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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그래서 시어머니


BY 2006-02-20

시집 식구들 속은 알수가 없어.

이래도 탈 저래도 탈..특히 시어머니 속은 더 그래.

이이구 이놈의 팔자..

 

감기 걸려 코를 킁킁 거리는 나에게 58년 개띠 아주머니는

욕을 늘어지게 하신다.

 

이선생 보기도 그렇지요. 내 팔자가 그러냐구..

아니요..괜찮으신데요..(훌쩍 훌쩍)

 

일주일에 한번씩은 오신다.

아주 작은 일 가지고도 꼭 전화를 하신다.

 

\" 그냥 넘기세요.

마음에 담지 마세요. 사모님 생각에 그렇지 괜찮아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얼마전에 아들 장가를 드렸다.

남편은 공무원 이신데.. 잘 나가는 공무원이다.

2남 2녀의 다복하게 자손을 두었으며, 모두 그만하면..

막내 아들만 빼고는 결혼도 잘 시켰다.

힘든 것이 있다면 줄지어 애들을 낳았고, 시집에서 큰 며느리

빼고는 괜찮은데..이 사모님 노상 걱정거리가 지천이다.

큰 며느리라도 소위 있는 집 이니 그렇게 까지 힘들지는 않았겠는데..

 

헌데 이분이 속상한것은 이것이다.

있다보니 까탈스러운게 한두가지가 아니란다.

하물며 물그릇을 놓아도 한사람씩 다 대령을 해야 하고..

아버님 어머님 외출하거나 시누 시동생등 오고 갈때 모두 배웅을

해야 하고..(애 젖을 먹이다가도 나가야) 한다고 했다.

신발은 늘 가지런히 있어야하고, 저녁이면 각 방마다 자리끼는

필수 였다고 했다.

애들 간식 챙기는 거 보다 시누이 시동생 도시락이 더 걱정 이었으며

술이 떨어지면 시아버님 어긋장에 눈시울 붉히는 날이 한 두번 아니었단다.

 

\" 왜 시집은 가나..특히 있는 집 이라고 시집 가봐야 고생만 고생만..\"

 

이렇게 사모님은 내게와 하소연을 하신다.

변변히 친구도 없으시다.

왜냐하면, 30년을 넘게 속마음 털어 놓을 사람이 없어 익숙치 않은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오면 눈물 반 콧물 반이다.

이런데..

시아버님은 돌아가셨고, 시어머니는 치매끼가 있는데..큰 며느리이니 돌봐야 한다나.

모시지도 않으면서 시어머니가 뭐라하면 시동생 시누이가 왕왕 거린단다.

 

\" 지들은 안 모시면서 말들은 어찌나 많은지\"

\" 말하세요..니들이 모시라고..\"

\" 아이구 이선생 배나무에서 사과꽃 피라고 그래 말두 안돼지\"

 

왜 말이 안될까!

 

늘 지독히 사람들이 그 일에 익숙해지면 스스로가 탈피는 하고 싶으면서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게 세상의 전부인거 처럼 익숙해져서 고립무원이 되는 수가 다 반사다.

그게 어쩜 인생인지도 모른다.

 

\" 이선생 나 집에 가기 싫어 아이구 그 노인네..\"

 

말을 할 수가 없다.

처음엔 여러가지 말로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말이 들어가지 않는다.

늘 길들여진 상태가 그럴것이다.

특히 아들 며느리에게 자기가 했던 거 처럼 똑 같이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 어찌나 지저분한지 내가 오죽하면 개네들 방 침대 이불까지 개줘\"

\" 어이구 사모님!\"

 

그 집 며느리도 참 힘들겠다.

시어머니가 침대 이불까지 침범해서 성화니 이를 어찌 하란 말이요..

 

\" 사모님 내버려 두세요. 지금 시어머니 수발도 어려우신데. 왜 며느리

  일 까지 참견하세요. 전에 시어머님이 참견하면 좋으셨어요?\"

\" 싫지. 그래도 내가 없으면 안된다니까. 이선생이 우리 며느리를 몰라서

  그래.\"

\" 사모님 여기서 궁합 보구 여기서 다 했어요..제가 몰라요?\"

  객쩍은 웃음. 

 

이 사모님의 문제만이 아닌 사람들의 습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금 상기한다.

 

아무리 사주를 보고, 또 다른 어떤 대처방안을 내세워도 누구든

귀를 열고 듣는 사람만이 그 말의 허용가치를 얻어가는 것이다.

 

난 사주를 보면서 사주에 나와 있는 말만 하는 것은 아니다.

눈물 흘리고 싶은 사람은 눈물을 흘리게 내버려두고, 고단한 사람은

피곤이 풀리게 혼자 스스로 웃을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이 시대가 바라는 사주쟁이가 아닌가 싶다.

 

\" 난 이선생하고 이야기하면 맘이 아주 편해 나가..다음에 또 올께\"

\" 그러세요..요번엔 가셔선 절대 며느리방 들어가지 마세요\"

\" 알았어\"

 

밝은 목소리가 눈물 싹 콧물 싹이 되었다.

습관화 되어버린 여러가지 방법들이 어쩜 방법이 아닌 내 생활의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될 것이다.

 

시어머니 시어머니 우리의 시어머니..

나에게도 시어머니가 있고, 앞으로 나도 시어머니가 된다.

 

욕 먹는 시어머니 보다는 중용 잘 지켜 훌륭한 시어머니가 되야지..

 

이게 말야

생각보다 참 어렵다.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