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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BY 2006-03-14

\" 0 0 니?\"

\" 네 안녕하셨어요?\"

\" 내가 머리가 많이 아프다\"

 

밝고 경쾌한 선생님의 목소리다.

금요일 저녁 드라마를 하신단다.

얼마전에 아침드라마가 끝났는데..다시 또 시작 하시나보다.

 

\" 제목이 뭐예요?\"

\" 어느날 갑자기..\"

 

어느날 갑자기..

뭘까.. 드라마를 다운 받아 모니터를 했다.

역시 선생님 드라마 답게 치고, 받고, 시원스레 하고 싶은 말을 구구절절 잘도 한다.

\" 신이 안 내리고는 이렇게 못 쓸 거예요\"

\" 맞어 내가 신내렸어\"

농을 했는데, 선생님도  농를 받아 주신다.

늘 하는 작업이면서도 그 작업의 치열함은 글을 통해 발아 한다.

지겹도록 힘든 일..그러면서도 하지 않으면 미치겠는 일..

이것이 천직이 아니고 뭐 란 말인가!

 

나도 생각 한다.

어느날 갑자기.. 친구에게 나의 남편을 뺏기고.. 그 빼앗은 친구는

왜 빼을 수 밖에 없었는지.. 무슨 업인지..

말도 안되는 드라마 같지만, 극히 우리 주변에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얼마전에 손님 한분이 오셨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단다.

누군지 궁금한데..아무래도 느낌에 친구 같다는 것이다.

\" 설마요\"

그 후...설마가 사람을 잡았다고 손님은 채근 하신다.

같은 아파트에 산단다.

친구 남편은 주말 부부여서 오랜만에 집에 오는데,

매일 맛있는 음식을 해 남편 주라며 먹을 것을 가지고 온단다.

처음엔  좋게 받아들였는데..갈수록 느낌이 이상 했단다.

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면 의례히 남편도 친구를 불렀단다.

\" 00씨 오라고 그래!\"

불쌍하다는 말도 자주 하고, 안됐다는 말도 자주 한단다.

잠자리에서까지 슬그머니 친구의 안부를 묻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가 늘어지더란다.

이상하다 하던차에...남편의 차에 친구가 탄 것을 동네 아줌마가

보고 조심스럽게 말을 하더란다.

백화점에서 보았다고..

처음에는 안 믿었는데..가면 갈 수록 의심에 꼬리를 물고

남편과 친구를 번갈아 가며 속심을 읽었단다.

베란다에서 보면 친구의 집이 보이는데..남편은 담배 피운다며

베란다에서 누구와 한참을 통화하다가...베란다로 나가면..

남편은 허둥대며 안으로 들어오더란다.

어떤 날은 베란다에 서 있으면 확 밀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 마음을 잡을 수가 없어 가슴을 쥐어 뜯었단다.

사태가 정말 이더라도 본인은 외도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왜냐면 애들하고 경제적 부담도 그렇고 마땅히 해야 할 일도

모르겠고..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몰라 나에게 온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이고라..

이제야 무엇을 해야하는지 물어 온다면 어찌 해야 합니까!

 

그런데 우리나라 여성들이 남편에게 자식에게 시댁에게 올인하며

사는 경향이 아주 많다.

모든 인생을 거기에 거는 것이다.

물론 남편이나 자식이나 환경적 영향에 의해 그렇게 되는 것이

다 반사지만, 적어도 여자로서 이름명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

자아는 꼭 갖어야 된다고 생각이 든다.

 

나중에 그것을 찾으려 한다면 그때는 너무도 많은 것을 잃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손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훌륭한 인연을 만나는 선업을 갖었다면 큰 흥복 이겠지만..말이다.

 

우린 전생에서 부터 소질을 연마해 가지고 나오는 것이 있다.

물론 이것이 맞다 틀리다는 믿느냐 안 믿느냐에 달려 있지만..

괜실히 역학을 만들어 놓지는 않았을게다.

이 전에 세월에 만들어 없어지고, 다시 생성이 되고..

 

\" 내가 돈을 벌지도 않는데 \"

이런 생각은 버렸으면 좋겠다.

집에서 나는 일꾼이기 이전에 이름을 가진 누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로  대접을 받고 살아야 한다.

꼭 밖에 나가 돈을 벌어서의 대접이 아닌 집안의 주체자로서..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이 맘은 꼭 심어야 할 것이다.

조용하고 깊게..

 

어느날 갑자기..

변화가 찾아와도 당황하지 않고, 겁나지 않고, 미워하지 않으려면..

순간순간 나 자신을 잘 연마하고 다스리고 가꾸는 일...

교과서 같지만, 이 방편이 최고의 처세술 인 것이다.

 

삼월의 백설은 언제나 똑 같이 찾아 왔다.

못내 가는 겨울이 아쉬워..

그 백설에 봄이 아직 멀었다 한다면...이는 내가 아직도 바보인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