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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


BY 2007-07-06

붉은 파도가 일렁이는 밤 이었다.

하루 종일을 걸어도 매번 그자리 같은 기분....

저 멀리 솟대는 그대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나는...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애들이 먼저 일나 나를 흔든다.

\" 일어나 엄마....우리 늦었어..\"

 

한참 헤메이고 나니..정신이 없다.

멍하니..앉아서 마무리 짖지 못한 꿈을 꾸고 싶었다.

그래도 헤메인다...어디로...

 

며칠 되었나!

먼데서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늘 시간에 쫒기는 나는 답장을 보낼 여유를 다음으로 미룬다.

그러나..그 메일은 날 건들어 놓았다.

아직도 그 여운은 가시지 않는다.

 

인연을 가만히 생각한다.

이...많은 사람...항하수 (인도의 갠지즈강) 모래알  같은

사람들속에서...아빠와..엄마...부모와 자식...그리고 가족...

역사...참 대단한 그물속에 살고 있다.

 

이 여인의 편지엔...이런 사연이 그려지고 있었다.

 

아버지가 작은 여자을 얻었고..

엄마는 그로 인해 몇년을 비관만 하시다..

농약을 먹고 죽었단다.

남은 사남매 중 둘은 큰 집으로 보내졌고..

둘은 작은 여자가 길렀는데..

막둥이가  시름시름 앓더니..이내 죽었단다.

동네 사람들은 작은 여자가 약을 먹인것이라고

숙덕거리지만...그 또한 알수 없는 사실이고...

 

큰집으로 보내진 둘 중..큰 딸은 자기고..오빠인 아들은

일본으로 밀항을 했는데...그후로 소식이 없단다.

 

작은 여자와 사는 아버지는 돈 벌이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자식에게 손을 벌리고..

그때마다 악배덕배 싸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지쳐

한달에 이십만원씩 보조해주고...정부 보조금을 탈 수

있도록 해주었단다.

 

셋째가 딸인데...어릴적에 남자를 만나..부지런히 맞고 살더니

지금은 도망가서 서울서..호프집을 하고 있단다.

 

부산에서 온 소식은 이러했다.

 

헌데...지금 이 여인은 아프다.

불혹을 넘기고 나니...사는 것이 이렇게 어렵냐고 목 놓아 운다.

이 기구한 인생의 전막으로 한번 이혼을 했고..

두번째 만난 남자와 아직은 살고 있지만..

이도 마음을 둘 길이 없어...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이 오늘처럼..

작두 위의 칼 날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어쩜 좋아요....

 

인생을 보고 있으면...사연마다 서글프지 않은 것이 없다.

 

위나 아래나..그 인생길은 무엇이 이렇게 질겨야 하는지..

 

요즘엔 엄마의 넋도..동생들의 넋도 꿈길에 자주 찾아와

낮 같은 밤을 보낸다고...잠이나 푹 잤으면 좋겠다고..

소원에 목이 메인다.

 

메일을 읽고 나서...한참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분이 나를 찾아 온 것은 어제였다.

 

손을 잡고 우선 안아 들였다.

 

손이 거치른 고목 같았다.

눈가가 자작해지며 애써 눈물을 삼키신다.

눈안에 눈이 또 들어 있었다.

 

삶을 질기게 산 사람들은 눈안에 눈이 또 있다.

왜냐면 보통의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을 안고 살았기에

얻어진 결정체인지도 모르지만..

회안의 시린 상처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유리알처럼

영롱해진다.

그래서 눈을 보면 현재의 마음이 보인다.

 

한참을 두런두런 말을 한다.

아휴..이제 징그러워서 살고 싶지 않아요.

그냥..눈 한번 감으면 그 뿐인데...

 

글쎄요..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나요?

왜..이렇게 질기게 살까요?

 

말 장난처럼 말을 건넸지만..사실은 제가 꼭 묻고 싶은

질문 이었다.

 

어찌 그렇게 사셨어요?

 

사실은 지금..이 여인은 자기 엄마가 간 인생을 가고

있는 것이다.

 

죽도록 싫었던 그 길을 다시 차근차근 밟아 가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업연을 그대로 받아 들이면서...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고리를 끈어 버려야 한다고...강하게 말하고 싶지만..

이 고리가 무엇인지..이 업연이 무엇인지...아무것도

모른다.

그저..이 고통에게 벗어나 보려고 노력을 하면서도..정작

심리적으로는 그 고통을 끌어 안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이 여인이 가지고 있는 형벌과도 같은 것이다.

 

애들은 요?

전 남편과의 사이에 둘 있어요.

 

중학생 초등학생인데..둘다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했다.

 

늘...중심 없이 흔들리는 엄마 앞에 아이들도 바람이다.

 

한 집안이 점점 죽어가는 이야기가..

순간 낭떠러지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그 인연과 인연사이의 갈등과 한이...이 얼마나 지독한지!

 

아마도 이 여인 또한 이 타래를 풀고자 바등거리고 살았으리라...

 

한대를 걸쳐 또 한대의 삶이 지독하다.

 

눈물로 만들어진 살들이 떨리면서..다시 눈물을 만들어낸다.

 

\" 제발...다시 태어나요.

  이왕 사는 거...누구에게 미안하지는 말자구요\"

 

자식이 있고...아직 남은 삶이 있는데...

 

달구워진 삶은 이렇게 지독하다.

업은 이렇게 지독하다.

그래서 냄새가 나고...아프기만 하다.

 

꿈에서...나는 깨어 났는데...아직도 붉은 파도는 마음에

일렁인다.

그 지치고 지친 인연들이...파도에 쓸려...저기저기 멀리...

달음을 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 했다.

하나 하나..마음을 어느 쪽으로 돌려야 할지부터...

 

좋은 인연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그래서 쉽게 늘 웃는 사람 이었으면..

 

작은 소망이...너울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