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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끌 보끌 사랑이어라..


BY 2006-07-13

\" 뜨거워.. 살 좀 대지 말어요\"

후덥지근한 날씨에 불쾌지수까지 빵빵 합니다.

요즘 남편이 밉습니다.

왜..살다 보면 그런때가 있지요.

두툼한 손으로 친한 척 하면...칠색팔색으로 손을 칩니다.

\" 왜 그러지\"

눈치 없는 사람.. 자기 기분이 내 기분이고..

내 기분은 그냥 마냥 예스 인줄 아는가 봐요.

남자의 최대의 약점은 여자를 읽을 줄 모른다는 거예요.

아니..원래 읽으려 노력도 안하지요.

끙..

 

\" 광주예요\"

전화가 왔습니다.

손님의 전화를 받고는 그 도시를 연상합니다.

방방곡곡..많이 발품을 팔았던 탓에 조금은 특성을 알지요.

사람의 특성도 대충 그림을 그리지요.

역 부근이라 하십니다.

그래요...광주역..

 

꽃 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내 나이..스물 한살때..

한 남자를 사랑해요.

그 남자와 같이 있습니다.

그 남자와 같이 웃고 있습니다.

그 남자의 냄새를 맡는 것도 좋고,

그 남자의 청량한 목소리가 좋고,

그 남자의 얼굴빛에 흐르는 따뜻함이 좋습니다.

지금 나는..

어느새..스물한살의 나와 그 남자를 엿보고 있습니다.

 

둘은 밤차를 타고 갈 예정 입니다.

아가씨는 대전에서 내리기로 하고..

남자는 서울에서 내리기로 했어요.

열차표를 끈어 놓고..

둘은 아무말을 하지 못해요.

서로 떨어져야 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알아요.

해가 지는 광주역의 여울은 두 주인공 이외에 아무도 없어요.

아가씨 눈에 눈물이 고여요.

빼꼼눈의 남자는 그저 그녀가 안스러울 뿐이예요.

말은 어디로 숨었을까요.

지금 서로 떨어져야 한다는 것을.. 초록의 군복을 보고 알았어요.

남자의 손아귀에 아가씨의 손이 들어가요.

그리고 꽉...

 

나의 몸에 전율이 느껴집니다.

그 힘이 온몸으로 전해 집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떨어져야 한다는 아픔이 얼마나 큰지..

점점 노을은 없어지고, 어둠이 점령을 하기 시작합니다.

 

차표 두장 사고 남은 돈이 우동 한그릇 이예요.

남자가 배부르다고 아가씨에게 먹으라 해요.

아가씨는 정말 인줄 알아요.

실은 남자도 배가 몹시 고파요.

아가씨는 철이 없어요.

남자는 철이 많이 들었어요.

물을 벌써 두잔이나 마셨어요.

그리고 단무지를 두번이나 달라고 했어요.

아가씨는 우동의 면발이 좋다면서 먹어요.

남자는 미소를 띄우면서 바라만 봐요.

아가씨가 면을 다 먹고, 그릇을 밀어 놓아요.

남자가 다 먹었냐고 해요.

그렇다고 아가씨가 말해요.

국물은 그대로 있어요.

남자가 아깝다고...남은 국물을 냉수 마시듯 먹어요.

 

지켜보는 나는 우스워 한참 웃었습니다.

에구에구..아..이래서 철이 없다고 하는 구나..

 

둘은 손을 꼭 잡고 있어요.

가는 사람이 쳐다보든 말든..

세상에 둘 밖에 없는 것처럼..

그리고 둘 다 지금...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광주역에서의 사랑은 시간을 멈춰 놓았습니다.

 

손님의 간명을 다 끝내 놓고..

남자와 아가씨의 사랑도 잠시 소강상태 입니다.

손님을 간명해 줍니다.

이러고 저러고..

약간 들뜬 목소리의 나를 느낍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 때문에 가슴이 두 방망이 질을 합니다.

손님이 먼저 알고 묻습니다.

\"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 아..아니요\"

쑥스럽습니다.

들켰을때의 기분..참으로 어색하지요.

이야기의 실타래를 다 풀고...

전화를 꾹꾹 누릅니다.

\" 어..왜?\"

멋없는 남편..왜는..

좋았던 애간장이 쿵 떨어집니다.

\" 밥 먹었어?\"

\" 그거야?\"

\" (으이구)..(잠시 가라앉히고) 있지..\"

\" 바뻐 빨리 말해..\"

\" 있잖어!\"

\" 있긴 뭐가 있어..끈어\"

 

추억이 물건너 갑니다.

스물한살의 처녀는 사주쟁이 되었고..

초록의 빼꼼눈의 남자는 멋 없는 남편으로 전락 했어요.

그냥..

그렇게 광주역의 사랑은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가끔.. 추억을 열어 보세요.

더운날 그래도 설레는 맘이 있다면

이 여름의 화를 잠재우는 더 뜨거운 정열이 샘 솟아 나니까요.

 

해는 저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사랑은 추억을 삼켰고..지금의 나는 추억이 삼켰네요.

보끌보끌한..사랑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