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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끄댕이를 잡고


BY 2007-02-23

머리 끄댕이를 잡고 신나게 욕을 하면서 살았던 울 아줌니들이 늙어간다.

어렵다면 무지 어렵고 쉬웠다면 싸움에 말리기를 곁들여 양념처럼 맵고 쌉싸름한 우리들의

지난 과거가 불과 몇 십년전이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잘 살아서 과거를 빛내게 해 줬다고 보상해주는 정책이 기껏 노인 복지정책이니 노후대책에 힘입어 밀려 돌아가는 썰물처럼 대한다.

 

 나도 언제가는 또 다른 정책에 밀려서 끝없는 열등감의 정체를 안고 밀려나거나  뒷방노인들의 한 종족이 될것이 분명하기에 이제라도 입을 열어야 그래도 명색이 피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늙음은 절대로 초라하다거나 불쌍하다거나 힘없다는 형용사의 대명사는 아니다.

우리가 전부터 이뤄졌던 유전자중에 반드시 포함 되어 있는 성분중에 종착역이고 끝이다.

그럼에도 모두들 늙음은 귀찮고 느리고 험하게 보는 시선은 지금의 자본주의의 속성에서 촉발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즉 돈많은 늙음은 존경으로, 그렇지 못한 것은 또 다른 멸시와 범벅을 한 하대로 몰아부치는 것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당연한  사실이 되었다.

 

 그 노인이 전에는 분명히 사람이었고 아니고가 아니다. 현재의 모습이 가장 중요한 것에. 특특히 외적인 상태에 치중하니 쭈글쭈글한 주름은  쓰레기처리장에서 다른 일반폐기물보다 더욱 못난 경우가 되었다.

 

 여기에 국가적인 차원의 복지정책을 들여다보니 더욱 한숨만 날 지경이다.

순전히 돈으로 쳐들여 당장당장 달래는 정책인 복지허구 투성이다.

언제부터 우리들이 선진국을 빨리 되어 달라고 사정했나?

안 그러면 나라가 망한다고 윽박지르기는 선수다. 거기에 겁도 먹고 지레 주춤하는 우리들의 늙음은 하찮아 보인다. 그래서 국민연금도 잘 내란다. 못내거나 안내면 나중에 늙으면 보잔다는 협박처럼 들리는 세금이다. 나에겐 별로다 . 연금은...

 

 대신에 늙음이 하룻밤새에 진행이 되버리는 실험이 아니다. 느릿느릿 지혜가 자라고 경험이 뭉쳐져 삶의 기술이 절정으로 뭉쳐진 빛나는 별과 같다는 시선을 한 번 권장하고 싶다.

 

 애들 동화에서처럼 어느 멋진 임금님이 전용 마차에 수십명의 신하를 거느리고 지혜를 구하러 누구를 찾아가는 데, 그 지혜인이 90이 다 된 한 노인이었다. 이 노인은 오후의 햇볕에서 웃통을 드러내고 입었던 옷을 뒤집어 솔기마다 스멀 스멀 기어다니는 이를 잡고 있는데.

 

 임금은 그 앞에 무릎을 꿇어 현명한 자여 저에게 지혜를 베풀어 주소서 하고 정중하게 비니

그 노인은 말은 없고 답도 없다. 자꾸 임금이 보채니 그제야 귀찮은 듯이 한마디 하니

저 태양을 가리지 말라... 나는 지금에야 오늘의 햇빛을 처음 봤으니 저리가라고 하고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고 한다. 

 

 오래 된 태양은 우리보다 더 늙엇다. 그것도 몇 백년 묵은 여우보다 더 무한한 나이을 갖고 있다. 지금도 그 나이를 재고 세고 있는 천문학자와 과학자들이 끙끙대고 있어도 못 푸는 미스테리다.

 

 나에게 있어 반드시 올 나이 먹는 것을 가장 축복으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느닷없이 오늘 죽을까 내일 죽을까 우울증도 별거 아니게 된다.

어디 산다는것이 하루만 고민하라고 내 준 숙제인가?

 

 나도 오늘 오늘 하면서 두고 두고 되새김질 하는 노인이 되어가고 있음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