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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는..


BY 2006-10-17

1부.

 

\" 여보..나 내일 서울 가는데..바쁘지 않으면..\"

\" 바뻐..\"

\" 그래요..\"

뒷말을 잇지 못하게 바로 반응을 했다.

 

용인에서 개업이 있었다.

꼭 가서 축하를 해야 하는 자리임으로 이런 저런 일들을

미루고..준비를 한다.

 

산이나..서점이나..그림집 아니고는 잘 나가지 않는 것을

남편도 아는 터라..중요한가 부다..라는 것 쯤은 알것이다.

 

계속 타진을 보았다.

 

\" 버스 한번 타면 갈 것을 왜 귀찮게 하는가!\"

\" 알죠..그래도 가려니까 왠지 먼 느낌이야 \"

\" ...\"

\" 한번 실어다 줘요..서울에 볼 일도 있다며..\"

\" 내일 공주도 가야 한다고..\"

\" 그래요..\"

또 말이 없어졌다.

 

모두 제자리에 누운 사이..

어둠에 폭 쌓인 집은 참 예쁘다. 

스위치를 누르고..밖의 어둠에 흡수된 집안은..

다시 내일을 기약 한다.

...잠시 묵상하고..잠 잘 방문을 열었다.

침대 머리 맡에서 골똘이..무엇인가 끄적이는 남편의 얼굴을 본다.

문득..많이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킨을 덜어 얼굴에 문댓다.

남편이 나를 본다.

\" 보지마..하던 일 해\"

 

쓰러지듯 침대 안으로 들어갔다.

의례껏 남편은 나를 안는다.

\" 힘들어..다리 내려놔 \"

\" 많이 힘들어?\"

\" 응...\"

하루 일과가 죽 필림으로 흘러간다.

늘 하는 버릇이고..침대만 누우면 꼭 눈을 감는다.

남편도 얼굴을 내 목사이에 뭇는다.

참 편한 시간이다.

 

\" 내일 데려다 줄께..\"

남편의 목소리가 달콤하다.

 

 

2부.

 

\" 인삼을 꿀에 잰거래\"

\" 음..그래\"

큰 맘 먹고..큰아버지댁에 비싼 선물을 샀다.

우리 큰 엄마 풍으로 손이 흔들린다.

우리 큰 아버지 얼굴 주름이 논두렁 같다.

어찌나 깊은지..

 

\" 애인 있을때 장가 가..\"

서른 다섯 먹은 사촌 동생에게 재촉했다.

\" 혼자가..!\"

\" 바보..니가 혼자니..여자 있을때 무조건 채트려..

  00도 너의 저돌적인 면을 보고 싶을 거다.\"

유교적 기질이 다분한 큰집 정서상..지금 내가 한말은

말도 되지 않는 역설이다.

 

\" 그 쪽 어머니는 뵈었니?\"

\" 응..\"

\" 그럼 다 되었네..올해 넘기지 말어\"

\" 아직 준비 해야 할 것이 많데..\"

\" 뭘 준비해..와서 알콩달콩 하나 하나 장만해 살지

  안 그래요? 큰 엄마..\"

\" 그랬으면 오죽 좋겠어\"

\" ..뭐..남들이 안해 온거 해 올라고?\"

\" 난 들 알어..그러니까 그런가 부다 하지..\"

\" 넌 어째 영감 같니..지켜주고 기다려 준다해서 다

  좋아 하는거 아니야...넌 연애의 근본도 모르니..

  내 여자 다 싶으면 확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 참..\"

\" 뭐가 참이야..요즘 애 가지고 결혼 하는 것도 혼수랜다.

  니 나이에는 그것도 효도다.\"

\" 누나는 참..\"

쑥스러워 비실비실 웃는다.

\" 안그래요 큰 아버지!\"

말 없이 tv 만 보시는 큰 아버지..무슨 생각을 하실까!

아무 말씀도 안하신다.

그러다.

\" 내년에 올라믄 많이 해오고..올해 올라믄 몸만 오라고 해..\"

모두 웃는다.

\" 어이구...그래서 당신은 보자 마자 날 데리고 왔어요\"

모두 뜨악했다.

 

큰 아버지는 큰 엄마를 한번 보고 마음에 들어 안방에 앉히셨다.

..그 근엄하고..말 없고.. 꽉 막힌 줄 알았던 큰 아버지가..

글쎄 첫눈에 반해..큰 엄마를..

 

손이 흔들려 아무것도 못하는 큰 엄마를 위해..

큰 아버지는 차를 매일 다려 주신다.

백발이 허연 분들의 약속이다.

 

 

3부.

 

\" 싫다고..싫다니까..\"

\" 뭐가 싫어..어째 그렇게 철이 없어..\"

둘째가 또 씨름을 했나 보다.

고개를 흔든다.

 

제부가 맘에 안든다고 동생은 툴툴 거린다.

하나도 마음에 안들고..

둘도 마음에 안들고..

셋도 마음에 안들고..

몽땅 마음에 안들고..

 

난 니가 더 마음에 안든다.

그만하면 착하지..

 

바람을 피우니..

돈을 낭비하니..

사람이 경망 스럽길 하니..

우직하고 좋지.

 

답답하고..

남자답지 못하고..

샌님 같고..

너무 싫어..

 

그래서 어쩐다고..

몰라..나 이혼 할거야.

벌써 삼년째 이말이다.

 

처음엔 모두 걱정했는데..

엄마도 나도..가족들 모두..

양치기 소년의 말처럼..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밥은 꼬박꼬박 해주고..

옷도 잘 다려서 입혀주고..

애들 건사도 잘하고..

둘이 오붓이 술도 잘 먹는다.

 

이제는 둘이 닮았다.

세월이 약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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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무를 만들어 준다.

살아야 할 의무..

있어야 할 의무..

존속해야 할 의무..

 

둘이 찌지고 볶고 살아도..그로 인하여

재미도 있고,

설움도 있고, 

앞날도 있는 것이다.

 

창과 방패는 모순이듯..

남자와 여자도 이런 함수관계를 같고..

숙명 적인 아름다운 관계다.

 

이 인연을 부인하고..이 인연을 아니라고..반문 한다 하더라도..

그래도 현실에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주인공인 것이다.

 

당장의 눈에 든 모습만 보지 말란 말이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의 남편과 나의 아내를 느껴 보란 말이지..

 

머리가 흰 모습으로 둘을 볼때..

얼만큼 진한 감동으로 같이 살아가게 될지..

서서히..아름다운 드라마의 두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

 

남자는 여자의 손을, 여자는 남자의 손을..

가슴에 언저보자..

심장은 꽁당꽁당 뜨겁게 뛰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