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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다시 보세요.


BY 2006-08-10

자리에 앉으니 문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 옵니다.

편한 사람도 있고.

맑은 사람도 있고.

어려운 사람도 있네요.

다 있어야 할 곳에 있고, 업을 잘 풀어 먹으며 삽니다.

다만, 마음을 잡지 못해 오는 것이지요.

 

오늘도 멀리서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열심히 공부해 좋은 나라로 유학을 가시는 분도 오셨고,

남편과 힘든 고비를 잘 넘긴 분도 오셨습니다.

당부하고 부탁할 말들이 졸졸 시냇물을 이뤘습니다.

다 듣고 마음 안정하시니..내 인복이 많지요.

 

그중 한 분을 이야기 해야지요.

남편이 십년째 일을 못한다 하시네요.

얼마전에도 소개로 오신 분이 있으셨는데..

그 분과 사는 모습은 달라도 고민의 맥을 같았습니다.

IMF 때 직장을 놓고...아직까지 직장 다운 직장을 갖지

못하셨다 합니다.

원인이 무엇인가..해서 오셨더군요.

도대체 왜 그런것 인가요!

 

사주 안에는 그해 실직의 패재는 있어도..

그렇게 안주해 버리는 경우는 없는데..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애들이 셋이고,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근근히 아내가 벌어 먹고 살아야 하는데..

아내는 눈물을 흘리네요.

애들 먹고 싶어하는 것도 못 해 먹이고,

급식비도 못내는데..어쩌면 좋냐고..

우선 답답한 내 심정을 털어 놓을 때가 없어서 왔다고..

다크써클이 잔뜩한 얼굴에서 그분의 고민을 읽습니다.

혼자 한숨을 쉬었습니다.

사주도 좋고, 이야기도 좋지만..

우선 이 가장의 경제적 상황이 안 좋으니..

애 셋 키우는 에미 심정에서 동정심이 유발 됩니다.

매일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이룬다고 힘들어 하십니다.

그래도 남편은 매일 꼬박꼬박 담배는 피우니..

한심하지 않냐며, 나의 동의도 구합니다.

 

이런저런 경황이 남편에 대한 노여움으로 화가 가득한..

홧병의 한 징조 였습니다.

이제 말을 해서 풀어야 하니..

사주쟁이 머리가 또 뱅글뱅글 돌아 갑니다.

 

원인을 알아 보자..

이것이 시발이지요.

원인....

왜 남편이 직업을 갖지 못하는지..

실직 할 운은 가지고 있으나..성질은 오래 도록

백수 생활을 유지 할 인물은 못 되는데..

운이 따르지 않는 형국 입니다.

형충의 작용이 심한 거지요.

이럴 경우 사람이 요절할 수 있는 운도 수반 되는데..

그래도 그나마 살아 있는 것이 복 일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을 어떡해 풀어야 저 노여움을 풀 것인가!

 

남편의 장점을 물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다고 합니다.

당연히 없지요.

남편이 무엇을 해 줬으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돈만 벌어다 주면 좋겠다고 말 하십니다.

지금 가지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돈이라고 하십니다.

 

참 나라가 부자 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잠시 들었습니다.

^^

 

그럼 바람 좀 피우세요.

요즘 바람 피우는 사람 많잖아요.

\" 애들이 있는데 무슨 바람이예요\"

어떤 사람은 용돈도 받아 쓰고 한데요.

\" 전 그런 재주 없어요\"

당연히 없지요. 그런 재주 있으면 여기 오셨겠어요.

웃습니다.

 

아직은 부부애의 도리를 알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언니..남편에게 좋은 말을 해 본적이 있으신가요?

\" 무슨 좋은 말이요\"

혹시..편하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뒤에서 조용히 응원해

준적이 있냐구요.

\" 응원은..\"

언니..고래도 칭찬을 하면 춤을 춘데요.

그리고 속담에 미운놈 떡 하나 준다고 했어요.

표정이 아니라고 합니다.

불편해도 내말 잘 들어봐요.

