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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BY 2008-04-26

사람의 눈을 보면 다 알 수 있어요.

 

이마 눈썹 눈꼬리..볼따구까지...

 

사람에게 풍기는 향기는 모두 그의 몫이예요.

 

아스파라가스 잎처럼 천연덕스럽게 고고한 척 하고 있어요.

 

그래도 눈은 말을 해요.

 

나는 무척 외로운 사람이라고...

 

 

얼마전부터 가슴 한켠이 허합니다.

혼자 노래도 불렀다가 춤도 추웠다가...

 

바쁜 나날 속의 빈곤인지....

 

학교때 친구는 무엇을 하며 살까!

참..공부 잘한 친구였는데..

 

누가 날 그리워 할까!

 

모두 가버린 시간이 아쉽다..

 

학창시절이 그립다.

 

뱃살이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괘고 앉은 다리 위로

척 늘어져 있습니다.

 

예전의 나는 어디로 갔느냐...

 

 

이렇게 공상 거리고 있는 와중에..

 

57세 얼굴에 우울모드로 꽉 찬 아저씨 한분이 오셨습니다.

 

\" 그 친구 소개로 왔어요\"

 

금방 얼굴을 톡치면 눈물이 주루룩 흘러 내릴 것 갔아요.

 

\" 잘 오셨어요..앉으세요\"

 

\" 일이 잘 안 풀려요..힘도 들고...\"

 

\" 네...올해는 너도 나도 모두 안 풀린다고 하시네요

  저도 안풀려서 이렇게 맥 놓고 있어요\"

 

씁쓸히 웃습니다.

 

대형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아저씨는 일은 줄고 몸은 고되고

마누라는 돈만 갔다 달라 그러고...

 

명리의 맹점은 우주의 기운으로 인간의 심리적 작용을 봅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이분은 이제야 우울증이 무엇인가를 알았던 것입니다.

 

\" 남자도 우울증이 걸리나요!\"

 

\" 남자도 여자도 다 인간이기에 아침맘 점심맘 저녁맘 다르잖아요

  세끼 반찬이 다른 것처럼...\"

 

말이 없는 아저씨는 나에게 무엇이든 말을 합니다.

 

\" 친구랑 고스톱을 쳤는데요..\"

 

죽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냥 재미있게 듣습니다.

 

왜냐하면 이 아저씨는 지금 이 말을 아무에게도 할 사람이 없습니다.

 

마누라는 보험회사 다니니 매일 바쁘고..

애들은 대학 다니니 얼굴 볼 시간도 없고...

친구들은 규칙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니 저녁에야 만나고...

 

근데 본인은 마음이 아프고...

 

그래서 돈이 걱정이 된 듯 왔지만...사실은 마음의 병 때문에 오신거예요.

 

\" 어릴때 수험료를 못냈어요..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가래요..그래서 갔는데...

  엄마에게 말을 못해요..고생하는 부모님...\"

 

가슴 한쪽이 절이해집니다.

 

\" 사먹는 밥이 싫은데..가끔 집에 오면 마누라가 밥 먹고 들어 오래요

  큰 차는 어디다 댈수가 없어요. 밥 먹기도 곤역 스러워요

  식당 주인이 나가라 그래요..주차공간 때문에..\"

 

\" 아내에게 이런 말들 해 보셨어요?\"

 

\" 하면 뭐해요...다 내가 못나서 그렇다는데....그냥.... 싫어요\"

 

마음문이 닫친 아저씨는 착찹한 심정을 두서없이 말씀하십니다.

 

이제부터 명리상담이 아닌 심리상담으로 들어가는 것이지요.

 

\" 가장 행복한 때는 언제인가요?\"

 

\" 애들하고 놀때...마누라가 웃고 있고..\"

 

\" 지금 가장 먹고 싶은 것은요?\"

\" 우리 딸하고 칼국수요\"

 

\" 가장 가고 싶은 곳은요?\"

 

\" 없어요..그냥 쉬고 싶지..\"

 

아직도 먼 여행이 남아 있으나..그 여행의 중요함을 모르는 아저씨는

오늘도 쓸쓸히 집으로 향합니다.

 

몇번의 상담을 예약하고 그 분과 많은 시간을 약속했는데..

무한한 느낌이 몰려옵니다.

 

남들은 소극적이라 할지 모르지만..

 

늘 한길 그자리에서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이분이야 말로 지금 보기 드문 가장 아닌지요!

 

\" 뭐라 말을 하면 다시 돈 이야기로 가고..

  그렇다고 생활비를 안 준 것도 아닌데..

  그냥 말을 하지 말아야지..내가 돈으로만 보이니까!\"

 

\" 그건 오해예요..

  저에게 하신 것처럼 아내에게도 말씀해 보세요\"

 

\" 뭘....싸움 밖에 안되고...돈 주면.. 좋아하니까!\"

 

입맛을 다시는 입에서 황혼이 왠지 두려워집니다.

 

\" 오늘은 가시면 아내의 장점 세가지를 찾아오세요

  아셨지요?\"

 

억지 웃음이 번집니다.

 

\" 그리고...가족은요..내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이것도 찾아 오세요\"

 

\" 내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요?\"

 

\" 예..내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요!\"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워진 표정이 사뭇 내 심장에 박힙니다.

 

문득 감동이 느껴집니다.

 

열심히 살아 온 사람에게는 그 고유의 감동이 전해집니다.

 

다만 그 감동을 같이 응원해줄 가장 귀한 옆자리가 없다는 것이

그저 애석할 뿐이지요.

 

이 마저도 본인의 팔자와 업 이겠지만..

이 해결도 본인의 힘으로 할 수 있게...

응원해줘야겠지요.

 

 

외롭다는 것은 정말 외로워서가 아니라..

내가 무엇인가를 같이 나누고 싶을때 나눌 수 없는

공허함의 다른 표현 갔습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다른지는 모르지만..

 

사랑해야 할 이유를 안다면...그래도 인생의 숙제는 좀 풀리지 않을지...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가족은 다 어디로 갔는지..

 

먼지 바람만 도로에서 나뒹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