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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배에서 피고름이 흐르다니...!


BY mikka 2000-04-15

4월은 잔인하다..
처참하고 비참하고 우울하다.

3월 1일. 건강한 사내아이를 내 배속에서 꺼냈다.
여자에서 엄마가 된것이다.
그리고 한달후.... 제왕절개 한 그 부분이 볼룩해지기 시작하더니 식목일을 기념하려는 듯 피고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줌마라도 주사는 무섭다.

그래서 병원을 가지않고 버텼는데 젖을 먹인 후 아이를 트림시키려고 하면 아이의 발이 그곳에 닿는 바람에 어찌나 아프던지..

살아남기위해 어쩔수없이 병원을 갔다.

의사 왈, 구멍이 뚫려서 오는 사람도 있어요. 걱정말고 소독이나 열심히 해 주세요...한다.
구멍이 뚫리다니? 배꼽이 하나 더 생긴단 말인가???
그때부터 꼬박꼬박 약을 먹으며 소독도 하고 고름도 짜내었지만 퉁퉁 붓기만 하고 배가 땡겨서 움직일수가 없다...

그리고 며칠 전...
주전자에 물을 끓여서 붓다가 내 발등에 그 뜨거운 물이 흐르는 바람에 물집이 잡히고..., 나는 화상을 입고 말았다.
지금은 배도 땡기고 피고름을 흘리며 다리는 붕대를 감고 절뚝거리며 아이를 보고 살림을 한다...!

피고름이라니!!!
내 인생의 서른 한살이 이렇게 꼬랑내가 날줄은 생각도 못했다.

살아가는 일이 다 구질구질하게 느껴져서 가뜩이나 우울해 죽겠는데 나랑 한방을 쓰는 남자가 내가 소파에서 낮잠을 잠깐 자는 사이에 내 얼굴의 점을 세었단다..!
서른개가 넘는다나 어쨌다나..!

결혼 2년만에 점순이란 별명을 얻게되다니..
아줌마들끼리라 하는 얘긴데 참 내 인생이 불쌍했다.!

그남자도 한때는 내 마음을 얻어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았고 꽃을 들고 퇴근길의 골목에서 나를 기다리기도 했고 수줍은 얼굴과 애틋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기도 했었는데...

내가 애틋한 눈길로 나를 쳐다봐 달랬더니..
잡은 물고기에 미끼 주는 거 봤어?한다.
그 사람은 이 사이트에는 절대 안들어 올 사람이니 욕 한마디해야 쓰겄다...
나쁜 자식! 치사한 인간!

서른 한살의 아줌마에게는 이제 더이상 얼굴 붉히며 사랑을 고백해줄 남자가 없다....

결혼 제도는 인간의 수명이 30살 정도일때 만들어진것이라 한다.
그런데 요즘은 7,80살까지 살잖아..?
그러니, 한여자와 한남자가 만나 사랑만 하며 살기엔 얼마나 지루할까...!

결혼 2년만에 배에는 피고름이 흐르고, 팔다리는 쑤시고...
다리는 절룩이면서 한때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남자에게 점순이라 불리면서 잡힌 물고기 취급을 받아야하다니..

인생이란 참 쓸쓸한거다...!

이래저래 내게 4월은 너무 잔인하고 지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