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085

제사밥 지어놓고..


BY 2007-04-18

어제가 삼월 초하루였다.

보따리 보따리 봉지쌀 담아 베낭에 이고

법회 보러 간다.

문득 이 맘은 무엇인가..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이렇게 좋고, 왜 이렇게 뿌듯하고..왜 이렇게

콧노래가 나오냐고..물을라치면..

내 주변에 가족이 있고...친구가 있고..주변인들이 있어..

얼기설기 엉켜 있는 인연들이 있어..

안녕을 기원하러 가니.. 그 본심에 참 좋은가 보다.

 

햇빛이 고르게 내리 쬐는 대웅전 뜰로

야단법석은 차려져 있고..흙과 사람의 체가 돗자리

한장으로 경계선을 만들고..깊은 절로 흙의 냄새를

가장 깊게 들어 마시며 절을 한다.

 

아마도 세상 가장 좋은 호흡은 절집 보살들이

아닌가 싶다.

 

염불을 하니 시간도 그만큼 오차 없이 간다.

 

어머나..

사십구제 회향이 있어 제사를 올리는데..

영정으로 모셔진 분의 얼굴이 젊디젊은 사람이라..

보는 순간 마음이 절이절이해 가슴이 또 녹는다.

한켠에 많은 보살님들 틈으로 고개를 숙인 젊은 미망인이

눈에 들어 온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찰라적으로 아버지 돌아가시고 울던 엄마가 생각이나

눈가가 축축해졌다.

 

가장을 잃은 슬픔보다 더 서글픈 것은 그를 그리워해야

하는 맘이 더 견디기 힘든 어려움 이리라...

가슴 한쪽이 아파서 어떤 약을 먹고 좋은 것은 해도

징그럽게 아프기만 하니..

그저 꿈에서라도..

한번만...보고 싶은 사람 만져 볼 수 있다면...

이 간절함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아무도 모르지..당사자가 아니고는..

 

우리나라 땅을 천간의 처음 갑목으로 비유를 한다.

갑목이라 함은 양목이며 우뚝한 바른 사람을 이야기 하는데..

소나무 잣나무 느티나무처럼 우뚝 홀로히 서서

세상의 풍파를 다 몸으로 이겨내는 속뜻이 담겨져 있다.

어지간한 고통에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이 이 갑목의

특성이다.

이러다 보니 아픔이 많아도 속으로 이겨내니..

그 능력만큼은 세계인들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갑의 특성중 하나가 자식을 잘 키워 낸다는 것이다.

고로 세상을 다스릴 동량지목이 나온다는 설도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헌데..이 땅은 한의 땅이며, 정신의 땅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

땅의 요동을 누구보다 잘 느끼는 것이 영이 맑은 사람들의

특성으로 이 영적 능력이 탁월해 예술적끼나 창의적 흐름이

어느곳 보다 영뜩하다.

한마디로 감각이 좋은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꼭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한(恨)속에는 지파작용 있어 메세지를 계속 보낸다는 것이다.

이것을 조상과 내가 돌고 돌아 그 집안의 윤회로 보는 면도

있지만..그 보다 더 정확한 것은 동업 인연으로 해석하는 것이

빠를성 싶다.

그 예로 사주상으로도 조상의 잘 잘못도 짚어 내는 것을 보면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제사란 이 놀라운 갑목의 후손들이 가지고 가야할 큰 업적이다

왜냐하면 한의 결정체를 풀어주는 것은 얼르고 달래는

길 밖에 없다.

이보다 더 정확한 것은 조상를 예배함으로 나 스스에게

길라잡이를 해준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무엇이든 공은 들여야 한다.

공부에 공을 들이는 사람은 학자가 되는 것이고..

세상의 이치에 공을 들이는 사람은 도인이 되는 것처럼..

조상을 모시는데도 정성된 제사만큼이나 중요한 공은

없는 것이다.

 

\'제사\' 정성스럽게 지내는 집치고 못된 씨 나오는 법이 없다.

 

제사밥 앞에 놓고 서론이 길었다.

제사 올리는 마음치고 못된 마음 갖지는 않는다.

내가 이 조상를 필두로 같은 태안에 같은 조상신으로 나옴은

무안한 내력이 있었으니..이 내력은 아무도 형상화 할 수 없다.

 

이 영정의 젊은 객도 비슷한 인연을 만나 다시 태안으로 회향

했겠지만...살았을때 저렇게 곱게 있었으니..가신 곳도

아름다운 업체로 가셨으리라..

그러니 망자 앞에서 울음보다는 웃음으로 그를 보내는 것이

이 제삿밥 앞에 놓고 흥얼 거려야 할 말이겠다.

 

비록 갖은 것이 없어 미천하게 상을 차리더라도

그 날 만큼은 정갈한 맘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큰 맘이 되어 보자.

 

먹을 것 입을 것 다른 것은 큰 돈 써도 꼭 제사 밥 지을때

돈 아끼는 사람은 자신이 죽어 저승가도 후세가 지어줄

밥상이 그만큼 뿐이니..그 업 짖지 말고..후하게 배풀어라..

이 진리는 천지가 알려준 법칙이다.

 

산이 많은 땅은 기의 흐름이 각별하다.

이 기센 땅에 살면서 내가 물이 되고 나무가 되고 불이

되고 있음은 아마도 하늘이 정한 순리가 아닌지..

이 순리 거역하지 말고..오며 가며 정답게 풀고 풀어

사람됨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할 게다.

 

이제 삼월로 접어 들었으니..

좀 재미난 일만 있었으면..그래서 맑은 운기가 피어 올랐으면..

손 끝에 정성모아 빌고 또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