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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모지란 딸이 있다


BY 2010-03-10

올 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나의 딸은 아직도 구구단을 외우고 있는 중이다.

장애아인데 특수학교에 왜 안보냈냐고 주위에서 눈 빛으로 묻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그냥 일반학교에 들어가면 들어가는 대로 떨어지면 그런대로

적응할려고 했다.

 

 처음엔 아이도 무척 당황한 눈치였다.

또래인 애들과 비교해서 자신이 뭘 못하는 지 뭐가 부족한 것인지 잘 모르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이 아이의 머릿속에서 무슨 화학작용이 벌어질지

늘 궁금하다.

 

그 덕에 내가 어이없게 웃고 산다. 슬퍼야 하는데 이럴 땐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서 걱정도

같이 덤으로 듬뿍 해 줘야 하는데 애가 나를 자꾸 웃긴다. 깔깔대게 한다.

 

먹는 것을 참 좋아한다. 특히 통닭, 치킨, 닭도리탕, 삼겹살. 아이스크림. 그리고 맨 마직막순위는

밥이란다. 다행이지, 고기만 좋아하면 엄청 살이 찔텐데.

 

한 번은 닭을 사오라는데 그 닭 메뉴가

" 간장에 쪼들린 닭 한마리 사 와?"

내 참  세상에 어느 닭이 간장에 쪼들려 사는 것을 봤나 보다.

그런 닭은 어디서 팔까? 물었더니

" 당연히 치킨집에서 살지?"

 

나는 아이를 데리고 가끔 순대국집을 데리고 가서 딸아이는 순대국에 나는 막걸리 한 잔을 마시고 오는 일이 몇 번 있었는데, 그 때 그 식당에서 돼지머리가 붉은 다라이에 푸욱 담궈져 물이 철철 넘치게 해서 아마 피를 빼는 작업을 유심히 보았나 보다.

" 엄마! 돼지는 왜 대머리야?"

난 그 질문에 그야말로 폭소를 저질렀다. 막걸리가 사래에 걸려 질식할 둣 목이 딱딱하게 굳어질만큼

웃었다. 그 때 그 시절 바깥에선 폭설인지 눈 발인지 비처럼 주룩주룩 내리고 병원비가 모자라 병원에 외상을 하고 딸아이를 데리고 다니던 때에 딸은 나를 그렇게 웃게 했다.

 

세월이 그렇게 쉽게 흐른다거나 함부로 갔다고 누가 뭐라고 험담을 할 리도 만무하지만.

아마 그 때 그 후로 돼지머리도 소머리도 모두 털을 밀지 않으면 남자의 수염처럼 깍지 않은 그 껄끄러운 피부가 국밥으로 변신한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남의 관점으로 소위 가장 과학적인 기계에 머릿속을 몇 번 뒤집히고 젖히고 무수히 찍어대는 진단에  나의 딸은 분명이 지능이 평균미달이고 아직 숫자 감각은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이며. 본인도 무엇을 더 알아야 하며 , 배워야 하는지 잘 모르지만 이 아이가 나에게 엄청 큰 삶의 지렛대가 되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다.

 

지금 가장  어렵고 지금 가장 견디는 것이 힘들때

누군가에게 부족하게 보여서 위로가 되고 받고 하는 행위가 가족안에서도 얼마든지 일어 날 수 있다는

것을 말로도 책으로도 나타내기가 어려운 것을 아주 쉽게 깨우치게 했다. 

 

모자란 나의 딸은 성질급하고 욱하여 다혈질이 다분하여 늘 종종대게 하던 나를 천천히를 알려주고 느리게 도는 지구위를 밑줄치게 하였다. 눈 오는 저녁에 지는 해가 감춰져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눈오는 밤에 별은 보이지 않아도 별은 떠 있다는 것을  어둠에 젖은 밤 하늘을 쳐다 보게 했다.

 

늘 유쾌한 아이는 행복하다. 아니 그러기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원래 아이들은 누구의 시선에 즐겁거나 행복한 즐긋기에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걸 아는데 참 오래 걸렸다. 나도 좀 미련하다.

 

오늘 슈퍼에서 생막걸리 한 통, 두부 한 모.울 딸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한 통을 사고 전화해야지.

" 울 딸 엄마가 니 아이스크림 샀다아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