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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집 아이...슬기..


BY 2007-09-21

점심시간을 한참  보냈는데도 먹지 못했다.

먹을 엄두를 냈다면 먹었겠지만..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배에서 뭘 달라그런다.

 

자판기 커피 한잔을 뜨겁게 마셔야지..

그랬더니..웬걸..

속이 쓰리며 갑자기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구토증이 올라와 속을 보이기 시작했다.

 

올라올 것이 없으니..탁한 커피향만 입안에 맴돌면서

위산의 노란물이 온 입을 다시 돌기 시작했다.

얼마나 독한지 입안을 홀랑 태워버렸다.

 

입천장과 목젖에 데인듯한 쓰린 아픔이 영 가셔지지 않았다.

아이구..이년아..

속으로 나를 채찍하며 책상에 몸을 기댔다.

 

몇분이 지났을까..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려..반사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 네\"

\" 이선생님...\"

\" (짱구를 돌리다).소장님..\"

\" 안녕하셨어요..\"

\" 네..\"

 

김소장님과 나와는 인연이 깊다.

저기 부모와 인연이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분으로

가끔 전화 통화도 하며..나라 걱정도 했다가..살림 걱정도 했다가..

애들 걱정도 했다가..결론은 각자 하는 일에 열심히 합시다.

로 끝내는 말이 잘 통하는 소장님 이시다.

 

얼마전부터 연극 작품을 올리는데..

여기에 아역 배우를 이 소장님의 추천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끼도 많고...열정도 있는 아이들 몇명을 추천 받아 무대에

올리기로 정하고..

아이들 오디션을 보고 그 중 몇의 배우가 만들어졌다.

 

아이들마다의 아픔이 있지만..

이 아이들은 모두 부모님이 없거나..조부모 밑이거나.. 아니면

형제자매들 끼리 살거나..보호라는 개념은 사실상 없는

야생마처럼 산다는 말이 맞을 성 싶다.

 

이 야생마들 틈에 낀 여자 아이...슬기..

 

눈빛이 어찌나 강한지 독을 품은 눈이 왠지 안스럽기까지 했다.

 

오디션을 보면서도 아이의 눈에 메인 나의 마음을 숨길 수가 없어

한번가서 몇살이니..두번가서 어디 사니..

 

이런 쓸데없는 질문으로 애의 눈을 의식했다.

 

어쩌나..

사람의 몸 중에서 가장 진실을 말하는 것이 눈인데..

어쩌다가 저 아이의 눈은 뱀의 눈처럼 스물거릴까..

 

마음에 바늘침을 꽂은 듯...애렸다.

 

연습을 시작하여 한번도 탈없이 끝나지 못했고..

말을 안들으니..연출 선생님은 목이 다 쉬어버렸다.

 

갈수록 후회만 생겼다.

이거..연기 학원생들을 써야 옳았는데..

어째서..그랬니..

나를 원망도 해봤다가..

아니야...저 마음속의 기를 발산하게 해야해..

무모하게 지껄여도 보았다가..

시간은 달음을 치며 흘러갔다.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다.

 

시간이 약이라고 얼마 지나고 나니 발음과 호흡은 괜찮은데..

요..카리스마..슬기양의 문제다.

갑자기 안한다는 것이다.

왜냐고 물었다.

말을 하지 않고 쳐다만 본다.

왜..그래..

독을 품고 본다.

슬기야..

 

대화를 시도해 봐도 안된다.

이 심리라는 놈은 절대 그를 믿지 못하면 아무것도 토하질 못한다

그러므로 억압이든 아니면 아주 순하든..

둘중의 하나로 이 아이의 물골을 터야 하는데..

무엇이 옳을까..내 머리는 계속 돌아간다.

 

슬기야..왜..

안해요.

역이 마음에 안들어?

아니요.

그럼..

그냥요..

(방법을 달리해야했다)

이리와..

(애를 안았다..오지도 않는다. 억지로 안았다. 그래도 안온다)

슬기야..이러면 선생님 너무 힘들어.

슬기 눈에 뭐 들어 있는 줄 알어?

장미가 들어 있는데..장미꽃은 말 안하고..

가시만 말해..그래서 선생님 마음이 아파..

가시같은 눈으로 선생님을 보니까..

(그래도 가만히 있다)

선생님이 안아 줄께..선생님도 애들이 셋 있어서..

여기(가슴)이 따뜻해.

...

전 그 딴거 필요 없어요.

(너무 독하게 이야기한다)

슬기야.

전 그 딴거 필요 없어요.

(10살 눈에서 눈물이 빙그르 돈다)

 

아팠다..매우 아팠다.

 

그래서 꼭 안았다.

왜 그래..왜 그래..무슨 일 있어?

 

애들 아빠가 일주일에 한번씩 오는데..

술을 먹고 애들을 때렸나 보다.

그 추접한 연극 하지 말라며.. 조용히 살으라며..

 

탈이 난 위를 잡고 소장님의 말을 가만히 들었다.

 

속이 더 아프다..

 

왜...어른이란 사람들이 그렇게 모르고 사는 것일까..

왜...그렇게 우메한 것일까..

왜...가만히 좀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

 

소장님은 이러하니..이 일을 어쩜 좋으냐고 그런다.

 

연극막은 얼마 남지 않고..애들 아빠는 주정뱅이고..

애들은 그도 아빠라고 그의 말만 듣고...

이거 사면초과였다.

 

할 수 없이 아빠를 만나야지..그래야지..

 

끙끙거리며 약속을 정하고 만나러갔다.

 

애들 아빠는 나를 만나는 동안에도 술이 오른 상태였다.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 저기 슬기 아버님..\"

버럭..쓸데없는 소리 말고 가쇼..

나도 한숨을 쉬었다.

\" 저기 슬기 아버님..약주 한잔 더 하실래요?\"

안해..가요..

\" 맥주로 하실래요..소주로 하실래요\"

아니...

\" 소장님 맥주 사오세요..맥주가 좋겠어요\"

그렇게 둘은 대적을 했다.

 

물론 결론은 허락을 받아냈다.

 

마음이 열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특징은 늘 폐쇄적이다.

혼자 늘 가둬 놓은 검은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똑같이 아이들은 그 검은방을 답습 받고 자라게 된다.

 

이 습을 깨는게 사실상 무척 어렵다.

 

슬기를 안았다.

어린게 무슨 죄가 있을까!

아직 응석을 부려야 할때...엄마가 입던 옷을

소매 접어 입어야 하고...견눈질로 세상을 봐야 하고..

손을 계속 만지작 거렸다.

웃는다.

 

애들 웃는 것은 모두 예쁘다.

 

잘하자 슬기야..

 

너도 좋은 인연으로 세상을 보고 나도 널 잘 이끌어서

또 다른 세상을 보자..

 

속으로 되내이며..소금에 절인 마음이 입내를 토해낸다.

 

애들이 잘 커야...업도 한도 없을 터인데..

그전의 시절보다 요즘 애들의 마음은 더 굳어지니..

어디서 온 운명의 소산일까!

 

정도 마음도 다 어디로 갔단 말이냐..

아..가슴 아픔 시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