신료) 10g, 핫소스·소금·후추 약간을 섞어 만든다. ③ 베이컨말이 굴꼬치구이굴을 잘 먹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알맞다.굴의 느끼한 맛을 줄여준다.신선한 굴을 레몬주스와 소금물에 잘 헹구어 준비한다음 베이컨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 굴을 만다.꼬치에 2개씩 꽂아 그릴에서 색을 낸 후 오븐에서 익혀낸다. 세계일보 01/29 1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