쥐도 도망갈 구멍을 보고 쫒으라 했어요.

얼마나 인간적이예요.

남편인들 돈을 벌고 싶지 않겠어요!

매일 교차로 가지고, 고시 공부 하듯 그러실 거예요.

매일 마누라 아이들 눈치 보느라고 눈 견눈질만 늘었을 거예요.

돈이 없으니 어디가서 공짜술 한잔 얻어 먹으려고

기웃 거릴거예요.

\" 그러게 누가 그러라고 했냐구요\"

아니요..누가 그러라고 해서가 아니라..지금 자기 자신이

위축이 되어 얼굴을 들지 못하는 거예요.

언니가 어디가서 돈이 없어서 괜실히 돈 이야기만 나오면

주눅이 든것 처럼..아저씨는 언니 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거예요.

 

잠잠히 듣습니다.

 

그럼 당연히 소심해지고..내가 무엇을 하겠나 싶어..어디가든

자신감 없고, 하던 일도 다 잊어 버리게 되고...나이 들어가니..

힘도 잃게 되고.. 그렇게 병이 들어가는 거예요.

자신이 스스로 서지 못하니..가족이 보이겠어요.

남이 보이겠어요..내 목구멍 넘기는 밥숱갈도 황송하지..

 

그냥 울어버리십니다.

 

그것이 지금의 언니 신랑의 모습이예요.

그런데 그런 분에게 돈을 벌어 오라고 다그치면..

그 마음이 열여서 돈을 벌어야 겠다가 되겠냐구요..

우선은 자신감 회복이 먼저지요.

\" 아휴..\" 고개를 흔든다.

언니 힘든거 알아요.

그래도 가정을 지키고 애들을 지키는 언니 심정이 어떨지..

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 보면..다 혀를 차요.

그러나..

언니가 마음을 더 바꿔야 아저씨가 용기를 갖어요.

돈을 벌어 오는 것도 요즘은 미천이 있어야 하는데..

그 미천이 건강한 생각에서 오는 것이란 걸..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참 길었습니다.

 

그도 인연인지라..그래도 부부의 인연으로 왔으니..

둘다 불쌍한 몸 들 아니신가요.

그속에서 아이들은 셋이나 낳았으니..돈 드는 것도 아니고..

이만큼 닦달 했으면 방법을 바꿔서 다시 한번 노력해 보면 어떨까요.

눈물을 훔치십니다.

 

쉽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언니도 이만큼 오기까지는 어떤 방법을 써 보지 않았을까요.

그저 당신이 못한 거 속이나 풀어주자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흔히 사소한 것들은 모르면서 삽니다.

칭찬해줘야 할 시간.

믿어줘야 할 시간.

그리고 지켜봐줘야 할 시간을 잃어 버리고..

악담하고 냉소적으로 변해 얼음 인간이 되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고로 죽어갑니다.

그러나..작은 칭찬이..작은 그사람의 표현과 포옹들이..

인물을 만들고 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잘 모릅니다.

참 우매하지요.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방법을 조금 우회하여 다른 방법으로

전환 하는 것...그것이 사람을 다르게 만들어 낸다는 것..

알아야겠어요.

 

경제적 위기속에 무엇인가 돌파구를 찾고자 왔으나..

잔소리만 듣고 가니..왠지 마음이 그랬습니다.

그래도 내 말을 귀담아 들어 주니 고맙더군요.

 

돈 안 받을 터이니..화가 치밀면 오세요.

내가 일 머리는 잘 아니..여름가고 가을쯤에 좋은 일 생길거예요.

대신 오늘 부터 칭찬하고, 애들의 아빠로서..

깍듯한 대우 해주세요.

 

전부입니다.

더위 속에 녹아 있는 짜증들이 춤을 춥니다.

이래도 덥고 저래도 덥지요.

언제 시원한 약수물 한잔에 온몸에 기운을 받을지..

아직 약수물 먹을 자격은 멀고..

그냥 냉수나 마셔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