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 할 거예요..하고 싶어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그녀가 말했다.
보아하니...연예인 할 상은 아니었다.
계속 손톱을 물어 뜯고 입술을 만지작 거리며..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요..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 점 이예요?.....여긴 얼마 받아요?\"
맹랑한 그녀의 목소리가 청량하다.
그래..무슨 말이 필요하랴..
\" 생년월일 대 봐요\"
어쩌구 저쩌구..
\" 음...손목 좀 줘봐요\"
맥을 짚으니..약하디 약하다..
그리고 놀랜 흔적이 영력했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어떤 시작을 할까..
혼자 뇌까리는 내머리가 고슴도치처럼 바짝 섰다.
\" 뭐가 그렇게 불안하니..\"
\" 그래 보여요?\"
\" 그래..그래 보여..\"
\" 맞아요..저 불안해요..제 몸에 귀신도 있어요.
저..정신병원 약도 먹어요.\"
\" 그래..그럼 묻자..내가 어떡해 보이니..\"
\" 음...음...\"
눈을 가늘게 뜨고 뭔가를 열심히 생각한다.
그러더니..
\" 아들 속 썩이지요..남편도 속썩이고 있고..
딸은 좀 착한데...나중에 딸도 무척 속썩여요..\"
\" 머리속에서 그런 말들이 떠올라?\"
\" 내..나의 수호령이 나에게 알려줘요..\"
\" 그래..그렇구나..그럼 정신병원 약은 언제부터
먹었어?\"
\" 한두달 되었나..잠 안올때 먹으면 직방이예요\"
입술에 핏빛이 비친다.
여린 입술의 살빛이 심장소리와 함께 내 가슴에 박힌다.
\" 답이 안나오지요..저두 알아요..제 팔자 개판인거\"
\" 엄마는...\"
더 심하게 입술을 문다.
\" 엄마가 없네..엄마 어디 갔어?\"
\" 그년 말 하지도 말아요..나쁜년이예요..\"
\" 왜..\"
\" 그년 때문에 네 인생이 이렇게 되었어요..\"
\" 그럼 아빠는..\"
....
\" 아빠...우리 아빠...\"
눈물이 빙그르 돈다.
\" 불쌍해요..우리 아빠..그년 때문에 정말 불쌍해요\"
어둑해지는 밖의 전경은 버티칼 색을 진하게 만들어 놓았다.
어릴적 엄마는 남자를 집으로 끌여 들였다.
학교에 갔다 온 아이는 엄마와 다른 남자와의 밀애를
보았고...그 뒤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다.
출장이 잦은 아빠는 매일 가방만 들고 나가는 것이
일이고..엄마는 가든 말든...늘 투덜거리는 것이 일 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간 것이다.
\" 엄마가 저 보고 미친년 이래요..저두 알아요 미친년인거\"
\" ....\"
\" 선생님..저 물 좀 줘요\"
\" 음..그래..\"
물을 따라 준다.
\" 책이 참 많네요..이 책 다 읽었어요?..\"
\" 대충....\"
\" 와.. 한문이다..한문 알아요?\"
\" 글쎄....\"
\" 에이..이거 보니까 잘 쓰네요...\"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 저..남자 친구 있는데...\"
핸드폰을 열어 보여준다.
\" 음..잘 생겼구나..\"
\" 나..그애 없으면 못 살아요..얼마나 귀여운데..두 살 연하예요\"
수줍게 웃는다.
\" 근데 선생님..왜 남자들은 저만 보면 자자고 그래요?\"
큰 한숨이 이렀다.
\" 어이구..왜..그러지!\"
\" 꼭 자고 나면 차요....어릴때부터 그랬어요\"
입술이 아프겠다.
\" 입술 깨물지 말고 손 좀 줘봐\"
\" 왜요..손금도 봐줘요?\"
좋아라 하며 내민다.
손을 다독이며 그랬다.
\" 다 예쁘네..근데..왜 마음이 작지?\"
물끄러미 쳐다본다.
\" 몸 속에 마음이 있어..근데..그 마음이 커다랗지 못하고
작단 말야..\"
\" 알아요..저 귀신 들어 있는거..\"
\" 그거 귀신이 아니고 마음이 말하는 거야..\"
\" 어..귀신인데..\"
\" 아니야..귀신이 아니고 마음이야..엄마 그리워 하는 마음..\"
\" 저 엄마 싫어해요..\"
손을 쑥 뺀다.
