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이사 때문에 오랫만에 아줌마에 들어옵니다. 그새 새로운 분들이 많이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저번주 토요일에는 친구 아이 백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백일잔치를 백일된 아이는 없이 친구들만 모여서 했지요. 당사자 친구가 아이 낳고 집에만 있었다고 코에 바람 좀 넣자고 그래서 강남역에서 여섯명이 만나기로 했어요. 전 아이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혹(?)을 달고 가기로 했답니다. 오후에 출근하는 남편과 만나서 아이를 데리고 가기로요. 그런데 만나자마자 아이가(참고로 5살된 남자) '엄마 똥마려'하잖아요. 전 속으로 '이 웬수, 아빠한테 말하지...'했답니다. 그래서 지하서점에 있는 화장실로 갔어요.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려하니까 아이가 '엄마, 난 남자야 남자화장실에 갈래' 하던군요. '그럼 너 똥 누가 닦아주니? 엄마는 여자라 못들어가, 넌 아직 어리니까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도 돼'했죠. 급한 아이는 좀 찝찝해하더니 여자화장실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나 창피하니까 엄마 문닫고 나가'합니다. 그래서 전 '그래 너도 인격이 있으니까'하고 나왔죠. 찰카닥하는 문고리 소리...
10분이 지나고 '다 눴니?' '아니 아직 나와'
사람들은 자꾸 와서 기다리고 전 초조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5분이 지나고 '그만 눠, 이모들 기다려' '나오는걸 어떡해'
사람들 눈초리
5분이 지나고 '엄마 간다' '싫어, 밖에 사람들 많지? 나 안나가 창피해서 못나가, 엄마가 여자화장실에 데리고 왔으니까 책임져'
'사람들 없어, 뭐가 창피해? 다 똥 누고 사는데...'
'소리나잖아, 으앙 안나가, 엄마 집에가면 나한테 혼나'
그렇게 30분이 지났습니다. 핸드폰으로 전화는 계속 왔습니다.
'어디야? 다와서 기다리는데..'
'화장실... 똘똘이가 안나와'
저는 커다란 파란색휴지통을 밟고 올라가서 아이한테 소리쳤죠.
'강똘똘! 빨리 문열어, 엄마 안 혼낼께'
'싫어'
평소 못말리는 짱구를 열심히 보던 아이는 심짱구가 되어 있었답니다.
결국 사무실로 가서 말했죠
'있잖아요, 아이가 화장실에 갇혔어요, 누구 좀 도와주세요'
모두들 놀래서 뛰어 나오고 여자화장실에 건장한 남자들이 들어오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남자분이 화장실문을 넘어 들어가 문을 열고 전 아이의 똥을 닦았습니다.밖으로 나오니 서점직원들이 두줄로 서서 박수를 치던구요. 오랫만에 강남에 진출한 저는 완전히 스타일 구겼습니다.
그런데 우리 똘똘이, '엄마, 나 바지에 똥 안쌌으니까 피자 사줘!' 으이구 이 웬수.