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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식히며..


BY 2006-05-22

전화를 걸었습니다.

\" 네..누구누구 시지요!\"

\" 어디 십니까?\"

\" 네 여기 어디 입니다\"
\" 내가 그 사람 남편 이요\"

\" 아..네 실례가 안된다면 바꿔주실수 있나요?\"

대뜸.

\" 우리가 필요하면 찾을 터이니 전화 하지 마세요\"

\" 네?\"

\" 우리가 필요하면 찾는 다고 전화 하지 말라고요!\"

한숨을 쉬었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오전 전화의 내용입니다.

필요한 책을 부치고, 보냈다는 연락을 하려 전화 했다가..

이런 홀대를 당했습니다.

늘 언제나 제게 힘이 되어 준 분이기에 서스럼 없이 전화 했었는데..

이런 일이 있고 보니 참으로 난감합니다.

아마..

이 남편분은 제가 미신이나 숭배하는 요상한 여자쯤으로

인식을 하고 있나 봅니다.

우리나라의 80%가 넘는 사람들의 관념속엔 사주를 본다..

미래를 점친다 하면 모두 무속인에 속하며, 배척하는 경향이 있지요.

그러므로

제가 이 일을 시작하기까지 집안의 반대와 남편의 설득과

사회적 통념속에 많은 시간을 울어야 했고,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습니다.

나름대로 쌓아 올린 지식들이 송두리채 몰락하는 것 같은..

천(賤)인의 한사람으로 전락하는 기분을 맛본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한번은..

학부형 회의때 갔습니다.

이래저래 친한 사이다 보니 허물없이 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답답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라..

대화속에서..

\" 난 우리 큰 딸 땜에 걱정이야\"

\" 생년월일시 말해 보세요\"

\" 자기 그런 것도 할 줄 알어?\"

\" 불러보세요\"

줄줄.

\" 걱정하지 마세요. 대학 들어가요. 운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년초에 보고, 그 뒤 몇 번에 걸쳐 전화가 오고가고 집안의 대소사를

이야기 했지요.

년말이 되어 진짜 딸은 유아교육과에 합격을 했고,

물었던 집까지 팔였습니다.

그런데도 사람의 느낌은 참 묘합니다.

사주상..언니의 그릇은 크지 못하겠구나..내 마음을 많이 열지

말아야 했는데..

얼마 있은 후..난 용한 무당이 되어 있고, 우리 딸의 선생님으로 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래 그럴수도 있어..

조심하지 않은 내가 잘못이지..

다행히 딸이 좀 현명한데가 있고, 선생님에게 신임을 받는 터라..

잘 극복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딸은 저와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사람에게 치이며

사는 것이 내 운명 입니다.

어떤 분은 저에게 학원을 차려서 차라리 학원이나 하지

그 일을 왜 하냐고 묻는 분도 계십니다.

뇌호흡법과 기 수련원을 차려도 괜찮지 않냐며 오히려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하는 분도 계십니다.

글쎄요.

때가 되고, 인연이 되면 하겠지요.

아직 안되었나 봅니다.

그러면서 웃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 나의 소취로 가족이 오해를 받고,

내 진심에 누가 될때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사람마다 여럿의 생각을 갖었으니까요..

 

사람의 마음이 제일 서러울때는 진실을 몰라 줄때 입니다.

남편이 아내의 진실을 몰라 줄때..

아내 또한 남편의 진실을 몰라 줄때..

가족 구성원끼리 서로 진실을 몰라 줄때..

우리 딸이 늘 하는 말..

\" 엄마는 내 말을 믿어주지 않잖아요\"

너무 많은 머리를 쓰기에 좀 잔소리를 하면..

내 말과 본인의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이렇게 표현을 합니다.

\" 엄마는 왜 엄마 생각만 옳다고 해요.

  다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사는 거지\"

아빠에게 잔소를 하는 저에게 가하는 일침 입니다.

\" 누구 누구를 판단하지 말아요..

  동물이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처럼..

  사람들도 그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그런 거예요\"

손 발 다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 딸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만하면 됐지..공부도 그만하면 됐고..다만..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 스스로를 자악하지는 말아라..

 

딸에게 가족에게 배우는 것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엄마의 직업 때문에 만약 불이익이 있다면..

참 가슴이 아픕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전화를 하고..나서 손이 떨려서 잠시 좌정을 했습니다.

나의 월요일 아침에 받은 인사가 너무 커서 잠시..쉬었습니다.

다음날로 모두 보류 합니다.

전화만 간신히 받습니다.

이래서 한고비 넘어가는 것이지만...

사람의 생각의 진실은 각자의 잣대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

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무리 사이비고 아무리 사기꾼 이라도 그것이 진실이라고

명함을 내 밀면 진실이 되는 세상 입니다.

그러므로 눈의 식이 맑아야 진정한 진실이 보이게 되고,

밝은 길로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고..

또 하나 알아가는 과정이 이렇게 크네요.

홀대는 받았지만, 그 반면 용기를 주시는 분도 많습니다.

조금전 전화 해주신 분이 고맙다고 하네요.

공부란 것이 끝이 없어..

잘났다고 으슥대던 나를 다시 고개숙이게 하고..

천지 분간 없이 다 아는 거처럼 떠들던 나를

다시 고개숙이게 하고..

사람의 마음자리 팔만사천가지라고 부처님 말씀은

하셨지만, 진정한 팔만사천가지를 알아간다는게..

눈물과 웃음의 반복 입니다.

 

다시 고개 숙이라 그러는 거 같습니다.

숙여야지요.

힘이 없고, 욕심이 없고, 마음에 앙금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하심의 강은 더 큰 에너지를 잉태하고 있으니까요.

 

잠시..

돈의 시련이든. 가족의 시련이든..타인의 시련이든...

진실만 외곡되지 않는다면..더 큰 에너지로 보답 받을 수

있다는 거 잊지 마세요.

 

소나기가 개운하게 한차례 지나갑니다.

내 마음도 한차례 씻겨 집니다.

신나게 또 일을 해야지요.

날으는 꽃가루를 쉬게하려고

소나기가 힘을 썼습니다.

자연의 진실은 어긋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