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397

누가 용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BY 2006-03-28

어느 초간 삼간을 불태우고 나니 그 속에 자고 있던 

용 한마리 하늘로 승천하네..

옛날 이야기다.

옛 설화를 보면 추상적이고 현실 부적합한 이야기..

특히 미화 시킨 이야기가 많다.

용이 어디 있으며..승천 하는 꼴을 한번 이라도 보았는가!

 

그러나 용은 없으나 사람은 있다.

사람이 사는 초간삼간에 분명 용을 대신 할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신을 초월해 깨달은 싯다르타.. 죄 없이 죽은 예수..

이 모두가 사람이 아니었던가!

한계를 넘어 선 어떤 경지에 이르는 것!

이는 오로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누가 용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얼마 전 일이다.

전화가 왔다.

오신다고 하신다.

오시라고 했다.

얼마 시간이 지난 후 오셨는데...어디서 본 듯도 한데..

누구 시냐고..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부산에서 여기까지 오시려면 시간 낭비 돈 낭비 인데도

부득부득 오신다고 하시니 못 알아보는 내 눈이 참 부끄러웠다.

누구 시죠?

8년 전에 서울 어디어디에서...

글쎄요.

8년전 이라면 공부 한답시고, 여기저기 용하다는 곳은 다

쑤시고 다닐때 일이다.

간명비법을 알려면 열심히 발품을 팔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세상의 공짜는 없지..

그런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말씀해 주세요.

당고개 지하철 역에서..

당고개 지하철!

아! 생각이 났다.

 

한 여름.. 당고개 꼭대기의 용하다는 분을 만나 뵙고 땀으로 욕을 하고

지하철에서 콜라 한잔 사들고 앉았었다.

힘들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고, 참 만감이 교차하던 시절 이었다.

그때. 옆에 한분이 계셨다.

얼굴이 죽을 상 이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콜라캔을 하나 사 가지고 그 분을 드렸다.

참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그게 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말을 잘 하지 않는 내가 \" 얼굴이 말이 아니시네요\" 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생년월일을 물어 졸졸 이야기를 해 줬단다.

물론 이 부분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뭔 말을 했는지..

그때 당고개는 깃발이 참 많구나..라는 것 밖에는...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나요?

고맙다고 집 전화 번호를 물었단다.

고마워서 다음에 성공하면 꼭 그 마음 갚겠다고 하니..

그래서 전화 번호를 가지고 있었단다.

아 그랬구나!

 

뭐라고 했을까!

노상에 앉아 말도 잘 하지 않는데..

여름 한낮 징그럽게 더웠던 것 밖에는 생각이 안나는데..

더구나 젊은 여자가..

 

지금은 뭐 하시나요?

음식 장사를 해요.

어떤 음식 인데요.

해장국집이요.

아이고 힘드시겠네..

그때 음식 장사를 하시라고 하셨어요.

해장국 집이라도..

음..

서울에서 다 말아 먹고, 당고개 어느 집서 보구 왔는데..

살길이 없다고 그랬단다.

첩첩산중 마음만 아파 망연자실 앉아 있는데..

내가 옆에 앉아 콜라 주고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더란다.

그러면서 고향에 가서 해장국 집을 해보라고 그러더란다.

옛 터를 떠나는 것 보다는 묵은 터에서 빛이 보인다고..

내가 그랬을까!

별 말을 다 했네..초짜가..

그러면서 남편이랑 자기랑 이러구저러구 이야기를 하고..

속상했던 마음을 달래 주더란다.

오지랍이 넓군..

내가 좀 그렇다.

다 싸 짊어지고 부산 내려가 정말로 해장국 집을 했단다.

그렇게 해서 지금은 집도 사고, 가계도 안정이 되었단다.

그래서 꼭 한번 나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단다.

여기 올 기회가 있어서 인사하러 겸사겸사 오셨다고..

 

그랬군요.

그 먼데서 ...잊지 않고.. 고맙습니다.

 

가끔 이런 기분으로 이 일에 만족을 한다.

내가 잘 보고 못 보고를 떠나 분명 이 분은 그날 마음이

굴뚝 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의지하고 싶은 뭔가가 있었을 것이다.

본인이 살아야겠는데 살 가망성이 없다고 했으니..

내 말에 힘을 받은 것이다.

꼭대기까지 같다 내려와 나도 허탈하던 차에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누가 있어 두런두런 말이 길었던 모양이다.

 

인연은 가장 무섭기도 하고, 가장 용 하기도 하다.

누구든 용을 알아보는 이는 흔치 않다.

왜냐면 모두에게 용이 될 소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은 이래서 저분은 저래서..가 아니라..

각자의 타고난 팔자안에서 본연의 자세만을 확실히

알고 깨달아 간다면 분명 용이 되고야 마는 것이다.

 

아이들 사주를 물어 올때가 있다.

특별히 조심할 것만 이야기하고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 한다.

정작 용이 될 수 있는데..순간의 차이로 인해 용을 못 알아

본다면 이 얼마나 애석한 일인가!

 

누구든 용을 꿈꾼다.

그러나 용은 세파속에서 험난한 움직임 속에서

만들어 지고 키워지는 것이다.

 

지금도 초간삼간이 태워지고 나면 용은 승천을 할 수 있다.

 

가장 어려운 시절에 용은 분명 승천을 하고야 만다.

장사를 하든 직장을 다니고 계시든..예술을 하시든.. 각 분야에서..

나만의 방식대로 내 식의 아름다움으로 노력하고 기 쓴다면 분명

내 마음의 용은 승천을 꿈꾸는 것이다.

 

옛날 이야기..이는 허무 맹랑하지만, 나도 백년 뒤 옛날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옛 이야기는 삶의 지혜라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바람은 무엇을 예고하며 이렇게 쉼 없이 노래를 하는고..

예나 지금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