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케이크 만들기는 아주 쉽다.
데코랄 게 없이-
그냥 대충 만든 케이크 위에 적당히 딸기를 올리면 먹음직스러워보이기 때문이다.
조카님 돌에 케이크를 안 올리려고 하다가
갑자기 올리게 되어서
후닥닥 내가 만들어서 갔다.
지난번에 만들었던 피칸을 넣은 머랭 케이크를 만들려고 했는데
피칸 양이 미묘하게 부족해서 그냥 일반 케이크를 굽게 되었다.
케이크 시트는 전날 밤에 구워놓고 식혀서 지퍼백에 넣어두고
다음날 크림을 만들어서 케이크를 완성했다.
코스트코에서 세일할 때 사둔 필라델피아 크림치즈가 있어서 미리 꺼내뒀다.
사실은 치즈케이크를 만들려던 거였지만... 치즈케이크 근처에도 안 갔군.
부드러운 크림치즈에 설탕과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고 잘 섞고
휘핑크림은 설탕 없이 충분히 휘핑을 올린다.
그리고 둘을 섞어준 뒤 잘게 썬 딸기를 조심스럽게 섞으면 딸기 크림치즈 생크림 완성!
구워둔 케이크 시트 위에 크림을 아주 듬뿍듬뿍 올린다.
케이크 시트... 로 말할 것 같으면
원 레시피의 케이크 시트는 굽고 나서도 온 면이 아주 새하얀 색인데
왜 같은 온도에서 구운 내 케이크는 일반적인 스펀지 케이크 색인가 하는 점은 됐고
반죽을 두 개의 팬에 나눠 담고 굽는 건데
문제는...! 나는...! 같은 사이즈의 팬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거의 나...
왜이리 쫀쫀했니?
케이크 팬 얼마 하지도 않는데
한번쯤은 이런 케이크를 만들 상황을 예상했어야지.
서양 레시피를 보면 높게 구워서 커팅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팬에 나눠 담고 구워서 합체하는 경우가 많잖아.
적어도 2개는 사뒀어야지... 휴.
어쨌든 팬이 하나인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쉬폰케이크 틀이 사이즈가 거의 비슷한 게 있어서 이걸 어떻게 쓸 수 없나 해서
커다란 유리 파이틀에 쉬폰케이크 틀(가운데에 큰 구멍이 뚫린)을 얹은 뒤에
유산지를 끼웠더니 그럴싸했는데
반죽을 나눠담고 구우려니... 아차... 두 개가 동시에 내 오븐에 안 들어가네 : )
결국 두 번에 나눠서 구웠다는 슬픈.. 이야기...
팬은 좀 2개씩 사둡시다.
이렇게 크림 듬뿍 바르고 2단으로 쌓아 올리고
아주 치덕치덕 듬뿍듬뿍 크림을 바릅시다.
아주 형편없죠?
괜찮아요.
쨔잔~
딸기를 올리면 마법에 걸릴 수 있거든요.
케이크가 엉망이라고 걱정하지 마세요.
딸기를 올리면 딸기만 눈에 보인답니다.
이걸 조심조심 들고 오빠네 집에 가서 전달했다.
유리판이라 겁나 무거운 것.
그래도 한번 사두니 끌 일은 있네.
이전에는 첫째 조카 백일 케이크 전달할 때 썼지.
보통 수제 케이크를 누군가에게 줄 일이 없으니까...
크림 쬠 남은 건 담아줬다가 내가 딸기와 함께 먹어치웠는데 아주 맛있었다.
마스카포네 치즈를 생크림과 섞었을 때만큼 고급진 맛은 아니었지만
크림치즈 특유의 산미가 딸기와 잘 어울어져서 조화롭고 리치한 맛이 일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