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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이야기


BY 2009-04-14

꽃비를 맞아 본적이 있으세요?

 

" 오늘도 수고 했네.."

" 응"

남편 옆좌석에 앉았다.

목이 아파 고개를 끄덕거리니..남편이 살그머니 어깨를 짚어준다.

" 아..시원해....오늘은 재미난 일 없었어?"

남편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는 또 물었다.

으레 그랬던 것처럼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한다.

난 듣는다..

이 부부가 서로 좋은 이유는 대화가 즐겁다는 것이다.

잘 이야기하고 잘 들어주고...서로가 서로에게...

 

밤길을 달려..어느새 동학사에 왔다.

남편의 차는 매우 편하다..방귀를 뀌어도..바람을 맞고 싶으면 언제나  윈도우를

내려도 되고..내가 하고 싶은 말과...행동의 자유가 허락 되는 곳이다.

사람의 편함이 주는 효과이다.

그래서 남편이 나이 들 수록 편한가 보다.

 

벚꽃길을 간다.

꽃잎이 날리는 모습은 보기만 보아도 가슴이 꽁당거린다.

꼭 바람난 30대의 아줌마처럼..

 

사실은 20대의 사랑보다 30대의 사랑이 더 물/불을 못 가린다.

감당할 것이 많은데도 오로지 앞만 보고 가는 것이 30대의 바람이다.

벚꽃은 그러하다.

청초한듯 하면서도 헤프고..헤픈 듯 하면서도 수줍고...

그리고는 바람에 잘 흩날리니...무리무리 마다 사랑이 아프다.

 

서른셋의 그녀...

아이둘을 낳았다.

딸이 이상하다며 왔는데...

사실은 딸보다 서른셋의 그녀가  위태로웠다.

딸을 앞세워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고자 오신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딸을 보고 그녀를 본다.

 

대학때 성폭행을 당했다.

그리고 남편이 이 아픔을 안아 준다 했다.

그런데...세월이 말을 했다.

너무도 아프게 남편은 그녀를 방치한다.

잦은 외박..무관심..폭언..

" 왜 그렇게 살았어요?"

" 그렇게 살아야만 되는 줄 알았어요..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어요"

피식.. 입꼬리가 올라가며 혼자 힘없이 웃는다.

 

어릴적에 결혼하면 다 그런 줄 알고 산다.

아무 준비도 없었으니까..

 

난 꿈을 꾼다..그녀의 일상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현실이었다.

한쪽 가슴이 내려 앉는 기분이었다.

 

고생을 한다해도 어쩜 이렇게 고생을 할 수 있을까

몸 고생보다 더 가혹한 것은 사람 고생이다.

아내는 남편의 이슬로만도 살 수 있는데..왜 이 간단한 진리를 모를까!

 

" 어느날 내가 내 모습을 보니까..sos에 나오는 사람이었어요.

  애들 막 때리고.."

남편이 속썩일때 마다 이유없이 큰애만 잡았단다.

안봐도 이 부분은 점쟁이 빤스다.

그래 그랬겠지..

애를 잡았겠지..

 

딸은 말을 하지 않고 울기만 한다.

참! 이 무슨 업병인가!

 

여기엔 성인이란 말도 딱지일 뿐이고..이성도 사랑도 없다.

그저 이기적인 마음 하나.." 내가 너 때문에 니 아빠와 이혼하지 못했어..너 때문에.."

그렇게 가혹했다.

 

그녀의 봄은 늘 컴퓨터의 보이지 않는 남자들에게 있다.

남편도 그러는데..나라고 못해...한번 자는게 뭐가 문제야..

 

벚꽃이 흩어지는 봄엔 사랑도 운다.

늘 그것을 찾아 헤매이지만..사랑은 늘 바람따라 가버린다.

 

" 난...아직도 꿈을 꿔요.....멋진 남자가 나타날 거라고.."

웃으면 내가 말을 했다.

그녀.. 이런다.

" 남자들 다 똑 같아요."

물론 같지..그렇기 때문에 차라리 꿈만 꾸는게 어쩜 더 기쁠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 보다 더 행복한 방법도 있지 않을까?

내 안에서 나를 찾고...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사랑도 해본 사람이 사랑을 한다.

남녀간의 사랑은 풋사랑이다..아직 덜 익은 사랑..

가족의 사랑은..

이처럼 끈끈하고 매력적인 것도 없다.

아직 이 진리를 경험하지 못한 그녀..그리고 그녀의 남편..

모두 헤매이는 것이다.

 

돌아가자...다시.. 벚꽃이 다 지고 나면 푸른 잎이 무성하듯...

돌아가자...

 

남편의 볼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고맙다고 했다.

나를 사랑해줘서..그리고 우리 가족을 아껴줘서..그리고 행복해서..

너무 행복해서 웃는 그날까지..

 

벚꽃은 여전히 피고 지고 하겠지..

멀리서 아들을 안고..딸의 손을 잡고..도란도란  내려오는 네식구를 본다.

꽃비를 맞으며..

영화속의 한 컷이다...

손바닥에 내리는 꽃비처럼 행복도 그렇게 잡혀졌으면...

아들아..꼭 잡거라..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