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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의 운명.


BY 2006-04-03

어떤 분이 멜을 주셨다.

가까운데 도사 한분이 계셨는데..

두어번 찾아 뵈었고, 어느날 가니 돌아가시고,

다른 분이 계셨다고..

그 도사는 자신이 죽는 날짜를 알았을까요!

글쎄요...미궁...

 

내가 어릴때 시장 골목에서 살았다.

새로 생성된 시장 골목의 세련되지 못한 어린애..

내가 그 아이였다.

근데 이 어린애가 이야기를 아주 좋아했다.

어르신들 하시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길 좋아했고,

의문문을 많이 갖었다.

사람에 대해 지나치게 탐색적이어서..꼭 그날 꿈 속은

하루에 보았던 사람이 다 출현 하였다.

엄마도 이야기를 좋아했다.

우리집엔 사랑방처럼 많은 아줌마들이 놀러 왔다.

춤을 추러도 오고, 먹을 것을 사가지고도 온다.

아버지도 동사무소 일을 보시는 분이라 늘상 사람이 끌었다.

동네 전기는 아버지가 다 봐주고 다니셨고, 엄마는 사람들

오면 먹을 것을 해서 다 퍼 주셨다.

솜씨가 좋으니 그 맛도 일품 요리사다.

그래서 시장에 나가면 손에 엄마 갔다 주거라 하며 아줌마들이

부식 거리를 손에 쥐어 주셨는데..이 깍쟁이는 그게 참 싫었다.

꼭 00딸래미 라고 부르며...심부름을 시킨다.

그땐 싫었지만, 심부름을 잘 하면 좋은 점이 있다.

과자도 생기지만, 누구네집 무슨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떤 일로 골치가

아프고, 그집 아들이건 딸이건 일이 잘 되고 있나 없나를 다 알 수 있었다.

눈치학 3단 정도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난 눈치 없다고 매일 꾸지람을 듣는다.

지금도 생각나는 일이 많은데..

그중

병진이 할아버지네 집 일이다.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가 계셨는데..난 그 할아버지가 무서웠다.

검정 머리는 없고, 모두 회색과 흰색이다.

거기다 늘 하얀 옷을 입는다.

친구들은 모두 도사라고 했다.

어르신들도 모두 도사라고 했다.

원래 도사가 아니라 모양이 도사랑 비슷하다고 그랬던 모양이다.

친구들은 도술도 부린다고 했다.

진짜 인줄 알았다.

그래서 나쁜 마음을 먹으면 병진네 할아버지가 당장에 달려와

가만두지 않는다고 했다.

진짜로..내가 어떤 날 할아버지 옆을 지나다가 \" 도술을 부려봐라.

내가 믿을 줄 알고!\"

그랬다가 돌뿌리에 걸려 앞 무릎과 손가락을 삐는 사고가 났다.

그래서 더욱 병진네 할아버지는 무서웠다.

아줌마들이 우리집에 오면 병진네 이야기를 많이 했다.

병진이 삼춘, 고모, 병진이 아버지까지...

고모는 연탄 가스 먹고 죽고, 삼춘은 산에 갔다 떨어져서 죽고..

터가 안 좋아서 그렇다느니..노인네가 너무 오래 살아 그렇다느니..

팔자가 그래서 그런걸 어쩌겠냐느니..구구절절 말이 많았다.

엄마도 참 희얀하게 사람들이 간다며, 병진이 엄마를 무척 걱정했다.

그때부터 나는 사람의 팔자에 길들여져 있었다.

어느날.

엄마 심부름으로 병진이네 집에 먹을 것을 갔다 주러 가게 되었다.

가기 싫다고 울고 불고 했는데도, 빗자루로 맞아 가며 가야 했다.

특히 코가 늘 누런 병진이를 친구라고 해야 하는게 싫었다.

그래도 어쩌랴 가야지.

\" 병진아 병진아 \"

병진이는 없고, 할아버기가 나오셨다.

그날 할아버지는 얼굴이 뽀얀하고 고우셨다.

검버섯이 많이 보였는데.. 난 무슨 점이 저렇게 클까만 생각 했다.

그러나 그 점도 그날은 뽀얀 했다.

\" 엄마가 드시래요\"

\" 너도 먹었니\"

\" 네\" 그렇게 말하고 불이나게 왔다.

이것이 병진이 할아버지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 였다.

그 후 몇 칠 있다가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돌아가시던날 아침에 옷을 깨끗이 갈아입고, 의치까지

헝겊에 쌓아 놓고, 이부자리 깨끗이 개어 놓고, 방까지 치운다음...

그대로 앉아서 돌아가셨단다.

시장 아줌마들의 수다로는 몇 칠전 부터 알았단다.

지금도 이 일은 어제 일 같다.

병진이 할아버지 초상을 아버지가 치루셨다.

퍽이나 슬프게 우셨는데...

 

도란..

어떤 일에서의 결정체를 말한다.

삶에 대한 결정체를 안다면 그것을 도인이라고 본다.

 

훗날 내가 도를 아느냐 못 알았느냐는 원이 있냐 없냐에서

결정을 이루는 것이다.

원한이 있는 사람은 죽을 날짜, 가야 할 시간 절대 모른다.

허나..

원한이 없고, 모든 것을 내려 놓은 사람은 가야하는 시간까지도

직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밥을 먹어야지 라고 배꼽 시계가 일러주듯...그렇게 말이다.

 

죽음을 초월한 분!

당신이 알고, 모든 것을 정리해 놓은 처사도 그렇고, 두루두루

조용하고 깨끗하게 임종을 맞으신 복도 대단하시다.

비록 세업이 흥하지는 않았어도, 가실 복은 가지고 태어났다고

동네 어르신들의 말처럼...지금 생각하여도 특별한 죽음 이었다.

 

사람의 죽음은 찰라에 일어난다.

그러나 원래 죽음을 우리는 준비하면서 산다.

죽음이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순간 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담담히 그 죽음을 깊게 생각해 봐야 하는 것도 산자의 과제인

것이다.

한번의 태어남이 있듯 죽음도 한번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것은 죽음을 잘 맞기 위해 가고 있는 것이다.

도를 찾기 위해..

아마 도인은 가야 할 것을 알았을 게다.

비명해 가지 않는 한...말단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작업...

산자의 몫이다.

 

그때 그 어린 꼬마도 아직도 그 할아버지를 회고 한다.

나도 죽을 때 그렇게 죽어야지..

라고 다짐 하면서..

 

잘 죽을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인연의 끈을 잘 놀 수 있는 것!

원도 한도 없이 깨끗하게 말이다.

이것은 도사로 가는 지름길 이기도 하다.

 

도의 길..그 도가 바로 앞에 쉬이 있음을 너도 아직

깨닫지 못하느뇨..

세상에 미련이 많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