\" 이제 선생님이 말을 할께..그래도 될까?\"
\" 설교는 싫어요..많이 들어서..\"
\" 너도 말했으니까..나도 말을 해야지..그치..\"
\" ....\"
\" 사람이 혼자 있다 보면 무섭거든..
그래서..혼자 있는 사람이 또 다른 친구를 머리 속에서 만들어
내놓는데..그 친구가 아마 말을 할거야..\"
\" 무당이 귀신이라고 했는데..\"
\" 아니야..그럼 귀신이면 귀신 같이 맞춰야지.
아까..선생님 이야기 물었지..선생님 생활은 그 반대인데..
아들도 공부 잘하고 예쁘고..선생님 남편도 속 썩이지 않고..
딸도 착하고..\"
\" 거짓말..\"
\" 난 거짓말 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해요..
그래서..이말을 알아 들을지 모르겠는데..
사람은..자기가 보고 싶은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살아..
자기가 처해진 환경..자기가 겪고 있는 일들..
자기가...말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자기 마음대로..
무슨 말인지 알겠어?\"
\" ...\"
\" 지금의 생활이 너무 힘이들고 어려우니까..지금..보이는 것이
다 그렇게 보이는 거야..\"
\" 엄마가 저보고 미친년이라고 했는데..그럼 엄마도 미친년 이겠네요\"
\" 그건 엄마가 잘못하신거지..\"
\" 엄마는 매일 저보고 미친년이래요.
뭐든지 잘못했다고 그러고..죽으라 그러고..저년 때문에 내가
미친다고 그래요..나는 엄마 때문에 미치겠는데..\"
숨통이 막힌다.
\" 미친년이 왜 남자를 끌어 들이고...아빠도 바람 피고..엄마 바람 피고..
매일 싸우고...싸우다가 나만 보면 나 때리고..
내가 어쩌라고..나는 어쩌라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 내가 뭘 잘못 했어요? 나 머리 나쁜 것도 알고..나 바보 인것도 알고..
나..남자도 많이 만났어요..그래서 애도 몇 번 땟어요..\"
\" 잠깐...00아..잠깐..우리 진정하자\"
\" 참..다들 말이 막히면 그러더라..치사하게..\"
누구의 잘못이랴..
무엇이 잘못 되었으랴..
오지랍 넓은 년은 건들어 놓은 상처를 추수리지 못해
가슴만 답답하고 어둑컴컴한 날씨는 자꾸 냉기까지 엄습한다.
\" 00아...남자 친구 이야기 좀 해줘..그 친구 이야기 좀..듣자..\"
\" 음..귀여운 놈..\"
사람의 잠재의식은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이 많다.
그 잠재의식을 풀어주지 못하면 살면서 자꾸 되짚게 된다.
또 다른 망상의 비슷한 나를 만들어 그의 지시를 받는 것이다.
더불어 존경해야하고 사랑해줘야 할 사람이 없으니..
그것에 대한 애정의 결핍도 있는 것이다.
아빠..엄마...
이 기막힌 인생의 일대기 위해..그들이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아무리 사회적으로 유능하면 뭐 할 것이며..
아무리 돈과 명예만 있으면 뭐 할 것이냐..
지금..내 딸 내 아들은 너무나 큰 웅덩이에 빠져 부모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어제의 시간은 차곡차곡 갔지만..내 마음은 여전히 미궁이다.
\" 선생님..다시 와도 되요?\"
\" 음..\"
\" 돈 줘야지..\"
철이 없는 그녀를 보며 그녀의 엄마를 연상한다.
아마 그녀의 엄마도 그녀와 같은 모습으로 서 있었겠지...
\" 가서 남자친구랑 맛난 것 사먹어..\"
남자친구 이야기만 하면 싱글벙글이다.
\" 대신..내일도 와야한다..알았지..\"
아직 답답한 숨통은 트이지 않고 한숨만 폭폭히 나온다.
그녀...오늘도 어딘가에서 날개짓을 하겠지..
그녀의 날개짓은 어제 쯤 힘겹지 않을지..
부시부시한 얼굴이 오늘은 좀 더 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