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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대학을 졸업하면 77만원 세대된다.


BY 2009-08-29

최근 일선 학교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한숨만 나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부 학교에서 기껏 잘 만들어놓은 학교도서관에 1등부터 10등까지 성적우수자만 들어갈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성적으로 줄 세우기가 강화되면서 토론식 수업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도 했다.


그렇게 해서 우수 대학에 입학해도 졸업하면 대부분 백수로 전락한다. 기껏 취직해도 비정규직에다 ‘88만원 세대’로 만족해야 한다. ‘88만원 세대’는 ‘77만원 세대’로 추락한 지 오래다. 교문을 나서는 것이 두려워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따보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될 뿐이다. 1년에 박사급만 8천명이 배출되니 능력에 합당한 자리를 찾기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


그들 중의 일부는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지내며 눈물겹게 정규직 교수를 꿈꾼다. 능력이 있을수록 자리를 잡기 어렵다. 기득권자들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보다 실력 있는 사람을 뽑지 않는다. 시간강사는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전국을 누벼야 한다. 이동하는 차 안이 그들의 연구실이다. 그나마 한 대학에서 2년 이상 강의하기도 어렵다.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발령하기는커녕 싹을 자르는 대학이 절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이제 대학 강사는 아무리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워킹 푸어’의 전형이 되어가고 있다. 미안하지만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든 그들에게서 세상을 이겨낼 비전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런데도 대학 강의의 절반 이상을 그들이 맡고 있다.


대기업에서는 일류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을 채용하려 들지 않는다. 이미 5~6년 전부터 일부 대기업은 일류대학 출신을 외면하고 해외박사를 우대했다. 아예 미국 등지로 나가서 직원을 직접 뽑아오기도 했다. 그러니 이 땅에는 ‘기러기 아빠(엄마)’가 넘친다.


운이 좋아 일류기업에 입사해도 세 명 중에 한 명은 1년 안에 퇴출된다. 30대 이전에 나머지의 절반은 그만두어야 하고 40~50대에는 다시 절반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 그러니 일류대학을 졸업하면 평생 상승의 에스컬레이터를 탄다는 말은 이제 거짓말이 되었다. 이처럼 대학 중심의 엘리트 사회는 붕괴된 지 오래다. 그러니 ‘대학의 절망’이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 인문사회과학 계간지가 종간했다 한다. 이미 있는 잡지의 대부분도 회사의 이미지 때문에 억지로 버티는 것일 뿐 제작비나 인건비는커녕 원고료도 건지지 못한다. 그래서 출판기획자는 1~2년 안에 성과를 내기 위한 논문을 쓰기에 바쁜 대학교수들보다 블로그에서 자신의 장점을 발현하는 필자를 발굴하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읽어보려고 추려놓은 수십 권의 책 가운데 번역서를 제외하고도 절반 이상의 저자가 블로거였다. 아마 1~2년 지나면 그 비율은 90퍼센트 가까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학의 구성원들이 깊게 생각해볼 대목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