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130

어머니..


BY 2007-09-03

이 전화를 받고 시어머니에게 전화했어요.

 

\" 저예요..\"

\" 누냐..\"

\" 00 에미요\"

\" 어..\"

\" 엄니..목소리가 왜 그러셔?\"

\" 말을 안하고 있으께 그러지..\"

\" 식사는 하셨어?\"

\" 아니..아직 안 먹었다..\"

\" 따뜻한 밥 드셔...죄송해요\"

\" 니가 왜..죄송해..\"

\" 그냥...그런말 하고 싶을 때 있어요..\"

 

우리 어머니는 여든 두살을 넘기십니다.

여기저기 아픈데로 많지만..

내가 이분을 존경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어려운 시절을 보내면서도 늘 위풍당당 하심을

잃지 않으십니다.

 

\" 엄니..이거 이쁘다\"

손에 낀 알반지 보고 그랬습니다.

\" 가질래\"

\" 주면 ...저야 좋지요\"

귀여운척 그렇게 하면..

\" 여..있다\"

그러고는 빼주십니다.

이런 반지가 몇개 있습니다.

 

한번은 남편이 사업을 시작하는데..떡 보따리를 들고

저기 전라도서 대전까지 오셨어요.

무궁화호를 타고....

끙끙 거리며 떡 보따리를 내려 놓으시더니..

털썩 주저 앉으시는 거예요.

힘들었다는 거겠죠.

 

\" 아이구..떡을 왜 해 오셨어...힘들게..\"

떡 보자기를 풀어 떡 맛을 보려는 순간..

내 눈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 속에..돈다발이 있지 뭐예요.

시나브로 모은 오백만원을 떡 속에 넣어 가지고

오신 거예요.

이 떡 보따리를 들고 기차에서 얼마나..마음이 조렸을까..

생각하니..눈물이 와락...감동 이었지요.

 

이것이 우리 시어머니 마음이예요.

 

워낙 강한 성격이고 워낙 거침없는 분이지만..

그래도 왜. 너한테 만큼은. 내가 다. 줄란다.

 

오늘..서울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영어 학원을 하세요.

\" 희지님!\"

명쾌한 목소리로 항상 희지님..하고 부르는데..오늘은

좀 ...목소리에 힘이 없어요.

\" 네..\"

\" 어제 꿈에 우리 어머님이 다 주시는 거예요\"

이선생님의 시어머님은 지금 병환 중이시고...

좀 더 깊이 말하자면...임종을 앞두고 계세요.

그래서..오늘 내일...점점 이승에서의 마지막을...

준비하세요.

 

몸은 벌써... 제 힘을 다 잃었는데..아직 정신의 힘은

잃지 않고 계신가 봐요.

 

오락가락..그 와중에도 며느리 아들..밥 먹었냐..그것부터

챙기신다며..목소리가 격양되어 저에게 토로하십니다.

맞어..그래 부모는 그래..

 

오늘은 갔더니..

힘이 없는데도 손을 올려 바늘 땀 뜨는 흉내를 내시더랍니다.

아마..예전 애들 어릴때 등잔불 밑에서 옷 지었던 그 세계로

가셨던가 봅니다.

 

현실과 무의식에서의 다른 나에게로...그렇게 넘나 들며

가실 준비를 하시고 계십니다.

 

아...이제 얼마 안 남았구나..

 

기운의 마지막을 옛날 그래도 행복하던 시절로 다 되짚어 가는구나..

 

눈물이 울컥 합니다.

사람에게 가장 행복할때는 가족이 모여 적으나..많으나..

오손도손 밥 같이 나눠 먹던 그 시절로 행보를 합니다.

 

그러다..본인의 어린시절 아버지 어머니 밑에서

형제들과 돌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사람의 깊은 내면에 깔린 정서 입니다.

 

아마 어르신은 그 시절을 다 겪으면 몸도 정신도 쉬시겠지요.

 

사람의 몸은 절대...기억력이 둔하지 않아서..

모든 것을 다 기억해 냅니다.

 

슬펐던 것도..기뻣던 것도...후회하던 일도..창피하던 일도..

이 많은 순행 과정을 통해..정신이 압축 되다 보니..

기억할 것도 한이 될것도 다 정신속에 담아 갑니다.

 

그래서 다음생에가면 했던 습관 했던 말들..했던 가락이

그대로 분출되어 다시 또 돌아가는 것입니다.

 

왠지 어르신이 참 따뜻한 분 같아 마음이 시렸습니다.

 

가까이 있으면 \" 편안하시라고..편안해서..좋은데 가시라고..\"

이런 말을 꼭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너무 빨리 급하게 가셔서..내가 할 말을 다 못해

마음속에 늘 덩어리가 있습니다.

 

부모님한테 잘하세요.

무조건...그냥..

부모님이 너무 힘들거들랑...전생에 나에게 앙금이 있었나 보다

...이렇게 달래세요.

 

이선생님의 처진 목소리가 ...오늘 날씨처럼 시립니다.

 

부모님이 자꾸 옛날 일을 상기 하시 거들랑...

아..가실때가 다 되어 그렇구나..

그저 좋다고 좋다고 고개만 끄덕여주세요.

웃는 얼굴엔 절대 투덜 거림이 없습니다.

 

\" 엄마..추석에 갈께요..\"

\" 얼마나 남았냐..추석이..\"

알면서도 더 듣고 싶어서...

\" 예..한 두주 지나면 추석 이네요..일요일 두번만 지나면\"

\" 그래..빨리 오네..떡은 뭘 하지!\"

\" 엄마는 절대 걱정 마셔..내가 다 알아서 해요\"
\" 그래도 애들 먹을 거는 해 놓아야지..\"
\" 그것도 걱정하지 마셔...요즘은 마트가면 다 있어요..

  우리 갈때까지 건강만 챙기고 밥만 잘 잡수고 계시면 돼요\"

\" 응..알았어\"

우리 어머님은 금새 애기가 되십니다

 

아....

가만히..가만히..애들한테만 덕담하지 말고..

부모님 입 벌리고 순하게 잠을 주무시면..

\" 엄마 아빠..건강하세요..사랑해요\"

 

이런 주문을 외워보세요.

이말의 파장은 잠재의식까지 전달이 되어..

꿈도...마음도 아주 편안해집니다.

 

어르신의 임종을 앞두고...많은 생각이 떠 올라...

가을이 성큼 다가 오는 듯 하네요.

 

왜 오니..왜 오니..가을아..

 

열매 맺어 다 떨어지면...다시 흙속으로 가는 것이..

당연한데...그 지는 세월이 봄 꽃 같으니...어쩜 좋을까!

 

시린 가슴은 만들지 마세요..

 

원래..사람의 마음은 봄 꽃 같아요.

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