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269

꿈나라로 가다가..


BY 2006-06-09

\" 00니?\"

밤 11시가 넘었습니다.

\" 어 언니..\"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 잤구나..미..안..하..다 \"

\" 아니야..언니..목소리가 왜 그래?\"

꺼익꺼익 울음을 재치는 흐느낌이 전이 됩니다.

\" 나 힘들다..많이 힘들어..\"

\" 아퍼? 아저씨는?\"

\" 00 야 \"

 

쏟아지는 눈물을 여과 없이 토하고 있었습니다.

늘 눈물 자락 앞에선 속수무책인 나를 발견 합니다.

스탠드 불을 켜고, 마르게 앉았습니다.

\" 무슨 일인데..\"

...

가만히.. 실컷 쏟게 내버려 둡니다.

\" 아저씨 안오셨어?\"

\" 음..아직 안왔어..\"

 

잘 나가는 남편..

유능한 남편..

사회에 공헌하는 남편..

출세만 있을 뿐 퇴보가 없는 남편..

존경과 사랑을 받는 남편..

 

밖에서 보는 언니 남편의 평점 입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남편..

아내가 수다 떠는 것을 싫어 하는 남편..

언제나 제자리에 인형처럼 있어 주길 바래는 남편..

시댁식구든 어떤 누구의 욕도 못하게 하는 남편..

주절주절 요점 없는 말을 제일 싫어 하는 남편..

월급 이외의 에누리가 없는 남편..

아내가 말을 꺼내기 전까지 절대 말하지 않는 남편..

 

언니가 보는 남편 입니다.

 

\" 난 말야 내 말을 좀 들어 줬으면 좋겠어..

  지들이 (시댁) 뭐라고 나만 따 돌리고..내가 뭘 잘못 했냐고..

  나 억울하다..진짜 억울해..\"

 

남편이 출세하기까지 타국에서 뒷바라지 했습니다.

시어머니 모시자하기에 모셨는데..

못 모신다고 타박을 합니다.

그럼 데리고 가시오..했더니 분가해서 따로 사십니다.

\' 이왕 분가 할 거 처음부터 그랬으면 좋잖아요.

  막내 아들 내외 힘들게 만들어 놓지 말고..\'

그랬더니..이젠 식구들이 언니를 보지 않겠다네요.

미국에서 결혼식이 있는데..모두 가고 언니만 남았데요.

남편 마저 가버렸습니다...말이 되나요.

 

\" 울만해 언니 실컷 울어..\"

\" 억울해서 그래..나 미치겠다..\"

\" 그래 그럴만도 해..\"

\" 아침에 정신병원 갔다 왔는데도 화가 안 풀려\"

\" 참..정신병원 왜 가..다 아는 일인데..\"

\" 문제만 오십문제 주길래 오면서 찢었다..\"

둘이 웃었습니다.

\" 혹시 우리 헤어지니?\"

\" 헤어지긴..쓸데없는 소리..\"

\" 오죽하면 이러니..이 인간 왜 그러니?\"

\" 도 아니면 모라 그래..\"

\" 무슨 말이야?\"

 

사회 생활은 치열합니다.

여자들의 수다처럼 에누리가 없습니다.

출세 하는 남편은 늘 외줄 타기를 합니다.

앞의 적을 물리쳐야 내가 살고..그 길을 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구구절절 말이 필요 없습니다.

 

\" 늘 그 습관데로 사는 거야..\"

\" 난 싫어 늙어가면서 둘이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

  하면서..농담도 하면서..재미있게 살면 안되니..

  너 남편이 아무말 안하고 있으면 얼마나 무서운지 아니?\"

\" 수다 많은 남자랑 살면 그대로 귀찮고, 싫다고 해..

  그리고 언니가 그런 남자랑 살 수 있어?\"

\" 그래도 그렇지..이건 나이들수록 더 무섭다 \"

\" 소리 지르려면 좀 일찍 지르던가..

  여태 참다가 이제와 왜 청승을 떨고 그래..\"

\" 억울해서 그런다. 이젠 목구멍까지 찾다..\"

\" 맥주 마셔 언니 맥주 좋아 하잖아.\"

 

짠한 언니를 놓고, 맥주 타령만 했습니다.

잘 나가는 남편을 갖은 여자는 늘 외롭습니다.

사는데에서 오는 조율를 하고 싶지만,

성격처럼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큰 일 입니다.

그 성격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면 말 다했지만..

팔자의 앞에선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서로 생각하는 선이 다릅니다.

부부의 선은 맞추기도 힘들고, 조율하기도 힘이 듭니다.

다만..

한사람의 희생으로 맞춰가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이상하게도 여자보고 맞추라고 합니다.

특히 잘나가는 남자 앞에선..

 

\" 나도 한때는 잘 나갔어..나 모든지 잘해..\"

\" 몰라서 말해!\"

\" 그냥 ..지금은 내가 바보가 되었어..\"

\" 무슨 바보..바보가 그렇게 살라고 발버둥치냐..\"

\" 넌..말은 잘해\"

하하하 거리며 웃었습니다.

 

나이 오십을 넘긴 언니는 이제야 본인을 찾으려 합니다.

좋았다 싫었다를 반복하며..

내가 왜 이러냐를 계속 찾습니다.

그러나 답은 없습니다.

아저씨가 잘해줘도 답은 없습니다.

 

본인의 마음을 스스로 잡기까지는 말입니다.

 

\" 아후 그래도 속은 후련하다 \"

\" 잠 다 깨워 놓고는..\"

\" 언제 올라올래..\"

\" 몰라..\"

또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오십 줄의 여자는 꽃순이도 되었다..

악순이도 되었다..현모양처도 됩니다.

 

\" 우리 신랑 건강은 괜찮니?\"

\" 조심해..그때가 가장 중요해..알지..\"

\" 알어..\"

\" 긁지 말고..그러다 다른데 눈 돌리면 어쩔래!\"

\" 그러니?\"

\" 언니가 잘해..그러면 안 돌리니까!\"

\" 너두 똑 같애..\"

또 웃었습니다.

 

편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네요.

내편이 있어..그냥 둘이 아무것도 아닌 거 같고..

웃고..울고..

 

여자라는 동지..

그리고 굴레속에..같은 동질감을 느끼고, 생각하고...

늘 외로운 심정이 전화 한통화로 다 가시고..

 

열두시를 넘기는 것도 잠깐이고..

한 집안의 소용돌이도 잠잠해집니다.

 

\" 정신병원에선 남편과 같이 오라고 그런다..

  그사람이 가니?\"

\" 그러게..한국 남자들이 가겠나..그자리에서

  숨이 꼴깍 넘어가면 몰라도..\"

\" 우리 신랑..그래도 안 갈거다..\"

\" 그래도 매일 우리 신랑 이래..

  알어 언니 신랑 인거..\"

 

301호나 302호나 문제 없는 집 없습니다.

이래도 웃을 일..

저래도 웃을 일..

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팔자 소관 이래도..그 팔자의 굴레도 사실 따지고 보면,

나름대로의 개척 입니다.

틀은 같아도 그 틀에서 노는 것은 나 입니다.

노는 물..

이 물이 맑을지..흐릴지는..

순간의 마음 먹음을 정중히 하는 거 ..

역시 어렵겠지요.

 

꿈나라로 한참후에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