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글쓰는 사람이 아니다.

어디서 글을 짓는 법이나 쓰는 법도 배운 적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한 적도 별로 없다.

왜냐하면 내가 읽고 쓰고 이해하면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순전히 내가 이해 못하면 그건 내가 잘 못 쓴 것이고,

내가 이해를 해서 머릿속에 쏙 들어오고 기억이 잘 나면 그건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책은 잡식성으로 별 걸 다 본다.

읽다가 만 책도 부지기수다.

그림이나 만화가 있으면 하루종일 인수분해하듯이 뚫어져라 봐도 지루하지 않다.

청소년 권장도서나 무슨 철학책을 맘 먹고 한 번 읽다가

주위가 산만해서 못 읽은 게 아니고 이해를 잘  못해서 도저히 내 머리속이

더 뒤죽박죽이 되니까. 그런 책은 과감히 내 목침 베개용이다.

책 재미없으면 수면제가 된다. 원래 잠퉁인디.

 

독서는 잘 못한다.

원래 독서라고 하는 것은 독후감을 써야 한다는 이상한 것을 먼저 알게되어

나는 독후감을 쓰기 위한 독서는 질색이다.

그래선가 백일장이나 독후감 쓰기 대회나 하다못해 신춘문예공모나 단 한 번도 응모를 한 적이 없다.

 

그러다가 인터넷시대가 바야흐로 열린 것이다.

메일도 나는 처음엔 피씨방에서 파는 물건 인 줄 알았다.

처음 피씨방 알바생에게 묻는 말

" 메일 하나에 얼마예요?"

신분증 갖고 왔냐고 하고 친절하게도 그 학생이 만들어준 메일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

나는 그 피씨방에 단골로 드나들어 회원으로 가입하고 내 메일을 만든 그 피씨만 사용했다.

거기서 만든 메일이 그 피씨에서만 사용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다른 피씨방을 간다는 것은 큰 일나는 줄 알았다.

이 사실을 빌게이츠가 알면 기가 막힐 것이 틀림없다.

 

인터넷시대는 나를 혼수상태에 시달리게 햇다.

소위 요즘 말하는 디지털시대에 왠 아날로그가 버벅대게 하니 신경질을 내고 짜증도 났다.

그래도 어떻개 자판하나 하나 찍어서 병아리가 모이 쪼던 독수리가 타법을 배워 날던 시간이 흐르면

길이 나고 궁하면 통하다고 하더니 그게 딱 나에게 맞춤인 것이다.

 

하얀 도화지에 조잘 조잘 수다 떠는 것을 알게 되어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별 게 아니었다.

내 주위엔 아직 이 피씨를 마주하고 나처럼 글을 쓰듯이 수다를 떠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내가 이렇게 허공에이어진 선이나 줄도 없이 온동네 소문 퍼뜨리던 말던 하다못해 울 옆집 할머니도

전혀 모른다.

 

요즘 글짓기 열풍에 논술에 글 잘 쓰기 바람이 유행인가 보다.

글 잘 짓는 사람이 성공을 한다 못 짓는 사람이 못한다 그런 책도 나오고.

논술고사를 잘 봐야 좋은 대학도 갈 수 있는 세상이다보니

새로운 사교육도 팡팡 큰 소리치고 과외비도 상상도 못할 만큼 대단하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써요?

세상에 나보고 이렇게 묻는 댓글을 보고 나도 막연하게 준비없는 대답을 하자니

자신이 없다. 달리 국문학과가 대학에 있을까? 박사들이 글짓기 고수들이 이런 비법을 감춰놓고 알려 주지 않나?

내가 아직 대학을 가지 않아서 모르는 세계이지만 책임은 있다.

 

새삼 요즘 내가 이 글쓰는 일에 고개가 숙연해지는 이유다.

밥벌이로 , 돈벌이로 . 명예를 얻기 위해서 글을 썼다면 나는 한 줄도 쓰지 못햇을 것이다.

내 인생이 하루하루 진주 목걸이처럼 꿰어 엮어 나가는데 기록이라면 기록이고

나만의 생활의 역사라고 메모라도 해 둬야 나중에 늙어 심심하면 아! 그 때 몇 살 때 뭐했나?

이런 정도의 자료파악을 하고 싶었다.

 

지금도 나는 이 생각에 변함이 없다.

단 내가 원하던 안하던 내 글이 일파만파 번져서 다른 이에게 읽히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내 생각을 표현하고 쓸 것이다. 할 수 있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