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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자르다..


BY 2006-04-12

빗길 숲을 지나 동그마니 벅찬 심정으로 이 길을...

엄마의 손에 이끌려 큰 시장이라고 왔던 이 길을...

그 전생에 걸었을 이 길을...

지금 레드 카펫 위의 모델처럼 걷습니다.

 

비가 온 후의 맑은 기운은 사람을 다 아름답게 만듭니다.

때가 묻었던 도심의 담과 가로수와...우뚝 서있는 별것들이

다 깨끗해졌습니다.

그 길을 난 사람의 살내음을 느끼며 걷습니다.

끝이 어디인지도 어디로 갈지도 모르면서..

원래 기본의 걷는다는 것에만 충실하며 걷습니다.

마음이 그러했습니다.

역이 나오는 군요.

그 역에서 상상을 합니다.

몸을 실어 어디로든 가면 무엇이 변할까!

무모한 20대는 아니므로 상상만 합니다.

발길 옮긴 끝으로 왔으니 종지부는 찍어야 하는데..

무엇을 할 것인가!

어디에 몸을 실을 것인가!

오라는 곳도 가야할 곳도..없는데 말이지..

머리에서 종횡무진하는 여러갈래의 생각을 접기란..

비 온후의 지금이 너무 청명 합니다.

설레입니다.

무작정 기차에 오를까!

 

하지만..

내가 만약 내 마음을 기차에 실어 버린다면..

날 바라보는 나의 가족들이 많이 놀라겠지요.

시간이 아주 많이 갔는데도 마음을 자르지 못했습니다.

물끄러미 사람들을 봅니다.

상을 봅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내가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뭘 생각해야 하는지.

상대를 보며 날 느낍니다.

그리고..

새롭게 꿈틀거리는 내 머리속을 무서워 합니다.

내 머리에서 무엇이 나와 날 또 유혹할지..

이는..생활도 가족도 그리고 모든 것을 뒤죽박죽

만들어 버릴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순간의 자연의 유혹 비가 왔다는 것이..

어쩜 날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할지 모릅니다.

마음을 자르지 못하면 말입니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 어디요\'

\' 가야지요!\'

\' 얼릉 오시요\'

\' ...네\'

목소리를 듣고 내가 가야 할 곳을 알았습니다.

그래..

날 반겨주는 사람이 있잖어..

 

가끔은 이렇게 외도를 합니다.

지치다 보면.

외로워 지면.

눈물이 나면.

외도를 합니다.

 

또 다른 내가 있지 않을까을 생각해 보지만.

쳇바퀴 돌아가듯 그 굴레에 엉겨 나도 돌아갑니다.

이탈을 꿈꿔도 어쩔 수 없이 똑 같은 굴레에 엉켜...

다시 돌아가는 것입니다.

 

포장마차에 들여 어묵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자르다라는 노래가 나오는 군요.

풋풋한 웃음이 나옵니다.

아주머니 특별한 질문을 합니다.

\" 애인 만나러 가요?\"

\" ..\"

\" 좋은 일 있으니까 웃지..애인 만나러 가니까 좋지\"
\" 아줌마도 애인 있으시죠\"

나도 특별한 질문을 했습니다.

그래서 둘이 웃었습니다.

 

어둠이 맑은 것은 두배로 사람을 설레게 합니다.

퇴근 길..그 밤의 공기가 좋아 나도 모르게

발길 닿는대로 걸었습니다.

종국에 내가 갈 곳이 어디인지 알면서 말입니다.

 

순간의 마음을 자르지 못하면..

지금의 나도..지금의 가족도..지금의 모든 것도..

과연 있었을까요..

 

산다는 것이 한치의 오차가 없음을 느낍니다.

 

똑 같은 그 길을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걷고 있었습니다.

사연은 많은 거 같지만, 원래는 똑 같은 길을 걷는 것입니다.

당신도 나도..

그래서 우리는 동지이고 인연 입니다.

 

마음 자르는 일...어묵 세개 먹으니 끝나더군요.

뜨끈한 국물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