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황금의 결정체가 있다면 자연의 가을 일 것입니다.
노란 황후화의 빛이 스크린을 점령한 것 처럼..
지금...계룡산의 가을도 황후화 같습니다.
발길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사람의 행렬은 개미가
종군을 이루고 걸어가는 것처럼...
끝 없이 끝도 없이...무엇에 이끌려 깊이 깊이 들어갑니다.
몇에게 물었습니다.
왜 산에 가세요..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내요.
그래서..저에게 물었지요.
너는 왜 산에 가느냐..
자연에 속하여 있는 내 모습은 그렇게 단아 할 수 없습니다.
건강하기도 하고 생각도 맑아지고..
그리고 무엇보다...끌어 오르는 쾌감이 있습니다.
발에 힘을 실어 한발짝 한발짝 옮길때마다..
무릉도원의 구름을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의 인연은 원래..저 먼 옛날부터
살아왔던 터에서의 모습이라 합니다.
사람으로 살았던 사람은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고..
그 삶의 방식은 늘 하던 습대로 그대로 이어집니다.
윤회란게 별거 없습니다.
깨닫지 못하면 그 밭이 그 밭이고...비슷하게 지금처럼
살겠지요.
발걸음을 옮기며 사람들을 봅니다.
꼭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힘들다고 안 올라 오겠다던 아이들도 어느새 올라와
웃고 있고...
남편은 저만치 올라가고 아내는 밑에서 어기적 거리며
올라가고..
산을 가는 것인지..사랑에 목이 마른 것인지..
올라가면서도 서로 애정을 확인 하는 젊은 청춘을 보면서도..
가다가 힘들어 쉬는 노인분들을 보면서도...
돌고 도는 사람의 생로병사가 그렇게 보여집니다.
참...맑은 하늘아래 지금의 모습입니다.
죽음을 앞에 둔 분들의 머릿속에는...
이런 그림이 그려진다 합니다.
이렇게 산을 오르는 것처럼 끝도 없는 자연속에 혼자 고독히
걸어간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층층의 논과 밭의 사이길로..
나무와 물과 바람과 ...
풍경화에 나왔던 자연속으로 그렇게 걸어간다는 것입니다.
벌거벗은 몸둥이로요..
우리가 산을 오르는 이유가 혹시 이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아닌지...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떠나고 쉬고..다시 태어나고 싶은 본능..
어느새..절집 앞에 와서..가만히 나의 거울을 들여다 봅니다.
이제 쉬려고 왔습니다.
그래...그래...잘 왔다.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나를 감상합니다.
발바닥...그 발바닥 밑에 있던 흙부터 시작하여..
머리...머리카락의 끝부분까지...그리고 그 위의 바람의 소리까지..
내가 느끼는 것은 모두 꿈 입니다.
잘 꾸고 있는 꿈..
깊이 들어가 저 멀리 예전의 모습도 찾아보고..
깊이 들어가 가고자 하는 곳도 가보고..
깊이 들어가.....이 생각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보고...
문득 삶이란 꿈이다..란 정의를 감히 내리며..
나도 조용해집니다.
어린 시절..내가 이 계룡산에 소풍을 와서..
친구와 놀았던 메아리가 배어져 있고..
처음 산을 완주했던 쾌감이 배어져 있고..
그리고 너무 힘들어 그냥 발길 따라 온 곳의
아픔이 배어져....그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시간이..
꿈처럼 몽롱하게 나의 과거를 되짚어갑니다.
참...좋은 꿈입니다.
아팠던 기억이건 좋았던 기억이건...
꿈은 꾸고 나면 울먹입니다.
그리움에...
왜 그랬을까..그때 그러지 말걸...
혹시 오늘 꾼 꿈은 어땟을까요.
힘들었던 날 이었어도...즐거웠던 날 이었어도..
우리가 내일로 가면 이 과거는 꿈으로 삽입 되어 버립니다.
내가 벌써...올라가 산을 보고 온 것도..
기억의 저편으로 들어가 버리고..
나는 좋은 꿈 하나 꾸고 난 사람처럼 그렇게
다음을 준비합니다.
힘든 과거가 없다면 사람은 결코 아름다워지지 않습니다.
이 진리는 제가 만나 본 여러분을 통해 얻은
결론 입니다.
앞날의 내 모습을 깊이 들여다 보고..
그 꿈을 마음에 간직하면..
내 앞날은 꼭 그렇게 그려진다는 것..
죽는다는 의미는 몸이 죽었다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이 개편을 해야 합니다.
사람의 채널은 절대 죽어도 같은 채널입니다.
KBS가 KBS로 전파를 보내는 것처럼...
한번 길들여진 습처럼 말이지요.
도인들이 산에 가서 찾은 것은..
이 자연과 화합하는 법를 찾은 것입니다.
자연을 읽고 나왔더니..어느새 내가 이렇게 되어 있더라.
그게 그런거였구나..
터덜터덜 걸어오는 길이...
어찌나 가벼운지..
다 놓고 ...
다 내려놓고...
오늘가서 칼국수 끓여서 우리 가족 맛나게 먹어야지..
울컥 너무 소중해 눈물이 났습니다.
이 손짓...눈깜박이는 것...
너무도 귀한 몸짓 입니다.
잎새가 바람에 노래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