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140

극락에서..


BY 2006-04-07

요즘은 일진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

대충 눈으로 쓱 훌고..오늘 일진이 을축임을 안다.

그냥 그러겠구나!

좀 액이 있으니 가다듬고 지나가야지..

 

생각에서 오는 사고도 만만치 않으므로

고정관념을 깨고자 노력을 해도, 워낙 오랜 세월 동안..

박힌 일과라서 여전히 일진에 값을 치루고야 만다.

 

손님을 뵙다 보면 뿌듯한 손님도 계시고..

존경할 만한 손님도 계시고..

도와주고 싶은 손님도 계시다.

아무리 없어도 그 이상의 포부와 당당함으로

위엄을 발아하는 분도 계시는 반면..

두둑하면서도 꼼수를 쓰시는 분도 계시다.

 

오늘은 꼼수를 쓰신 분을 말 하겠다.

사주를 받아 놓고 이야기를 해 드렸다.

사주는 함부로 말하지도 않지만,

사주쟁이 치고 함부로 보는 사람도 없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도 있겠지만,

한 인생을 논하면서 이익에만 눈이 먼다면..

그 또한 대단한 업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업이란 걸 누구보다 알고 있는

학자는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 한다.

 

이래저래..

노력한 결과로 가족의 사주를 받아 들었고,

그 사주에 관해 연구해 이야기를 했다.

주렁주렁..

아이들이 좀 안 좋은 일이 있어..

그것도 발 품 팔아 선생님 의견까지 듣는다.

그러지요..

혹여 네 의견이 미흡하면 안되므로..

꼼꼼히 봐준다.

어른들이야..그래도..

아이들 안 좋은 수는 아무래도 내 의견만 가지고는

부족해..늘 한번 더 깊이 연구한다.

그리고..

며칠 전화를 들였다.

받지 않으신다.

어찌된 일 일까!

말씀 들여야 하는데..

늘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은 툭툭 털어야 하는데..

그것도 성격인지라..툭툭 털어지지가 않는다.

 

드디어..오늘 받으셨다.

이러쿵저러쿵 말씀 들인다.

\" 애들 기도는 꼭 하세요\"

\" 아니 우리 시어머님께서요..\"

\" 네 어르신들 다니시는 절이 있으니 거기서 열심히

  하시라고요..\"

이분은 내가 기도하고 돈이나 받아 먹는 사람인줄

알았나 보다.

기분이 묘하게 상했다.

\" 사례비는 요\"

\" 다른데 알아보니까 너무 비싸서요..\"

\" 네..\"

\" 전화로 보는데..\"

\" 평생운과 당사주를 같이 봐 드렸는데도..\"

말이 길어짐을 느낀다.

\" 네 제가 보시했습니다 \"

 

돈을 번다는 것이 참 째째하게 느껴질때가 많다.

이것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 어쩜 내가 느끼는 감정보다

남이 느끼는 감정으론 더 쉽게 이익을 챙기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전에 그랬으니까!

두시간을 넘는 대화에서 내가 그 만한 댓가도 못했더란

말인가! 라는 회의가  밀려왔다.

아..이런 것이구나!

 

한풀 나 자신을 돌아본다.

위수(魏收)가 편찬한 위서에서는 점을 치는 사람,

의사와 점쟁이, 풍수가와 같은 사람들을

예술열전에 수록했다.

중국의 역사 속에서는 대접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지금 나는 대접을 요상하게 받은 것이다.

 

이래저래..

한번 웃는 일이 생긴 것이다.

나도 스승을 만난 것이고..

내 공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니..

큰 사례금을 받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솔직한 이야기를 했었다면.... 아쉬움이 있다.

 

말이 있어 말이 아니라..

마음이 있어 말이 되는 것을 모른 것이다.

 

난 마음으로 했는데..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시니..참 속상스럽다.

 

하루는 또 갔다.

이렇게 풀고 나니..

글을 쓴다는게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내 마음을 녹이고..

내 생각을 녹이고..

내 업을 녹이니..

 

사주쟁이 극락에 가는 날이다.

 

모두들 한자락씩 써서 극락 구경 해보시면 어떨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