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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의 눈물..


BY 2006-06-30

제가 아직도 마음으로 좋아하는 집이 있습니다.

늘 고향처럼...꿈에서도 자주 보는 집이지요.

아이둘을 낳은 임대아파트 입니다.

그곳에서 희노애락을 많이 겪은 탓인지..

지겹다가도 한번 다시 가보고 싶고..

그곳에서 만난 이웃들은 다 무엇을 하며 살까..

간혹 궁금하기도 합니다.

워낙 새침한 탓에 말을 섞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그게 가장 후회가 됩니다.

왜 그랬을까..

지나간 아쉬움은 비오는 소리와 어울려..그리움이 되네요.

 

늦은 시간 젊은 여자분이 오셨어요.

내가 커서 그런지..전 작은 분이 오시면 참 좋아요.

음양의 만남이라..마음 먼저 앞서요.

\" 어떤 일로 오셨나요\"

\" 저기 우리 엄마 좀 보려고요\"

\" 년월일시 불러 주세요\"

\" 팔십두살이신데..\"

\" 그럼 을축생 이시고..\"

졸졸 시냇물 흐르듯 말을 이어갑니다.

\" 많이 편찮으시네요\"

\" 네..\"

\" 올 운세가 않좋으신데..\"

\" 네..\"

\" 어디가 안좋으세요?\"

\" 그건 안나오나요?\"

\" 노인네 운명이야 마른가지의 나뭇잎이지..\"

\" 저..오빠도 봐주세요\"

\" 같이 사세요?\"

\" 같이 살지는 않아요..\"

\" 그럼 오빠하고 인연이 어떤지 봅시다\"

사주를 이야기하고 긴장한 듯 가만히 내 행동만 보고 있습니다.

 

\" 오빠 신수도 안좋아요.\"

\" 네 지금 안 좋아요\"

\" 사업하고 있어요?\"
\" 네\"
\" 사업을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인데..직장 생활 꾸준히 해야

  될 사람인데..\"

\" 좋은 직장 다니다가 때려치고, 저러고 있어요\"

\" 파 성질이 강해서 절대 사업을 하면 여러 사람 힘들게 해요\"

...

\" 계속 돈이 들어갈 거고, 힘드니까 포악해지고, 성질만 더

  더러워지지..욕심을 내면 안되는데..\"

한숨을 쉽니다.

\" 올도 힘들텐데..\"

\" 그래요!\"
\" 하다하다 다 말아먹게 되요. 더 어려워지기전에 좀 참으라하지요\"

얼굴에 난감함을 표하며..손님은 울상이 됩니다.

\" 실은 오빠가 요번에 엄마 몰래 집을 팔았어요

  엄마가 오십년을 넘게 사신 집인데...\"

아..어머니 편찮은 원인이 여기에 있었구나..

\" 매일 우세요. 죽을 때까지 살다가 갔으면 좋겠다고

  그러는데. 오빠 마음대로 그래 버렸어요\"

그렁그렁 해집니다.

팔십두살에 찾아온 시련치고 너무 큽니다.

일찍 혼자 되어 오남매를 건사했고, 지금은 파지를 주워 당신

용돈 정도 한다고, 절대 자식들 힘들게 안한다고 나름대로

열심히 사시건만..

그 노모의 마음은 아랑곳 안하고 집을 몰래 팔아 버리다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아들 둘에 딸 셋이라도 사는게 사는 것인지라..

누구 한사람 같이 모시고 살 사람이 없습니다.

말로는 누가 데리고 가겠지..하겠지만..요즘 자식들이

노모맘을 알겠느냐 말입니다.

맞은편의 따님도 막막해서 날 찾아왔을 것입니다.

도대체 엄마의 운명이 어떠냐해서...

 

운명을 놓고 간명하기 이전에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립니다.

그 어머니 자식을 키울때는 이런 말년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글쎄요..정답이 무엇일까요.

 

노모는 매일 우신다 하십니다.

당연히 우시겠지요.

젊은 나도 가끔 두 아이를 낳은..그 집이 생각나

꿈까지 꾸는데...노모는 당연하시죠.

돌아가시는 날까지 마음에 슬픔을 안고 사실거예요.

그저 아들이 잘 되기 만을 바랄뿐이지요.

 

이 사연을 들으며 생각합니다.

한사람의 욕심이 너무 많은 사람들은 힘들게 한다.

무슨 이유든 있었겠지만...

그러나 일을 만들어 낼때는 적어도 부모 마음에 멍울를

만들면 안되겠구나...

뭔 인연이 이런가..

 

해석한 이야기을 딸에게 말을 하고..

\" 따님 어머니 마음을 먼저 읽어 드리세요

  젊은 사람은 반성할 날도 있고, 돈 벌 날도 많지만..

  어머니는 그럴 시간이 적잖아요..많이 위로해 주세요\"

 

누구의 잘못이든 잘못만 탓하고 있을때가 아닙니다.

이미 잘못은 과거 일 뿐 그로 인해 현재와 미래를 계속

과거속에 묶어 두면 안돼는 것입니다.

부모에게 잘해야 합니다.

내 앞날을 부모님이 먼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것입니다.

 

쪼글쪼글해진 손으로 눈물을 훔쳐낼 그분이 연상이 되어..

머릿속 한편이 우울모드 입니다.

말년...참으로 애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