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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이 헐리우드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BY 2009-01-07

참으로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비상경제상황실을 지하 벙커에 설치한다니요?

멀쩡한 사무실 버려두고 지하에 모여서 회의를 하면 아이디어가 더 샘솟나요?

 

이명박대통령의 언행을 보면 때로는 국가지도자라는 격에 걸맞지 않는 유치하거나 자기과시적인 오버액션이 느껴집니다.

대통령이란 대한민국 국민의 얼굴이고 상징입니다. 대통령의 언행은 때로는 국민의 자부심이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때문에 나라와 국민의 자존심이 깍여내려가기도 합니다. 혹시 이명박대통령은 본인의 행동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상파TV의 어느 잘나가는 개그프로그램보다도 더 국민들을 웃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지 참 궁금합니다. 쓴 웃음 말입니다.

 

수많은 헐리우드 전쟁영화의 눈에 익은 장면이 있습니다. 작전상황판이 등장하는 지하벙커의 촌각을 다투는 전쟁상황에서 회의가 열리고 참모들과의 작전을 통해 위기상황이 타개되며 모두가 함박웃음을 지은채 만세를 부르며 영화는 끝납니다. 그 소재와 시기상의 차이만 있을 뿐 얼개는 대개 비슷한 유형이 수백편의 헐리우드제작 전쟁영화/액션대작들의 공통점입니다. 그런 영웅이 되고 싶은가요? 아니면 국민을 상대로 하는 그런'작전'이 하고 싶은가요?

 

4대강 정비사업이 실질적인 한반도대운하의 우회상장임을 대통령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힘으로 밀어부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궁금한 것은 자신의 입으로도 대운하포기를 언급했던 것을 내부의 반대를 무릎쓰고라도 기어코 밀어부치려는 그 동기입니다. 현실적으로는 토건족들과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잇권챙겨주기와 돌이킬 수 없는 환경대재앙이 될 것이라는 점이 대운하건설을 반대하는 쪽의 일관된 논리입니다. 그러나 이번 지하벙커 비상경제상황실 설치를 보면서 이명박대통령이 황소고집처럼 한반도대운하를 추진하려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70년대 경제개발을 상징하는 유명한 장면이 박정희대통령의 썬글라스를 끼고 지휘봉을 손에 쥐고 경부고속도로 건설현장을 짚차로 누비는 사진입니다.

어쩌면 이명박대통령은 전시행정(과시욕구)의 판을 더 크게 벌려서 -청계천 복구사업을 통해서 타임지가 선정한 '환경영웅'이 되었던 것처럼- 그 무대를 한반도로 옮겨놓고 썬글라스를 낀채 대운하현장을 감독하고자 하는 그 못말리는 본능적 욕망이 근저에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명박대통령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하나가 있습니다. 국민은 국가를 잘 이끌어달라는 의미에서 5년간의 국정운영을 '위임'했을 뿐인데 그것을 너무 확대해석하여 '국토를 보전해야할'헌법적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아 후손에 소중히 전달해주어야할 '경유자산'인 국토를 마치 자신의 사유지를 다루듯 개인적인 과시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명박대통령만 포기한다면 나머지 찬성론자들은 눈녹듯 사라질 것이 바로 한반도대운하추진세력의 실체입니다. 잇권에 눈이 멀고 출세욕에 양심을 팔아버린 불쌍한 영혼들이 바로 대운하추진세력들의 진면목입니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무엇이던 해도 좋다고 백지위임을 한 것이 아니고 국토가 아닌 국가의 행정부를 잘 운영해보라는 취지의 대단히 제한적인 권력만을 부여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현대국가의 대통령 자리는 절대왕정국가의 '왕'이 아닙니다.

 

4대강정비를 빙자한 한반도대운하사업의 실질적 부활이 어찌하여 '녹색성장'의 반열에 들어가는지도 참 의문입니다. 흐르는 물길을 막고 인위적 제방을 쌓는 것을 '녹색'의 이름으로 포장하려는 그 의욕만은 높이 사지만 환경/생태계를 파괴하고 국토의 대변형이 불가피한 전형적인 '반환경사업'인 4대강 정비가 어찌해서 '녹색성장'이라는 친환경적인 이미지로 둔갑할 수 있는지 답을 내놔야 합니다.

 

혹시 '녹색 시멘트'라도 새로 개발했나요?

아니면 흐르는 물이 보에 막혀서 녹조가 심하게 끼니 그것이 녹색성장인가요?

 

만일 대통령이 중세시기 절대권력을 휘드르던 그러한 권력자이기를 원한다면 그만한 착각이 없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이명박대통령은 자신의 염원인 '절대권력'을 절대로 얻을 수는 없으되 절대권력자들의 비참한 말로만은 답습해 가기가 쉬워보입니다.

 

이미 대통령의 말이라면 의심부터 들게만든 그 장본인은 다름아닌 대통령 자신입니다. 그곳에는 그 어떠한 정당한 권위도 설득도 이해도 불가능한, 자신이 쌓아놓은 '명박산성'과 '지하벙커'만이 가로막고 있을 뿐이요 국민과의 '불통'의 전적인 책임도 대통령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야합니다.

 

혹시라도 국민을 겁주고 '때려서라도' 말듣게 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그 전에 국민들로부터 '먼저 맞을 수도' 있슴을 깨닫고 지금이라도 '지하벙커'와 같은 아마추어보다도 못한 아이들 소꿉장난같은 발상을 취소하고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슴으로 듣는 집권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