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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가계부


BY 2007-03-10

백수가 되니 당연히 수입은 없다.

그러니 있는 돈도 잘 관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다고 남편의 농사는 한달에 한번씩 통장으로 들어오는 월급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별로 타박하지 않는다.

일년 열두달 매일 먹을 쌀을 공급하는 것이니

돈은 못 번다고 할 것도 아니고 결국은 돈으로 쌀을 살 것이니 달라지는것은 없다.

 

다달히 세금은 내야 되니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듯이 통장내역을 확인하는 게 내 가계부다.

전기요금은 한달에 만 이삼천원이고, 건강보험료는 한 이만원 안되게 자동이체되는데.

남편의 손전화요금도 한 이만원 이쪽 저쪽 들쭉 날쭉이고. 남편의 공제보험료는 만오백원 이고 그러고 보니 육칠만원은 고정적으로 결제가 되는 내용이다.

 

요즘에 딸내미가 중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신학기라 아이한테 솔찮이 돈이 나간다.

교복은 재활용으로 물려입기를 해서 따로 지출은 안했는데.

대신에 블라우스와 체육복, 실내화 이런 거 저런거 해주다보니 한 육만원은 지출됐다.

 

집에 피씨가 없으니 당연히 통신비용도 없다.

인터넷으로 택배를 이용한 소비자도 못되니 별로 할 일이 없다.

유선전화도 없으니 전화요금도 나 갈일이 없고.

그렇다고 당장 큰일도 나중에 보면 별 일도 아닌 것으로 된 적도 있다.

 

교복단추를 새로 달아 줘야 되서 교복집에 갔더니 거기 사장님이 그런다.

딸내미 고등학교 갈 때는 꼭 우리집에서 사세요? 하며 치마 단부터 호크를 다시 달아주고 단추도 그냥 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다.

꼭 그러지요... 후후.

 

중삼되는 아들이 나를 보더니 돈 만원만 달란다.

뭐에 쓸거냐고 물었더니 책을 살려고 한단다.

참고서 살 거냐고 했더니 그런거는 안산단다.

참고서가 필요 할텐데 했더니 참고서도 물려쓰기를 해서 그냥 학교에서 나눠 준단다.

고마운 일이다.

 

나는 마트에 잘 가지 못한다. 거리상 멀기도 하지만 한 번가면 언제 또 올까 하는 심정으로

이것 저것 당장 필요하지 않는 물건들을 무의식적으로 집어들게 된다.

 그렇게 집에 있는 물건들은 잘 생각도 안난다. 그래서 일단은 무조건 마트로 향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 당연히 돈 나가는 일도 별로 없어졌다.

 

 집근처에 작고 사소한 푸성귀들은 그냥 서로 나눠먹기 때문에 부식값은 일단 굳었다.

얼마전에 뉴스를 보니 아이들 과자며 음료수자판기등은 학교매점에서 판매를 못하게 하는법이 통과되었다고 한다 햄광고도 시간대로 금지하는 것도 발표되는 것을 본 아들이 그런다.

 

 저것도 엄마가 전화해서 하지말라고 한 거여?

엄마가 무슨 힘이 좋아 날마다 방송국에 전화걸어 귀찮게 해도 될지말지 할 일이 나는 아이들에게 몇 년전부터 가공식품의 정체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일체 사오지도 않았다. 그러니 또 돈이 나가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다른 집에는 잘 먹는데. 왜 우리는 못먹게 하냐고 볼멘소리를 하였다.

이젠 그 소리는 쏘옥 들어갔다.

이젠 매점에서도 못 팔게 하는 과자며 음료수들은 애시당초 엄마가 먼저 사주지 않았으니

아이들은 이제야 안 것 같았다.

 

그 대신 자연에서 일차적으로 생산되는 식품들은 무진장하다.

감자며 고구마에 음료수대신 천연 식혜에 오미자차를 수시로 해주었는데

아이들이 건강해지고 성격도 밝아지고 일석삼조다.

 

병원에 갈 일이 없으니 또 돈이 나가지 않는다.

감기에 걸리면 한 삼사일은 지켜본다.

왜냐하면 우리몸은 자기면역성이 꼭 있다.

어지간한 병은 자신의 면역성으로 자가치료기간을 준다.

약은 음식에서 추출한 정제성분이다. 그러니 음식으로 조절하면서 식이요법으로 면역치료를 하는 법은 이미 선진국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대체요법이다.

누구나 배워서 자신의 실 생활에서 적용하는데. 특히 많은 돈을 들지 않고 부작용없이 치료가 되기에 꼭 필요한 상식이다.

굳이 따로 돈 벌어서 돈을 모은다면 나중에 아들내미 장가를 간다고 하면

그 때 혼자서 자립을 하던 공부를 하던 종잣돈은 주어야 될 것 같기에 한달에 육만원짜리 정기적금을 가입했다. 보험처럼 보장기능도 있어 따로 보험료도 나가지 않으니 부담이 없다.

 

두 아이가 학원에 안가니 사교육비도 부담이 없다.

아이가 뒤처진다고 걱정은 내가 안한다. 중요한것은 본인의 바른 앎이기 때문이다.

아들이 한 번은 그런다. 내일 시험본다고 오늘 공부한 거 시험 보고 당일 다 까먹는단다.

그런 시험이나 공부는 아무 의미가 없단다. 하긴 나도 벼락치기로 시험 본 적은 있지만  달달 외웠던 교과서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요즘은 고민이 하나 있다.

나도 있는 것은 시간밖에 없는 백수인데

어디 자원봉사하는 데를 찾아 봐야 될 것 인데.

원체 게을러서 이게 또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