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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피어


BY 2007-02-14

꽃이 되고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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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 속에 나를 기다리는 봉투 하나가
>거꾸로 꽂혀 있다.
>차디찬 좁은 공간에서 하루종일
>내 이름을 품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내 이름을 안고 기다린 봉투 안에는
>책 한 권이 들어있었다.
>
>박완서 님의 소설 \'그 남자네 집\'
>
>이 책을 사서 봉투에 내 이름을 써 보내준 사람.
>우체국에서 나에게 보내며 마음까지
>포장 해 보냈으리라.
>책보다 먼저 그의 따스한 마음을 느낀다.
>
> 그에게 나는 어떻게 기억되어 있을까?
>그에게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누구여야 하는가!
>
>
>사람의 팔자는 고쳐지지 않지만 운명은
>고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팔자를 고치고 싶어하지만
>생년월일 타고난 팔자는 고칠 수 없다.
>하지만 주어진 운명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고칠 수 있는게 아닐까?
>
>자갈이 많아 쓸모 없는 땅 이라도 농부가
>열심히 돌을 골라내고 거름을 뿌리고 가꾸면
>옥토로 변할 수 있고,
>아무리 기름진 땅이라도 몇 년 묵히고 돌보지
>않으면 잡초만 무성한 밭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
>우리의 운명은 춘하추동 사계절과도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긴 겨울 잎 떨구고 찬바람 속에 서 있던
>나무들의 겨우살이.
>나는 겨울을 보내며 그 나무들이 죽은 듯
>서있다고 느꼈다.
>아니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북풍한설 속에 앙상한 마른 가지로 지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대다수의 나무들은 겨울동안 쉬지 않고
>언 땅 속에 뿌리내리고
>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람 속에 봄의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면 겨우내
>준비했던 꽃눈과 잎눈을 부풀리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철골같은 가지 끝에 발그레
>봄이 오르면 꽃잎이 눈을 뜬다.
>긴 겨울을 견뎌내고 맞는 봄이란 얼마나 눈부신가!
>봄은 따스한 살결과,
>그윽한 향기로 우리 곁에 찾아온다.
>
>하지만 봄이라고 서둘고 들뜨면 여지없이
>꽃샘바람에 혼쭐이난다.
>100년 만의 폭설도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의 마음을 다 잡는다.
>서둘지 마라, 들뜨지 마라, 좀더 천천히......
>다가오는 봄을 기쁘게 맞도록
>감사하게 맞이하도록 마음을 동여매게 한다.
>
>그리고 나서야 봄은 우리에게 유록의 아름다움과,
>씨앗을 뿌리는 기쁨과
>,滿花芳唱의  세상을 선물한다.
>그러며 여름을 맞는다.
>초록잔치를 열며 세상은 싱그러움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여름 또한 우리들에게 녹록치 않다.
>뜨거운 태양도 견뎌야 하고,
>폭풍우는 위태롭게 뿌리를 흔든다.
>애쓰게 지은 우리의 수고로움을 일순간
>수마가 휩쓸어 가기고 하고
>바위틈에다가도 뿌리를 동여매기도
>해야 한다.
>온 몸을 가마 솥같은 뜨거움에 끓게 하는
>伏 더위는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산천초목을 늘어지게 만들지만
>伏을 지날 때마다 벼 마디가 한 뼘씩 자란다는 
>신비로운 자연의 이치는
>우리가 어떻게 거역 할 수 있을까?
>
>비바람을 견뎌 내고, 뿌리뽑히지 않고
>살아 낸  삶의 여정 속에
>뜨거운 태양은 곡식을 여물게 하고, 과일에
>단물을 들게 하고 가을로 가을로 깊어가게 한다.
>
>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 ,풍요롭고 가득한 계절,
>만산홍엽의 계절 속에 지친 마음을 누이게 하고.
>쓰다듬고, 위안한다.
>그러나 ,초록에 지쳐 단풍든 모습에 우리는 얼마나
>애잔함을 느껴야 하는가!
>잎으로 가는 물길이 차단되어 노랗게, 빨갛게,
>목마름에 타는 단풍을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
>마지막 순간을 저리 아름답게 불태우고
>뚝뚝 낙엽 비로 마감해야 하는 가을 속에,
>얼마나 허전하고, 눈물겨운 외로움을
>느껴야 하는지   모른다.
>그리고는 가득했던 마음을 다 비워내야 하는
>쓸쓸함 속에도 머물러야 한다.
>
>비워 냄.......
>비워내지 않으면, 결코 다시 채울 수 없는 진리를
>가을은 순순히 따라야 한다.
>텅빈 가을 들녘에서서..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고백 할 수 있다면
>운명을 헤치며 잘 살아왔다고 자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
>나는 내 이름을 운명 앞에 놓고 헤치며
>살아 왔다고 생각한다.
>간간이 쓰러지고, 좌절하고, 무릎이 꺾이는
>아픔이 가로막았지만
>그때마다 나를 위로하고 사랑하면서 다시 일어섰다.
>
>나는 꽃으로 피었다.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기억하며
>불러주어 꽃으로 피어났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내 이름을 사랑한다.
>꽃으로 피어 난 나를 지독히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