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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와 노


BY 2003-09-12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서 모처럼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세끼 밥을 온가족이 함께 먹게 되어 가뜩이나 많은 식구가 더 많아 보입니다.

밥상을 물린후 아이들 이 번갈아가며 설겆이를 돕게 되었습니다

  남현이가 

" 엄마, 식당을 하면 돈을 벌수 있나봐요! "

"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 영구네 보세요? 돈이 많이 생긴것 같아요! "

" 그래서 엄마도 식당했으면 좋겠니? "

" 아니요, 그런게 아니라, 엄마가 정년 퇴직하시면 일이 있어야 될것 같아요"

 

잠시, 생각이 멋는듯 합니다

아이가 워낙 엉뚱한데가 있긴하지만, 벌써부터 제 어미 노후를 걱정하다니요

" 남현아! 이다음에 엄마 늙으면 생활비 안 줄거니? "

" 엄마 ,저는 그러고 싶지만, 앞으로 실업률도 더 높아지면, 제가 직장을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지 장담 못하쟎아요! "

" 저는요, 강한 엄마 한테서 자라서 장담할 수 없는 약속은 하지않아요"

....

"남현아, 엄마가 어째서 강하다고 생각했니? "

"엄마는 항상 예스와 노를 분명하게 하셨잖아요"

....

평소 나는 우유부단한 면 때문에 내 주변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러고 보니,내 가족에게만 더군다나 아이들에게만 너무 절도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가족 이다보니 쇼핑을 하는것도 쉽지 않고,그 비용도 만만찮아서,

가격의 마지노선과 수량을 정해주고 선택의 재량도 정해 주었던것이 아이에게 많이 새겨진것 같습니다.

 

다섯살때 외출을 하려는 제 손을 끌고 장난감 가게로 가더니

" 엄마 몇시간 만에 올거야"

"3시간 정도 걸릴거야"

"그럼, 엄마 나 혼자 지루하니까 장남감 하나 사줘"

"엄마 2천원 밖에 없거든"

"아줌마 이거 주세요"

 

이렇게 저를 꼼짝못하게 했던 아이입니다.

 

자녀로 부터 버림받는 첫세대라고 하지만,

명절날

아이로부터 노후대책을 하라는 얘기를 듣고나니 뜨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