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324

딸아...


BY 2006-06-13

먹향이 내 방을  감싸 안았습니다.

갈고 갈아도 손만 갈고 있을 뿐 마음은 저 문밖이네요..

 

손님이 오셨다 가셨습니다.

작년에 오셨던 손님 입니다.

얼굴이 많이 헬쓱해 지셨네요..

 

전에 우리 아버지는 절대 딸은 집을 나가 살면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서울 학교가 붙었는데도 보내주지 않으십니다.

기어코 통학만을 허락 하셨습니다.

아침 새벽밥 먹고, 늦은 밤차를 타고 내려옵니다.

그럼 역에 마중 나와 계십니다.

참..대단한 아버지셨습니다.

 

언젠가 호형호제하는 동생이 제게 말을 합니다.

\" 언니..난 절대 딸은 자취 안시킬거야..\"

솔직히 전 동생이 부러웠습니다.

늘 자유로운 느낌.. 이상.. 이었거든요.

뜻밖의 말에 머리 한구석 진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오늘..

진한 파장이 밀려오네요.

 

손님의 딸은 멀리 유학을 갔습니다.

물론 공부는 괜찮게 했지요.

그래서 유학을 보냈다네요.

사주를 본것은 유학가고 삼년후예요.

딸의 사주는 꽤 괜찮았습니다.

헌데..

제가 보았을때는 분명 동거를 하거나..

아이를 유산 할 가망성이 있다고..각별히 조심

하라고 일렀습니다.

그것이 작년 이었지요.

엄마는 절대 그럴 일 없고, 우리 애가 공부를 잘하고

있으며..앞으로 공부를 더 시킬까 말까를 고민하다..왔다고

했습니다.

공부를 중단하겠네요..라 했었습니다.

다만 남자를 아주 훌륭히 만나고, 남자복이 있을 것이라..

결혼을 차라리 일찍 보내라고 일렀지요.

그러나 엄마의 욕심은 유학까지 갔는데..결혼 보다는 일을

했으면 하셨는데..

사주는 아닌데 말이죠.

이렇게 말을 끝맺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손님이 다시 오셨네요.

공부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더니..

이 선생 말대로 동거를 하고...애까지 있었다 하네요.

후..

그래 그 남자랑 궁합을 보러 오셨다는 군요.

어쩜 차라리 잘 됐는지 몰라요.

공부 안 할 놈을 유학까지.. 생활비 몇 백씩 보내려면...

부모 입에서 쓴내가 나게 벌어야 하니..

선후야 어찌 되었건...괜찮다고 했어요.

그러나..부모 마음이 오죽하겠어요.

누구보다 힘든 분은 아버지래요.

딸에 대한 기대..앞날에 대한 기대..

술한잔 제대로 마시지도 못하고.. 모아모아 공부 시킨다고

아등바등 살았것만..이 무슨 날벼락이냐며..

부모의 심정을 토로 하시네요.

 

아무리 어떤 상황이래도..

준비하고 있던 상황과 느닷없이 닥친 현실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요.

준비를 했다면...담담히 다스려야 할 상황도 그림을

그리지만..

준비 없는 현실은...늘 실망과 분노와 좌절를 송두리채

주게 되지요.

그러다 보면 말로 상대를 치기도 하고, 서운함 배반감..

여러가지 나쁜 일들이 동반을 하며..눈물, 콧물, 사연을

남기게 되요.

사주를 보는 이유는 이런 일들이 어쩜 내게 올지도 모르니

미리..그림을 그려 보는 것도..담담히 현실을 받아드리는데..

몫을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나쁜 현실이 내게 오지 않을 거야..란 생각은 내 생각일 뿐 입니다.

나의 남편이 바람 피우지 않을 거야..란 생각도 내 생각일 뿐 입니다.

시련은 나만 비켜갈거야..란 생각도 내 아성일 뿐 입니다.

 

나쁜 일 이든 좋은 일 이든...늘 생과 사에서는 오십대오십으로

오게 됩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면..

전생 그 이전의 내 업에서 오는 것이고..만약 이를 극복하고,

뉘우쳤다면..복자리로 바뀌어 오게 되는 것이지요.

 

자식을 갖은 부모는 가슴 한켠을 내 놓고 살아야 합니다.

말을 함부로 해서도 안되고..

독을 함부로 품어서도 안되고..

욕심을 함부로 내서도 안되지요..

어느때 어느자리..내가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식이 그 업을

받아 쑥대밭이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예요.

 

딸을 키우는 부모는 더욱 그러해요.

그릇과 딸은 밖으로 내 돌리지 말라 했어요.

이조시대나 지금이나 이말은 정답 같아요.

딸의 몸은 유리와 같아요.

흠집이 나기 시작하면, 앞날의 흠집도 무시를 못하게 되지요.

 

아버지 가시고..군기 빠진 우리집 막둥이..

직장 생활 한답시고 혼자 자취하더니 몸 만 축이 났어요.

윗병에 심심하면 감기가 걸리고..규칙적이지 않으니..

당연히 몸으로 신호 오는 것은 인지상정이지요.

친정 엄마 늘 막둥이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져요.

\" 너도 자식 키워봐라 막내가 제일 불쌍해\"

내가 보기엔 우리 엄마가 더 불쌍한데 말이예요.

 

부모는 이래요.

제 살은 깍아 먹여도 아픈지 모르고 먹이지만..

자식은 부모 살 몰라요.

평생 먹여 키워 놓아도 뭐 또 없나!

 

잘 가르치는 것..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법, 먼저 가르쳐 줘야

할 것 같습니다.

늘 믿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자식 만은 안 그럴거야..라고

단언 한다면..그 반대로 내 자식이 주는 아픔도 클 거야..

도 생각하셔야 한다는 거예요.

가운데자리..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부모의 마음 먼저 입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어요.

항상 답답했는데..

우리 아버지가 딸을 너무 잘 알았던거 같아요.

 

세월이 흐르면 알것을..

왜 그땐 그렇게 답답하고 초조했는지..

 

아직 멀었다 하고 산을 보았는데..

우리 아버지도 가시고..

우리 엄마도 늙으시고..

청개구리 모양 앉아서 울기만 하네요.

내 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