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좋고 부지런 한 자는 참모형,
머리 좋고 게으른 자는 지휘관형,
머리 나쁘고 게으른 자는 사병형,
머리 나쁘고 부지런한 자는 위험인물이므로 제대시켜야 한다.
이상은 독일군 격언입니다.
마지막의 \'머리 나쁘고 부지런한 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가령 운전자가 방향 파악을 잘못해서 오히려 가야 할 길의 반대로 주행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시면 될 것입니다. 장관이 정책방향을 잘못 설정하면 그 분야는 몇 년씩이나 낙후되게 되고, 대통령이 머리가 나쁘면 IMF사태처럼 나라가 파탄이 납니다. 국가의 지도자가 무능하면 타국의 지배를 받거나 나라가 없어지기도 합니다. 국가 지도자의 참모 그룹이 무능하면 역시 지도자의 무능을 보완할 수가 없어 마찬가지 결과가 됩니다.
인수위는 위의 독일군 격언이 말하는 4가지 타입 중에서 어디에 해당할까요?
노대통령이 \'법이 정한 권한\'에 관해 말을 하길래, 인수위의 직무범위가 궁금해서 법령을 찾아보았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7조에서는 인수위의 직무범위를 \'정부의 조직ㆍ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대통령의 취임행사 등 관련업무의 준비, 그 밖에 대통령직의 인수에 필요한 사항\'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자 하니, 누가 보더라도 인수위는 위의 법률규정에서 정한 직무범위를 넘어서서 지나치게 세세할 정도로 국정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위의 법이 제1조에서 \'이 법은 대통령당선인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명확히 하고 대통령직의 원활한 인수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정운영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수위의 활동범위가 얼마나 위법하며 필요 이상인지 알 수 있습니다. 50여개의 법률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현직 대통령에게 강변까지 하고 있습니다. 인수위가 이 법 제1조에서 정한대로 \'국정운영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국정운영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습니까?
어쨌든, 이로써 인수위가 \'부지런하다\'는 것은 입증이 됩니다. 위법까지 해 가면서 말입니다.
그럼 과연 머리가 좋은지 아닌지만 판단되면, 인수위가 \'참모형\'인지 아니면 \'제대시켜야 할 타입\'인지가 판명되겠군요.
지금까지 나온 전과목 영어수업, 대운하, 정통부폐지, 휴대폰 쌍방향 요금제, \'인재과학부\'란 명칭, 신용불량자 대사면, 통일부 폐지, 건강보혐 민영화, 금산분리 단계적 철폐, 출총제 폐지, 인권위의 대통령 직속화, 외국인 공무원 임용, 전작권 포기 등등 만 열거해도 제가 무슨 결론을 낼지 감을 잡으시리라고 봅니다. 이 사람이 이 말을 하면, 저 사람이 저 말을 하고, 다시 이 사람이 다른 말을 하는 등 중구난방이요, 또한 자기부정으로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처럼 인수위가 \'무능하면서 부지런한\' 타입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명박 당선인의 그릇된 시각 때문이라고 봅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시각에 근거한 잘못된 공약을 억지로 뒷받침해서 꿰맞추려 하다 보니까 부작용과 무리와 잡음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더해서 인수위의 인적 구성이 과연 검증된 유능한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가 하는 것이 크게 의문입니다.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도대체 일을 왜 그런 식으로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의 과장급을 인수위원장을 시켜도 이렇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대외적으로는 권위있게(권위주의적이라는 말과는 전혀 다른 말이니 오해 없기 바랍니다) 대국민 의사소통의 창구를 일원화하고, 내부적으로는 어떤 의견이든 기탄없이 제시하게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그러한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였다면 이처럼 인수위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구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은 이처럼 자기모순적인 말도 말이지만 구체적인 정책들이 대부분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근거 박약하고 경솔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전과목 영어수업만 해도 그렇습니다. \'기러기아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전과목 영어수업을 하겠다는 것, 정말 충격적인 부분이었습니다.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든가(물론 이렇게 말했어도 부당하지만) 다른 명분이 많았을텐데 하필이면 \'기러기아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라고 말한 것은 크나큰 패착입니다. 아니 \'패착\'이라는 것은 실수라는 의미를 포함하는 느낌을 주므로 적절치 않을지도 모르죠. 그런 근거가 튀어나온 것은 무지와 무경험, 무철학의 귀결입니다.
언론에 의하면 정작 기러기아빠들은 그러한 인수위의 명분을 두고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 그 말은 굳이 언론을 빌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식자들은 뉴스를 보다가 너무나 놀랐고 또한 누구나가 일성으로 그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인간성이 상실된 지나친 경쟁교육과 지나친 학벌사회에 있는데 인수위는 그런 현실 인식을 전혀 하지 못하고 엉뚱한 데서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았습니다. 좀 심하게 말해서 저는 인수위 사람들 실성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총체적 난국입니다. 시작도 하기전에 수없는 자기부정과 백지화로 온 국민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철학의 부재는 많은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명박정권이 성공하기를 빕니다. 왜냐 하면 이명박 정권의 실패는 대한민국의 실패를 의미하는데 나라가 실패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공하기가 매우 힘들 것 같습니다. 그 무자비한 경쟁주의적 철학을 바꾸지 않는 한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고요, 21세기의 흐름에 뒤떨어진 애덤 스미스적인 시장경제와 가격기구 지상주의적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실패를 면하기 어려울 것 같고요, 참여정부가 5년간 준수해왔던 인위적 경기부양 자제의 원칙을 깨고 대운하 공사 등으로 인위적 부양을 하겠다는 발상을 버리지 않으면, 그리고 국어 말살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이명박은 두고 두고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