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253

아이를 갖었어요.


BY 2006-08-16

남편의 이야기는 언제나..아내에겐 숙제 인가 봐요.

자는 아이들을 보면서..언제 어디서 왔니..

라고 말하며, 한참을 물끄러미 봤어요.

왠지..윤회의 소용돌이가 휘몰리는 듯한 착각에 빠졌어요.

 

어디서 오셨는지는 모르나..귀한 인연으로 귀하게 자라소서..

엄마의 마음을 읊조려 봅니다.

 

을사생 손님이 계십니다.

언제나 이런 저런 일을 물어 오시지요.

작으마한 키에 동안이시며, 눈 웃음까지..마흔 두살까지는 안보입니다.

특별히 맘 고생 몸 고생 없이 사시는 분이세요.

다만 고생이라면, 꿈자리가 늘 편치 않아 머리병을

앓고 있는 것이 큰 문제이자 숙제 입니다.

정신과에 가도 문제가 없고, 한약방을 가도 문제가 없고,

종합진단을 받아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본인은 아파 죽겠다고 눈물 이십니다.

그래서 저와 인연이 된 것이지요.

그 인연이 맞았는지..요즘은 편안하시다고..

종종 놀러 오십니다.

 

\" 여름 가기전 좋은 일 있으시겠네요\"

\" 뭔 일 일까!\"

\" 초록이 만연하니..기운이 맑다..\"

그러면서 웃었습니다.

사월에 있었던 일 입니다.

 

시무룩해서 들어 오십니다.

늘 웃는 얼굴이라 좋았는데..예전처럼 얼굴이 굳어서 깜짝 놀랐지요.

\" 왜 그러세요\"

\" 아...휴...\"

\" 물 드려요?\"

\" 네 주세요\"

한잔 따라 드리고 나도 한잔 덤으로 먹습니다.

 

\" 일났어요!\"

\" 누가 애 가졌어요?\"

\" 어머..역시..자기는 알았구나!\"

엥..무슨 소리..

\" 저 농담으로 한소리예요..어..애기 갖으셨어요?\"

\" 내가?\"

\" 어머 축하해요. 좋은 일 있겠더니..이게 좋은 일 인가 보다\"

\" 아니야..\"

손사례가 짖어집니다.

\" 우리 아들이 일을 쳤어요\"

\" 어..올해 대학 갔잖어요\"

\" 그러게..꼴에 남자라고 그랬지 뭐야\"

박장대소를 하고 웃었습니다.

\" 웃을 일 아니야..어쩜 좋아요\"

\" 즐거운 일이구만 뭘 걱정해요.

  아들이 엄마 인연 따라 가는 구만..\"

\" 그래서 더 싫어요. 내가 너무 일찍 시집을 와서..

  어렸을 때 추억이 없잖아요. 나 그거 싫었단 말야.

  더구나 지금 할머니 소리 듣는 것은 너무..\"

한숨이 늘어지십니다.

\" 할 수 없지요. 그렇다고, 찾아든 소생을 박절 할 수도 없고..

  결혼 날짜 잡어 얼른 시켜요\"

\" 궁합이라도 보고 그래야지\"

\" 무슨 궁합이요. 애기가 옵션으로 생겼는데..집은 다 졌지..뭐.\"

말을 하면서도 웃음이 나왔습니다.

 

스무살에 엄마 아빠라..

요즘 아이들..뭐 철이 있나요.

엄마가 해 주는 밥 먹고, 입으라는 옷 입고, 정해준 학교가서

공부하고, 주는 돈 받아 쓰고..

근데 남녀 합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하는 것을 보면..

타는 정열은 무조건 태워야 일이 끝나나 봅니다.

 

궁합을 풀어 보니..한 두번 쯤은 지독하게 싸울 운이요.

살겠다 못 살겠다..부모 애간장은 말려도 그래도 잘 살겠더군요.

물론 그러면서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지만..

 

인사 오라고 일렀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전화가 왔어요.

\" 엄마가 가 보라고 하셨어요\"

\" 여자친구도 데리고 와야 해\"

\" 옆에 있어요..준비 다 했는데요\"

이럴땐 동작도 빨라요..

느긋이 있다 서둘렀지요.

 

둘이 앉어 놓고 보니 잘 어울립니다.

아들 놈이 바람끼가 많아 걱정이고,

여자 아이는 속도 깊겠고, 남자 출세도 시키겠더라구요.

에그..좀 늦게 가지

뭐가 저리 급 할까..

 

\" 다른 사람들 보다 더 잘 살아야해요.

  철든 부모 되라고 아기도 찾아 왔고..

  그로 인해 양쪽 부모에게도 그지 없이 잘해야 해..알지?

  몸은 성숙한데..마음이나 생각이 성숙하지 못하면..

  성인이라 할 수 없는 것 처럼..애만 갖었다고..절대

  어른이 아니야..마음과 생각이 깊이가 있어야지..\"

 

이런 말들이 잔소리가 되지 않길 빌어 봅니다.

 

\" 어때 잘 살 거 같애?\"

\" 잘 살거예요. 착해요. 되바라지지 않았고,

  언니가 차근차근 가르쳐 사세요. 괜히 있다 없다

  나이 차서 서운하니 안 서운하니..여러말 있는 거 보다..

  착한 아이..하나 하나 가르쳐 언니집 사람 만들면 되지 뭐..

  오히려 난 더 좋을 거 같으네..\"

\" 이선생 마음이야 뭐가 나뻐..\"

\" 언니..마음에 따라 달라..그만 하면 먹고 살만 하고..

  아저씨 언니 건강하겠다..덕 쌓느라고 며느리까지 가르치면

  그 공 어디가요!\"

\" 그야 그렇지만..\"

\" 하나 밖에 없는 아들 그렇게 가는 거 서운하겠지..물론..

  그렇지만, 누구 씨유..언니집 자손 인걸..\"

\" 맞어..잘못 키운 내 책임이지..\"

\" 잘못 키우긴..좀 일찍 시작한다 생각해요. 야무져서..잘 할거예요\"

\" 말처럼 만 되었으면 좋겠다\"

\" 내 말 틀린적 있어요!\"

웃음 소리가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시간을 세월을 보내다 보면 내 맘에 내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등바등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정 속에 들어 있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피해가지 않습니다.

이를 팔자 소관이라 합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좋은 마음을 먹고, 몸 건강하게 지키고 있으면..

나쁜 액운까지도 비켜가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한 집안이 번창하는 일이고..

한 집안에 다시 생명의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남의 이목에 괜히 끄달리지 말고..

그 시간과 걱정이 있다면, 더 많이 무릎을 꿇어 기도하리라..

 

너가 오니 반갑고.

너가 오니 세상이 다 환하다.

잘 자라거라..그리고 세상의 참맛을 많이 배우고....

더욱 건강한 씨앗을 심거라..

사랑한다 아가야..

깊게 축원 드립니다.

 

새삼 막둥이의 노래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엄마..엄마..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